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2

by 정재환

“오늘의 날씨입니다. 오늘은 공기층이 불안해지면서 갑자기 발전한 눈구름이 발생하여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곳에 따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낙눈이 예상됩니다. 기온은 급격히 내려가 영하 15°C까지 떨어지겠습니다. 시베리아 고기압으로부터 한파가 내습합니다. 기온이 전국적으로 크게 내려가겠습니다. 한파로 인한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 질환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수현의 동거남은 4호선 지하철 안에서 뉴스를 들으며 날씨를 체크했다. 내복 입고 가라는 수현의 강권을 귓등으로 흘려보낸 것이 못내 아쉬웠다. 대신 한겨울에나 어울릴 법한 두꺼운 외투를 받아든 것은 다행이다 싶었다. 이번 지방 출장은 경남 통영시에 있는 조선소에 용접일을 가는 거다. 특수용접이어서 베테랑급 용접기사가 필요했던 작업반장이 급하게 그를 호출했다. 보름만 도와달라고 했고 그는 주저없이 가겠다고 대답했다. 어려울 때 돕고 연대해야 길이 만들어진다. 회사 측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사내는 굳이 기차를 선택했다. 오며 가며 풍경을 맞볼 수 있어 좋았다.


잿빛 하늘은 기어이 소낙눈을 무섭게 쏟아냈다. 천둥소리에 놀란 행인들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수현의 동거남은 천천히 걸었다. 쏟아지는 눈을 받아냈다. 우산을 챙기지 못했지만 아쉽지 않았다. 출근시간임에도 거리풍경은 어둑했다. 풍경에 익숙해지자 그의 앞으로 다가오는 노숙인이 보였다. 멈칫 멈칫 주저하는 발걸음으로 조심스레 다가오는 노숙인은 군용 내피와 수면용 바지에 의존해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선생님, 추워서. 그러니까 추워서. 부탁 하나 드립니다. 몸 녹이게 따뜻한 커피 한 잔만 사주시겠습니까?”

노숙인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머쓱해진 노숙인이 돌아섰다. 그는 노숙인의 어깨를 잡더니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노숙인에게 주었다. 노숙인이 놀라 주춤대는 사이 그는 지갑 속에서 5만 원을 꺼내 건넸다. 그리고 바쁘게 플랫폼으로 걸어갔다.

위로하고 배려하고 보듬어주는 건 수현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온 세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에 기차가 들어서자 사람들이 바쁘게 기차에 올랐다. 기차 칸 하나하나가 인생의 한 장면이었다. 서로 연결되고 이어주어서 완성되는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힘차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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