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코 나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알았더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작별을 고할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너를 그렇게 보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네 왼쪽 어깨에 입맞추지 못해서 아직 잊지 못한 걸까. 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거라고 믿었지만 그 반대였다. 너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무언가였다. 나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이토록 그리워한다는 사실에도 괴로워했다. 어느 날 두꺼운 의학서적이 모니터를 받치고 있는 책상 앞에서 너를 생각하는 건 이미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네가 더 이상 이곳에 없을지라도 내게 너는 현실이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짧았다. 내 기억에는 여름에 만나 가을의 끝에 헤어졌다. 그 짧은 시간이 내게는 그렇게도 길었다. 평소에는 챙기지도 않던 날까지 챙겼던 것은 끝을 예감해서였을까. 헤어짐도 갑작스러웠다. 잊게 될 거라던 세상 사람들은 틀렸다. 시간이 지난다해서 반드시 잊혀지지는 않는다. 네 사진이 든 폴더를 차마 열어보지 못하면서 지우지도 못한 채로 몇 년이 훌쩍 지났다. 어느 날 마음을 굳게 먹고 드디어 그 폴더를 지우고는 대단한 일을 해낸 양 의기양양해했다. 마치 잊기라도 한 것처럼 그랬다. 그것이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운 건 단지 사진이었을 뿐이다. 데이터 쪼가리들. 너는 그렇지 않다.
내 안에서 너는 점점 아름다워져 간다.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고 어루만질수록 마모되어 객관적인 사실로부터 멀어진다. 이가 빠진 부분은 감정으로 채워넣어 마침내 너는 산 자라곤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초월적인 아름다움에 도달한다. 내가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여 작별할 수 있었듯 너는 부재하기에 존재로서는 닿을 수 없던 그 아름다움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리고도 계속 커지고 있다. 매일같이. 언젠가 너의 아름다움이 나를 찢고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