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현실과 진짜 현실

'멈춰라 생각하라' 읽기 5

by demji

우리는 객관적 현실을 측정하고 판단하여, '이것이 자연의 섭리야'라고 생각하는 '규칙'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현실이 이 '규칙'에 맞지 않는 경우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40일 넘도록 많은 비가 내린 현상을 '기상이변'으로 진단하는데, 이것이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알지 못하는) 그 나름의 원리대로 움직이며 한반도의 날씨를 형성했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이변'으로 간주합니다. 자연의 '규칙'에서 벗어난 잘못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자연의 '규칙'을 실제의 자연, 그 자체의 '객관'적 원리로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금번의 많은 비를 '잘못'된 것으로 진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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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헤겔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헤겔은, 만약 현실이 우리의 개념에 맞지 않는다면 잘못된 것은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사고할 때, 만일 적절하다면, 보편적 체계나 원리를 우선적으로 대입시키고 실제의 현실은 그 뒤를 불완전하게 쫓는 형국이다. 마르크스가 이미 인식한 바와 같이, 사회 현실의 "객관적" 확신은 동시에 (이 현실에 휘말린 주체들의) "주관적" 확신이자, 교착상태와 모순으로 인해 사고의 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 차이를 구별할 수 없는 시점에 봉착하게 되면 "객관적" 확신은 사회 현실에 대한 반감 그 자체가 된다. 다시 말하면 "진단은 또한 그 증상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활동 범위를 규정짓는 가능한 모든 입장들에 대한 "객관적" 표현으로서 우리의 진단은 그 자체로서 "주관적"이며, 그것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직면하는 교착상태에 대해 주관적으로 반응하는 사고방식으로서,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진단은 해결되지 않은 교착 상태 그 자체의 증상이다.


*원문에 오역이 있어 다시 번역합니다. 번역서의 원문과 상이함을 양해 바랍니다.



기후의 패턴은 실제 자연의 원리와 무관한 인간의 '주관'적 확신일 수 있으나 우리는 이것을 '객관'적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폭우나 평균기온의 등락 등, 기후가 과거의 그것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변화된 자연현상을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 또는 기존의 기후에 대한 인식을 유지하면서 특이현상으로 판단할 것인지 확정할 수 없는 교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생긴 자연에 대한 반감이 기상'이변'이라는 '진단'이며 이 '진단'은 '증상'의 일부가 됩니다. '증상'은 '진단'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두 가지 중요한 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객관적 현실보다는 개념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에게 집을 그리라고 하면 삼각형의 빨간 기와 박공지붕에 연기 나는 굴뚝이 있고, 그 아래 창살이 있는 창문이 달린 벽을 그려 넣습니다. 어른들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을 생각해 보라고 하면 기둥과 벽 그리고 창문으로 이루어진 입면의 네모난 상자를 떠올립니다. 이렇게 인간의 개념에 부합하는 모양의 건물로 가득 찬 도시는 공기처럼 그 존재가 인식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맥락에서 벗어난 건물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인식이 틀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건물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개념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때 '진단'을 통해 '증상'의 개념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보편적 상식에서 어긋난 것들, 우리가 이미 갖고 있던 개념에 들어맞지 않는 것들은 그것을 맞닥뜨린 주체에게 판단을 요구합니다. '객관'적 사실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주관' 즉 '개념' 이 일치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느 것이 절대적인 참인지 판별할 수 없는 모호한 상태에 도달합니다. 이때 우리는 '개념'을 총동원하여 현실을 끼워 맞추려고 시도하게 되는데 이것이 '현실'에 대한 '진단'이며 그 결과로 도출되는 것이 '증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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