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지젝'읽기를 시작하며

'멈춰라 생각하라' 읽기 1

by demji


건축가 렘 콜하스 Rem Koolhaas는 저서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건축은 위험한 직업'이라고 말했습니다. 건축으로 이루려고 하는 유토피아의 기대와 이 같은 꿈을 제한하는 현실 간의 괴리가 건축을 위험하게 하는, 건축의 피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여기, 렘 콜하스의 말에 주목해야 할 점은 꿈과 현실에서의 좌절이 아닙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실패하더라도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의 이상이 없다면 건축이 '위험한 직업'일 수도 없을 것입니다.


디자이너 디터 람스 Dieter Rams의 삶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람스 Rams에서 큐레이터 소피 로벨 Sophie Lovell이 이야기하듯, 모든 디자인은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녀가 이야기하는 정치는 현실정치, 정당정치가 아니라 전체집단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전체를 움직이는 힘으로서의 정치를 뜻합니다. 모든 디자인은 정치적 성격을 지니며 건축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범주에서 건축가의 성향을 읽는다면 렘 콜하스 뿐 아니라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르 코르뷔제 Le Corbusier도 정치적이었습니다.


예술의 목적이 "사물의 외관이 아닌, 내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때 예술로서의 건축은 건축이 품고 있는 정치적 의미를 내포해야 합니다. 기능과 표피적인 미를 넘어 건축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이해하고 그 미래를 내다보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여러 문화 비평가, 철학자가 있지만 우리에게 끝없이 사고할 것을 주문하는 슬라보예 지젝의 생각, 그중 그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주저인 '멈춰라 생각하라'를 읽고 그의 눈을 통해서 건축과 사회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다만, 그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생각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개인은 자신만의 내러티브, 자신만의 주장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개인들이 모임으로써 유지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