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 효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mji Jun 08. 2023

이파네마의 소녀, 하늘로 떠나다.

daily effect /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


보사노바의 대표곡 중 하나인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 The Girl from Ipanema'를 불렀던 아스트루드 질베르토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보사노바의 형식을 확립한 주앙 질베르토 João Gilberto의 아내로서 보사노바의 리듬처럼 가볍게 부유하는 느낌으로 노래했던 아스트루드 질베르토. 그녀가 참여한 가장 유명한 앨범은 GETZ / GILBERTO입니다.


이 앨범을 구입한 것은 재즈를 알아가기 시작할 즈음이었습니다. 심야시간에 아트록과 재즈를 주로 방송했던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통해서,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발목까지 덮일 정도로 땅콩껍질이 수북한 재즈바에서 경륜을 지닌 바텐더와 나누는 대화장면을 통해 재즈가 어떤 것인지 이해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들 사이에 재즈에 대한 관심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문잡지도 있었고 대학로에는 '천년동안도'를 포함한 몇 개의 재즈바가 있었으며 항상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회사 동료들끼리 음악을 나누어 듣거나 생일에 재즈 CD를 선물하기도 했는데 최근 십수 년 동안에는 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분들을 거의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꼭 음악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문화적 다양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느낍니다. 음악에서는, 조금 과장하면, 지금 한국에는 K-pop과 리바이벌 된 가요만 남아있는 듯합니다.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의 사망 소식은 한국에서는 기사로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은 Yahoo JAPAN 뉴스였습니다.


음악이 스트리밍 서비스되는 시대가 되어 저도 한동안 책장에 꽂힌 CD들을 멀리했었습니다. 플레이어가 고장 났지만 고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사이 플레이어를 구해 다시 듣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은 '듣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에너지가 있듯이 음반을 꺼내 들을 때 얻는 또 다른 풍요로움이 있습니다. 음반을 손에 넣었던 순간의 기쁨을 되새기고, 재킷 디자인을 음미하고, 가사 또는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리스트를 읽어보는 즐거움, 이것이 음반을 들을 때 곁들여지는 또 다른 맛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아스트루드 질베르토의 앨범을 꺼내 들어봐야겠습니다.



https://youtu.be/N-TKOh0zsvU

매거진의 이전글 스푼이 없다는 진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