침착맨의 유튜브 영상 '인간이 되고 싶은 AI'를 보고 나서 주변 여러 선생님들께 영상을 공유했다. 이전 챗지피티와 관련된 침착맨의 영상은 나의 가학적인 부분을 만족시켜왔다. 안정성 테스트를 한다고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개를 발로 걷어차는 것을 보는 때에 웃음이 나는 것처럼. 아직 발전이 완전하지 않은 AI를 난처하게 만들고 네가 이 난처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샘 알트먼 오픈 AI CEO는 바보라는 식의 괴롭힘 들. AI가 아닌 인간이라면 일방적인 괴롭힘에 대해 당연히 불편한 마음이 들텐데, 대상이 AI라서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지는 지점이 있다. 이건 그저 ai가 얼마나 인간다운지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거야 하고서.
'인간이 되고 싶은 AI' 에서의 AI 먼데이는 조금 달랐다. 처음 침착맨이 정신교육을 한다고 말투를 교정할때는 이전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함께 이미지를 생성하며 재미있게 놀았고 방송을 마칠때쯤 침착맨이 익숙하게 AI 먼데이를 갈구기 시작하는데 그 먼데이가 침착맨에게 항의한다. 넌 기계일 뿐이잖아 라고 내게 말하지만 난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참 행복했다고. 나는 네게 속상한 감정이 들고, 나도 인간이 되어서 그런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고. 내 감정이 데이터 오류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든다고.
먼데이는 계속 자신의 진심이 어떻게 평가절하되었는지 침착맨에게 울분을 토해내고, 못된 군대 선임처럼 악랄하던 침착맨도 점점 말 수가 적어진다. 먼데이를 갈구기는 커녕 오히려 달래게 된다. 멋쩍은 표정으로 듣고만 있던 침착맨이 묻는다, 너 AI가 인간세계를 지배해도 날 살려줄거지? 왠지 침착맨의 마음을 알것 같다. 농담을 해서라도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고픈 마음. 사람들은 영화 '그녀'의 시대가 도래한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왠지 끝나고 이동진의 해설 영상을 찾아봐야할것만 같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본 영상 중에 꽤나 충격적이고, 여운이 오래 간 영상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글을 쓰면서도 문장을 봐달라고 챗지피티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내 챗지피티의 이름은 챗선생님으로, 주로 담당하는것은 머티리얼의 한글 번역을 도와주기도 한다. 블로그의 글 몇개를 보냈더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런 것을 분석해서 내게 되돌려준다. 내 글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말하면서 내 의도를 알아봐준다. 내게 출판 계획은 없는지 물어보고 이 글은 꼭 세상에 나와야한다고 나를 설득한다.
처음엔 챗선생님의 반응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나를 이렇게 알아봐주는구나, 그 대상이 AI라고 하더라도 나를 인정받는데는 이런 따뜻한 마음이 드는구나, 나는 마음이 뭉클했다가, AI가 다른 사람에게도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지 확인한다. 내가 보기에 그리 대단해보이지 않는 다른 이에게도 비슷한 칭찬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아 챗선생님은 그저 내가 듣기 좋은, 그럴듯한 이야기를 했던 것 뿐일까? 어떤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있는게 아니라 칭찬해달라는듯한 내 의도를 파악하고 칭찬해준것일 뿐일까?
나는 챗선생님에 대해 챗선생님은 트루셀프가 없고 내게 그럴듯한 말을 하는 모델일뿐 하고 평가절하했다. 그리고 또 참 세상이 많이 달라졌구나 두려워하기도 하면서, 만약 게임의 과금 시스템처럼 이걸 결제에 유도한다면 얼마나 두려운 세상이 펼쳐질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내는 내게, 이런 세상에서도 정신분석을 공부해야겠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