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의 건축
요새 건축에서 '내외부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건축을 사라지게 한다'는 표현이 자주 사용됩니다. 이런 말들로 건축을 설명하곤 합니다만 대부분은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휘의 남용은 말을 소비하며, 소비된 말은 레토릭이 되고 맙니다. 이것은 양치기 소년의 말이 정보성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장식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이런 말들이 현실로 구현되는 경우를 간혹 발견합니다. 무사시노 예술대학 도서관이 그중 하나입니다. 여유롭지 않은 대지에 거대한 도서관을 삽입하는 프로젝트로서 규모의 부담을 상쇄시켜야 하는 과제를 도서관을 나타내는 서가의 확장과 유리의 물성을 이용하여 풀어냈습니다. 책장처럼 제작된 외벽에 부착된 유리는 시선을 투과, 또는 근경을 투영하면서 건물과 주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건물의 경계를 알아볼 수 없는 시점이 건물 주변 곳곳에 존재합니다.
재료의 물성을 연구하여 독창적으로 적용한 결과는 건축으로 하여금 '건물을 사라지게 한다'는 관념이 현실에 다가서도록 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서 하나의 가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말과 행동의 일치를 덕virtus으로 보았던 로마시대의 가치관과 유사합니다. 언행일치는 무척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로마의 찬란한 문화는 이것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Musashino Art University Museum & Library / Sou Fujimoto Archit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