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의 어느 더웠던 날.
그날도 전 평소처럼 장을 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동네 마트 진열장에 있던 일본 고형 카레가 눈에 띄었어요.
“음. 카레나 만들어 볼까.”
카레를 만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뭐 카레 별거있겠냐는 생각에 양파와 닭가슴살을 샀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감자도 안 샀던것 같아요. 그리고 가게를 오픈하고, 손님들과 적당히 이야기하며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얼추 11시쯤이었나, (그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 S양과 후배 J군이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S양과 J군은 학교 선후배 사이입니다.)
“힘들다. 그리고 배고프다.”
두 사람은 야근하고 이제서야 퇴근을 해서 가게에 들렀던 것입니다. 기운빠진 두사람을 보고있자니 왠지 짠해져서 뭔가 먹여야겠다고 생각을 하다가, 카레 재료를 사온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낮에 재료를 사놓기는 했지만, 나중에 시간있을때 만들려고 생각했었거든요.
“잠깐 기다릴 수 있어? 카레 재료 사온게 있는데, 만들어줄께. 나도 처음 만들어보는거라서 맛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양파를 꺼내서 껍질을 까고, 반으로 자른후에, 세로로 칼집을 낸 뒤, 가로로 썰어서 잘게 다졌습니다. 닭가슴살은 그냥 전자렌지에 돌렸습니다. 2분30초 돌리고, 뒤집어서 2분 30초. 그리고 뜨거우니까 일단 식혀두고. 다진 양파를 후라이팬에 볶기 시작했습니다. 버터를 넣고 같이 볶으면 더 좋겠지만, 그땐 버터가 없어서 그냥 기름만 두르고 볶았어요. 후추도 적당히 뿌린 뒤 색깔이 적당히 변할때까지 볶아놓고, 식은 닭가슴살을 잘게 찢기 시작했습니다.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알바생이랑 열심히 길게 찢었습니다. 좀 귀찮은 작업이지만, 그래야 먹기 좋잖아요. 볶은양파에 찢은 닭가슴살을 넣고, 물을 붓고, 카레를 넣고, 월계수잎을 몇장 넣었습니다. 그리고 끓이기 시작. 아 맞다. 밥. 알바생에게 편의점에 가서 햇반을 사오라고 했습니다. 10분쯤 끓이니 적당히 카레 모양새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음. 좋아. 이정도면 먹을만 하겠다. 만들어 놓고 나니 양이 꽤 많아서, 햇반 2개를 렌지에 돌렸습니다. 그릇도 마땅치가 않아서, 그냥 커다란 스테이크용 접시에 햇반을 담고 카레를 부었어요. 생각보다 푸짐한 카레라이스가 만들어졌더랬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카레라이스 드시죠!”
S양과 J군은 카레라이스를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더니, 양파와 닭고기만 들어간 카레라이스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먹으면서 계속 한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별 말도 하지 않고요.
“왜? 맛이 별로야? 딱히 들어간게 없어서 그냥 그런가?”
“아냐 오빠. 그게 아니라. 맛있어. 진짜 맛있어. 근데, 이상하다. 왜 눈물이 날거 같지?”
“형, 내가 분명히 저녁을 먹었거든? 심지어 저녁으로 연어 요리 먹었단 말이야. 근데 왜 이거 계속 먹게되는거지?”
“아씨…진짜 사는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이거 먹는데 이렇게 눈물이 날거 같냐.”
“내 말이! 아니 왜 이거 먹는데, 사는게 참 별거 없고 막 그런 생각이 들지? 나도 괜히 눈물 날꺼같고 그렇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아씨…아휴…”를 되뇌이며 카레를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꽤 많은 양이었는데, 금방 접시를 다 비웠어요.
“형. 이거 메뉴에 넣자.”
“응. 맛있다. 밤에 배고픈 사람들한테 팔면 좋겠다.”
이건 꼭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있자니, 괜시리 제가 다 뿌듯해졌거든요. 그리고 메뉴 이름은 뭐가 좋을까 상의를 하다가, 만장일치로 결정이 났습니다.
“야근 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