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안에서의 자유

'멈춰라 생각하라' 읽기 3

by demji

지난번에 '생각할 수 있는 것'과 '생각할 수 없지만 생각해야 하는 것'과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요. 지젝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의 정치이론가인 프레드릭 제임슨 Fredric jameson을 불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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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제임슨은 결정적인 역사적 순간에는 대다수의 예술적 양식이나 이론적 주장이 모두 합쳐 하나의 체계를 이루는 경향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체계를 분명하게 설명하기 위해 주로 A.J. 그레마스의 기호학적 사각형을 이용하는데,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사각형은 순전히 형식적인 구조적 틀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기본 대립관계(반대, 또는 모순)에서 시작하여 양 극점을 전치, 또는 중재할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 - 중략 - 이 체계는 주체의 자유의 범위를 제약하는 동시에 또 하나의 공간을 열어젖힌다. 달리 표현하면면, 이것은 자유인 동시에 규정이다.


모든 것은, 사물이든 무형의 가치이든 서로 어떤 상호 간의 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니, 그것은 인간 스스로 그러한 가치를 부여한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인식합니다.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판단입니다.


그레마스.png


위의 그림이 그래마스의 사각형입니다. 여기서는 S1부터 S2, 그리고 non-S1까지 4가지 요소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번 생각의 폭을 넓혀보겠습니다. 그래매스의 사각형을 바탕으로 주변의 사물, 또는 우리 내면의 무수한 가치들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도를 그린다면 그 지도는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복잡해질 것입니다. 힘들고 난해하더라도 우리가 그 모든 것의 관계를 정의함으로써 지도를 완성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판단을 요할 때 거의 무한한 크기의 지도 안에서 요소 간의 관계를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그려놓은 지도 안에서의 자유일 뿐입니다. 이것이 지젝이 말하는 '자유'인 동시에 '규정'인 것의 의미입니다.


이제는 아셨을 겁니다. 우리는 자유로운 것 같지만 언제나 규정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지젝의 한결같은 주장은 이 지도의 바깥을 상상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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