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라 생각하라' 읽기 2
책 이름이 '멈춰라, 생각하라'입니다. 매우 단순하고 간결한 표현입니다만, 이 제목은 책의 전체 내용을 꿰뚫는 말이며, 또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말입니다. 그 이유는 여기서의 '생각'이 보편적인 의미의 '생각'과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책은 '생각'을 새롭게 정의하기 위한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씌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생각'은 동어반복처럼 다른 표현과 설명으로 재등장합니다. 책의 전반부, 지젝의 월가 점령 시위 연설 전문에는 지젝이 흔히 끌어 쓰는 농담으로 '생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멈춰라 생각하라 p07
"공산주의 시대의 오래된 농담이 하나 있다. 동독 노동자 한 사람이 강제 부역에 동원되어 시베리아로 떠났다. 모드 우편물이 검열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암호를 정하자. 만약에 내 편지가 파란 잉크로 쓰였다면 모두 사실이고, 편지가 빨간 잉크로 쓰였다면 그것은 거짓이야." 한 달 후 친구는 그의 첫 편지를 받았다. 모두 파란색으로 쓰여있었다. "여긴 모든 것이 완벽해. 가게에는 좋은 음식들로 가득하고, 극장은 서구의 좋은 영화들을 보여줘. 아파트는 크고 호화스럽지. 그런데 딱 하나 여기서 살 수 없는 것이 빨간 잉크야."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다. 우리는 원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 딱 하나 없는 것이 바로 빨간 잉크, 즉 우리의 비非자유를 또렷이 표현할 언어다."
우리는 사회의 체제, 관습, 법에 의해 훈육됨으로써 그 체계 내에서 살아갑니다. 건널목 횡단보도의 파란불에 무심코 발이 움직이듯, 어떤 생각들은 우리의 육체 속에 각인되어 의식 없이도 특정한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자동인형처럼 우리의 행동은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기존의 체계입니다. 지젝이 말하는 '비非자유'란 우리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당연한 체계 '바깥'의 사고입니다.
건축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건축구조가 바닥, 벽, 기둥, 보로 이루어진다는 건축구조 체계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구조체로서의 존재감이 뚜렷한 거대한 기둥 대신 여러 개의 가느다란 철재 기둥으로 하중을 분산시켜 지붕을 떠받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일 뿐입니다. 한정된 선택지 앞에서 스스로를 무한히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착각입니다. 대평원에서 전진과 후진만을 고민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핸들을 꺾음으로써 전에는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젝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습적인 '생각'을 벗어난 '생각'을 끊임없이 할 것을 종용합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이 좀 더 나은 환경을 지향하는 '정치적' 창조물이 되기 위해서는 관습적인'생각'을 깨부수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