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ケイコ, 目を澄ませて
daily effect /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원제는 '케이코, 눈을 맑게 해 ケイコ, 目を澄ませて'입니다. 주인공 케이코는 귀가 들리지 않는 선천적 장애를 지닌 29세의 여성으로 호텔청소로 힘든 생계를 꾸려가지만 몇 해 전부터 시작한 권투연습을 거르지 않습니다. 케이코는 최근 프로에 입문, 데뷔전에서 상대방을 KO로 눕히고 2차전을 준비 중입니다. 케이코가 훈련하는 도장의 관장은 어느 선수보다도 케이코를 아낍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기량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관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케이코가 권투선수로서의 재능은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리치가 짧은 데다가 느리고, 게다가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그럼에도 케이코를 아끼는 이유는 그녀의 솔직함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케이코는 고된 훈련을 통해 2차전에서 판정승을 거둡니다. 하지만 케이코는 체력의 한계와 고통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고 시합에서 보여주었던 저돌적인 모습이 실제로는 두려움 때문이었음을 실토합니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관장은 질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며 도장은 경제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봉착합니다.
영화는 '약자가 고난을 뚫고 목표를 성취'하는 스테레오타입의 플롯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노력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라는 디즈니 풍의 교훈을 남기지도 않습니다. 감독인 미야케 쇼三宅唱는 우리 사회에 이런 조건과 인물이 있을 때 사건은 이렇게 흘러간다는, 워게임 시뮬레이션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대신 일상과 권투도장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소음과 거친 숨소리를 들려주는데, 이것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주인공을 감안한 것이겠지만 영화의 현실감을 부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도시의 원경, 그 인파 속의 한 명으로서의 케이코를 보여주는 씬 들은 케이코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며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임을 암시합니다.
이렇게 보면 소름 끼칠 정도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홍상수의 영화와 비슷한 점이 있으나 현실을 보는 관점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홍상수는 '겉보기에 멀쩡한 너는 한 꺼풀 벗기면 찌질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추악해. 그런데 그런 건 너뿐만이 아니야'라고 얘기하는 반면, 미야게 쇼는 '사람들이 현실을 뛰어넘으려고 애쓰지만 기적 같은 일은 없어. 그럼에도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야'라고 말합니다.
두 감독 모두 과학자와 같은 냉정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영화의 예술적인 측면, 즉 예술이 현실의 승화된 모습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저는 미야게 쇼의 영화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막이 올라가는 마지막 5분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함축하는 압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엔딩. 그 아름다운 장면을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영화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합니다. 주인공은 청각장애 프로권투선수 오가사와라 케이코小笠原恵子. 그녀는 권투를 배우기 위해 권투도장 여러 곳을 전전했지만 청각장애를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도장에서 케이코가 자신의 장애를 밝히자 그 도장의 관장은 '나는 눈이 보이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케이코를 위로하고 입단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 도장에서 훈련을 거듭해서 프로 선수로 데뷔합니다. 이 에피소드 또한 영화와 같은 감동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