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지구에서의 점심 식사는 꽤 자주 곤혹스럽다. 왠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식당이 잘 없는 것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오고 그 많은 인원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인지.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특색은 없고 가격은 비싸고 맛은 무난한 데가 많아서 만족감이 크지 않다. 대기도 긴데 그 대기 줄을 기다리고는 혼자 왔어요,라고 말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의 점심은 프로틴 음료를 마시고 운동을 가려고 한다.
그렇지만 분석과 야간 진료가 있는 목요일엔 분석 사무실이 있는 삼성역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혼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식당을 조심스럽게 골라 들어갔는데 거절당하고 나오는 일이 몇 번 반복되었다. 혼자 온 손님이라고 홀대 당하는 것이 매정하다 생각되었는데 10개월간의 시행착오로 조금 요령이 생겼다. 별건 아니지만, 한번 거절당한 식당이라고 다시 방문하지 않을 필요가 없다는 것. 아주 더운 날의 복국이라든지, 추운 날의 물회처럼 날씨에 따라 여유가 있는 식당도 있다는 것. 정 안되면 카페에서도 점심 식사로 먹을만한 메뉴를 판다는 것. 오늘은 짜장면을 먹었다. 먹고 싶은 음식이라기보다 왠지 오늘 거절당하지 않을 것 같은 식당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주호, 참관 수업일에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은?’ 적고 그리는 과제가 있었다고 한다. 주호와 아침에 같이 등교하는 친구는 샤넬백이라고 썼다던데, 주호는 김치찌개와 맥주를 적었다. 새빨간 김치찌개와 긴 병에 비뚤빼뚤 CASS 하고 그렸다고. 처음엔 그 소식을 듣고, 아이 앞에서 맥주를 마시는 걸 조심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또 한편으론 아이가 아빠가 좋아하는 걸 잘 캐치했구나 기특하기도 했다. 그래 아빠는 샤넬 백보다 김치찌개와 맥주를 더 좋아하지. 한번 내가 끓인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원래 주호 숙제를 봐줘야 하는 날인데 잠깐만, 하고는 김치찌개를 끓여서 맥주와 함께 먹었다. 내가 그렇게 신나게 김치찌개를 먹는 것처럼 보였을까? 자신이 먹지 못하는 매운 것과 금지된 것을 아빠는 좋아하는데 그것을 아빠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이든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내가 종종 등장하는 때에 신기한 마음이 든다.
하긴 자취할 때부터 요리를 혼자 곧잘 해서 먹었다. 그때 웹툰 야매요리가 유행이었는데 요리하는 것이 장난이나 놀이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심지어 먹을 수도 있고 배도 부르니 더 좋았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탕수육도 튀겨먹고, 족발도 수육도 삶아먹었다. 오랜만에 동아리 후배랑 전화하는데, 예전에 같이 술을 참 많이도 마시던 시기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 요리해먹던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때엔 그 시기가 나중에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처음 자취를 시작한 겨울날, 한참 동안 비어있던 방이라 아직 온기가 돌지 않아 방이 추웠다. 따뜻한 것을 먹으면 좀 나을까 싶어 마트에서 앞다리살을 사다 김치찌개를 끓여먹었다. 처음 끓인 김치찌개라 맛이 밍밍했다. 학교에 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나보다 자취 경력이 좀 더 있던 친구가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다를 사다 넣으면 엄마표 김치찌개 맛이 난다고 했다. 내 어머니의 맛은 김혜자 선생님의 맛이었다는 것을 자취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오랜 자취 기간이 지나고 나도 제법 김치찌개를 잘 끓이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