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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와인바 사장 Aug 15. 2019

“사장님 너무 부러워요. 저도 이런 가게하고 싶어요.”

“사장님 너무 부러워요. 저도 이런 가게하고 싶어요.”


사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난 반대. 가게 할 생각 절대 하지마요. 지금 다니는 회사에 꼭 붙어있어요. 절대 짤리거나 그만두지 말고. 왜 그런 소리 있잖아요. 회사가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회사 다니다보면 회사의 울타리가 얼마나 안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마련인데, 진짜 회사 밖은 지옥이라구요. 이렇게 가게를 하면, 훨씬 자유롭게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회사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돼요. 뭐, 나야 연봉이나 이런거 포기할 거 포기하고 장사하고는 있지만, 직장인들이 부러울 때가 꽤 있어요. 제일 부러울때가, 아플때 연차내고 쉴 수 있는거. 나도 사람인지라 감기에 걸리거나, 갑자기 근육통이 온다던가 해서 출근하기 힘들 때가 있는데, 그렇다고 쉴 수는 없어요. 가게 문을 안열면, 그만큼 소득이 줄어드니까. 가끔 아파서 쉴때가 있긴하지만, 그땐 정말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때 라니까요. 아 맞다. 휴가도 부러워요. 여름이나 겨울에 때맞춰 휴가 가는거. 전 휴가를 가면 가게를 닫아야하고, 닫은 만큼 또 소득이 줄어드니까, 따지고 보면 휴가비용이 곱절로 들어가요. 장사 안해서 포기한 매출도 휴가 비용으로 생각해야 하니까요. 가끔 휴가를 가기는 하지만, 개운한 마음으로 휴가를 간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음. 그러면, 사장님은 왜 장사 시작했어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거에요?”


“용기라기 보단 계기가 있었어요. 전 애초에 그렇게 용기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생각만 많고 실행력이 부족한 타입? 그때가 언제였더라, 33살쯤이었나, 그 때 한참 엔지니어링 회사 다니고 있을 때였어요.”


“엔지니어링 회사?”


“네. 저 기계과 나왔거든요. 한 5년정도 기계설비 회사 다니다가, 회사 옮겨서 4년 정도 엔지니어링 회사에 다녔었어요.”


“엑. 미대나 인문대나 뭐 그런 쪽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핫.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지금이야 머리도 길게 기르고, 이런 가게 하고 있으니 더 그렇게 보이나봐요. 하여간, 하루는 일하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10년 뒤에도 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걸까? 그리고 때마침 눈앞을 지나가는 전무님을 보았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 하더라고요. 전무님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나하고는 안 맞는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어요. 그뒤로 며칠을 고민하다가, 친구와 상의를 했고, 업계를 바꿔서 일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전부터 IT업계쪽에 대해 막연한 동경같은게 있었는데, 일단 컨설팅 회사에서 좀 일을 하면서 업무방식에 익숙해 지고 난뒤 IT업계로 이직할 계획을 세운거에요. 어떻게 보자면 진짜 용기를 내서 행동한건 그때인것 같아요. 그리고 친구 소개로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는데, 문제는 그 때 부터였죠. 업무환경이나 스타일이 너무 다른 곳이다 보니, 전혀 적응을 못하고 죽어라 고생을 한거에요. 일도 더럽게 못하고, 점점 멍청해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멘탈이 부서지고 있었죠. 그래도 딱히 대안은 없었기에, 그냥 죽자사자 매일 야근하고 무리해서 일을 했어요. 그렇게 일 못한다고 욕이란 욕은 다 먹어가면서 9개월정도 일했을 때였나?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뜬금없이 동맥경화 판정을 받은거에요. 목 경동맥에. 진짜 황당했죠. 전 몸도 엄청 말라서 그런 병이랑은 상관없을 줄 알았거든요. 왜 동맥경화가 생겼는지 검사비만 거의 백만원정도 쓴거 같은데, 결국 이유는 찾지 못했어요. 의사 말로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야근 때문일 거라고 하던데, 이유를 못 찾았다는 소리죠 뭐.”


“도대체 야근을 얼마나했길래요?”


“그냥 수면시간 빼고 다 일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심할때는 5일동안 8시간 잔적도 있으니까요. 컨설팅 업계가 그렇죠 뭐. 요즘에도 그렇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하여간 그렇게 검사결과를 받고나니, 딱 그생각이 드는 거에요. “인생 뭐 있냐. 하고 싶은건 하고 죽어야지”. 사실 이런 소리는 친구들하고 술마시면서 가끔하는 소리잖아요. 그런데, 막상 그런 상황이 되고나니 그 말의 무게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졌어요. 동맥경화 위치가 목에 있다보니까, 터지면 그냥 가는거잖아요? 그리고나서 내가 꼭 해보고 싶은게 뭐였나 생각해보니, 이런 바를 차리는 거였어요. 사실 바를 운영하는건, 제 은퇴 후 인생계획 플랜B였었거든요. 친구들도 다 알고 있어서, 저에게 노후의 즐거움을 부탁한다고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했었죠. 그렇게 바를 차리겠다고 마음을 먹고, 뭐에 홀린 것처럼 없는돈 있는돈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은행에서 빚도 내고 원룸 보증금도 빼고 해서 어찌저찌 이 가게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도 가게 열고 나서 마음은 편해졌겠네요.”


“에이, 그렇지도 않아요. 처음엔 엄청 고생했었죠. 가게 열고 나서 이 가게가 1년이나 버틸수 있으려나, 이런 생각하면서. 애초에 가게를 만든 이유가 돈을 많이 벌어보자고 만든게 아니라, 유지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시작했던 가게였으니까요. 그 때는 한달에 한번 쉬었어요. 마감시간도 따로 없어서 손님 나갈때까지 기다리고. 하루에 4-5시간밖에 못자고 가게에 매달렸던거 같아요. 동맥경화에 나쁜 짓은 다했죠. 매일 술먹고, 담배 피우고, 낮밤 바뀌고. 그렇게 한 반년쯤 달리다가, 문득 이러다가 금방 세상 뜨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막 사람이 썩는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때 부터 일요일에는 쉬기 시작했죠.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어요. 일요일에 쉬어도 생활비가 나올만큼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신기한게 뭔줄 알아요? 그렇게 일년정도 살다가 건강검진을 다시 받았는데, 동맥경화가 사라진 거에요! 하기 싫은 일 억지로 무리해서 하는게 몸에 안좋긴 한가봐요.” 


“역시. 회사는 다닐 곳이 못 되는게 맞아요. 그만 두고 싶다.”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절대 나오지 말고 열심히 다니라니까!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게 얼마나 좋은건데! 나 이번달도 적자날까봐 조마조마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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