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내게 말했다

60일 동안 새 글이 없군요

by 이공



솔직해지는 것은 때로 죽기보다 어렵다. 오래도록 스스로를 속이고 많은 것을 묻어두고 모르는 체하고 살아왔다. 명료하게 가려내고 싶지 않은 것을 덮어두었다. 이를테면 누군가에게 자꾸만 마음이 갈 때 더는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좋아한다>는 단어를 내가 가진 낱말 사전에서 지워버리는 것처럼. 그러다 보면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것이 되지 않았던 순간뿐이었다. 날카로운 마음이 부러진 뼈처럼 내 피부를 찢고 나올 때 찾아오는 핏내 나는 인정의 순간. 이러한 시간이 쌓여서 나는 아무 것도 파헤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 안에는 산처럼 높게 쌓인 흙더미가 있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여 불안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피해서 돌아가기만 할 뿐이다.


대단한 비밀은 아니다. 안에 든 것이 지구를 바꿀 리 만무하다. 하나씩 까먹는 재미가 있을 만큼 흥미로운 것들도 아니다. 오히려 사소하고 별 것 아니거나 추악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이야기라고 할 수도 없다. 나는 단지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기가 어려울 뿐이니까. 때로는 스스로가 슬프거나 화가 났다는 사실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주제가 나 자신이 아닌 최신 전자기기라 하더라도 내 입술을 밟고 나오는 문장은 언제나, 본질적으로, 나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두려운 일이다.


거짓말을 하는 게임이 어렵다. 이를테면 마피아 게임이나 어몽어스 같은 것. 완공된 진실이 그곳에 있는데 구조적인 결함이 없는 성채를 새로 설계하여 지어야 한다니. 오직 거짓을 말하기 위해 거짓을 만들어야 한다니. 무엇보다 나 자신이 그게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 사실을 끊임없이 기억하면서 구조적으로 완벽한 거짓을 지어 말하는 건 있는 그대로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어렵다. 말도 마찬가지다. 나는 말을 하는 순간 내 안의 어떤 것이 내보여질 것이 두려워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는 또 다른 말을 건축해야 한다. 이미 있는 구조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하여 매 순간이 거짓되고, 쉽지 않고, 나는 구성하는 데에 힘을 다 쓴다. 죽을 때까지 솔직해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나에게 나 자신이란 내가 가장 숨기고 싶은 무엇이다. 이것을 감추는 것만이 오직 내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문에 점점 더 존재에 미달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책을 읽다가 그런 순간이 있다. 이건 인물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의 말투다, 하고 느끼는 순간. 그 순간이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찾아오는지는 모르지만 그럴 때마다 선득함을 느꼈다. 내 글을 보고도 누군가가 나를 읽어내면 어떡하지. 쓰는 모든 글의 모든 글자와 모든 여백에 밀도 높은 염려가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다. 글을 쓰면 발이 늪에 빠지거나 센 바람이 나를 끊임없이 밀어내는 방향으로 걷는 기분을 언제나 느낀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야 한다고,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자고 꽤나 여러 번 다짐했지만 늪을 아무 생각 없이 건너기란 어렵다. 이렇게 더운 날에 내가 시베리아에 있다고 상상함으로써 시원함을 느끼는 일이 잘 되지 않듯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버워치가 인생에 미친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