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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석 더 프리맨 Apr 02. 2022

밥상 위의 스타(★), 파스타

[푸드로지] 아저씨도 즐기는 ‘洋국수’ 파스타



경기 파주 피셔맨스키친의 오일소스씨푸드파스타. 바지락과 모시조개, 홍합 등 다양한 조개류를 넣어 만든다.



■ 이우석의 푸드로지 - 파스타
밀가루·물 반죽한 伊음식 총칭
남부 시칠리아에서 가장 즐겨
긴 스파게티, 눌린 타원 링귀네
최근 별·꽈배기 모양까지 개발
형태 따라 면 이름 많고 복잡
가장 흔한 토마토에 크림·오일
한국인 입맛 맞춘 고추장까지
소스 종류도 수백 가지 달해


외식의 스타 중 스타가 파스타다. 곳곳에 파스타 집이 지천이다. 이처럼 인기 있는 서양식도 드물다.


1990년대만 해도 포크 돌리는 것을 퍽 낯설어하던 것이, 이젠 중장년층도 즐겨 먹는 메뉴가 됐다. 기사식당이나 한식 뷔페에도 나온다. 파스타(pasta)는 밀가루와 물을 반죽해 만든 이탈리아 음식을 총칭한다. ‘양국수’란 별칭처럼 길쭉한 국수 종류가 많지만, 수제비나 만두 모양, 전(煎) 같은 종류도 파스타에 속한다. 특히 우리나라엔 파스타 중에서 기다란 스파게티가 먼저 들어오며 ‘국수’ 이미지를 쌓아 파스타는 국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작 유럽에선 밀 반죽을 삶거나 팬에 볶아 조리한 주식 개념을 죄다 파스타의 범주에 넣는다(오븐이나 팬에 굽는 피자는 제외). 따라서 라비올리나 라사냐 역시 당당히 파스타의 한 분류를 차지한다.



지금은 세계적 메뉴지만 원래는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만 먹던 지역 음식이었다. 독일의 슈페츨레(Spatzle) 등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선 밀이 있으면 주로 빵을 만들지 국수를 빚진 않았다. 역사도 길다. 국수 발상지 중국을 다녀온 마르코 폴로가 전했다는 내용의 ‘파스타 공정’ 이전에 고대 로마 문헌에 이미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파스타는 이탈리아 식단에선 거의 빠지지 않는 주찬(프리모 피아토) 개념이다. 주로 남부, 그중에서도 시칠리아에서 많이 먹었다. “모든 식재료는 파스타로의 조리가 가능하다”는 이탈리아 요리사들의 자부심 서린 말처럼 파스타 종류는 많다. 인기가 좋아 그리된 게 아니다. 식재료가 귀했던 까닭이다. 밀가루 국수에다 주변에 흔한 재료로 만든 소스를 만들어 적당히 비벼 먹은 것이 시작이다. 실은 궁핍했던 탓에 이처럼 많은 가짓수가 생겨났다. 우리네 상차림에 온갖 나물 찬이 생겨난 것과 비슷하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파스타 이름은 죄다 이탈리아어라 좀 어렵다. 다만 조합은 특별하지 않다. 면 종류는 무조건 앞에 붙고, 뒤에 소스 또는 재료, 지역명을 붙여 무슨 파스타인지 알린다. 우리나라에 접목하자면 ‘소면멸칫국’(멸치국수), ‘우동김칫국’(김치우동), ‘중면담양’(담양식 중면국수)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리본 모양 납작면(파파르델레)을 새우 크림소스에 내는 것은 파파르델레 알라 크레마 디 감베리(Pappardelle alla Crema di Gamberi)라 정확히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미트소스 스파게티라 부르는 것은 원래 스파게티 알라 볼로네제(Spaghetti alla Bolognese)이며 볼로냐 지방을 뜻하는 볼로네제의 대표 소스가 고기를 갈아넣은 토마토 소스 라구(ragu)다.

투움바파스타
면 구분도 꽤 복잡하다. 일단 길게 국수처럼 뽑은 롱 파스타는 우리에게 친숙한 스파게티를 비롯, 가느다란 카펠리니, 눌린 타원 단면의 링귀네, 두껍고 넓은 페투치네, 칼국수처럼 납작한 탈리아텔레, 빨대처럼 생긴 튜브 모양의 부카티니, 우동가락 같은 비골리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짧은 쇼트 파스타는 더 다양하다. 펜촉 같은 펜네, 짧은 튜브 마카로니, 난로 연통 리가토니, 나비넥타이 파르팔레, 소라 모양 콘킬리에, 스크루를 닮은 로티니와 푸실리, 마차 바퀴 루오타, 달팽이를 닮은 루마케, 심지어 사람 귀 모양 오레키에테 등 각각 개성을 가진 수많은 형태가 있다. 이외에도 넓적한 종이 모양 라사냐와 시판되는 감자 수제비를 빼닮은 뇨키, 감자나 치즈를 채운 라비올리를 위시해 토르텔리, 판소티 등 만두 형태 파스타도 있다. 밥알, 별, 꽈배기 모양도 있는데다 요즘도 계속 개발되고 있어 상상 이상의 파스타가 세상에 존재한다.
이촌동 창주랜드의 골뱅이 파스타.

여기다 소스가 더해지면 수학적으로 무수한 ‘파스타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실제 이탈리아 현지에서 파스타에 쓰는 소스 종류만도 수백 가지에 이르는데 고추장, 명란젓, 간장, 게장 파스타 등 각국에서 현지화된 것까지 포함하면 파스타의 세계는 무한히 넓어진다. 만들어진 소스를 면에 얹기도 하고, 면과 함께 볶는 경우, 그리고 비빔면처럼 섞어서 내는 경우까지, 조화로운 맛을 위해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발전했다.


산마르자노 캔통조림을 쓴 리스토란테 에오의 라자냐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역시 토마토다.


18세기 이후 가장 늦게 합류했지만 널리 쓰이는 소스 재료다. 이탈리아어 포모도로(Pomodoro, 토마토)는 국내 것과는 종류가 다르다. 기후와 토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베수비오 산 화산분지(나폴리 인근)의 산 마르차노(San marzano) 품종은 최상의 가공용 토마토로 다양한 조리에 쓰인다. 산 마르차노는 그냥 먹어도 단맛과 신맛의 풍미 조화가 좋지만 열을 가하면 최고의 맛을 낸다. 후숙(後熟)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가장 잘 익은 상태에서 딴 싱싱한 토마토를 바로 캔에 담아 세계로 수출한다.


토마토 베이스 소스에는 고기를 갈아 넣고 볶은 볼로네제가 가장 유명하다. 여기다 매운 페페론치노(고추)를 넣은 아라비아타도 한국인의 입맛에 딱 떨어진다. 이외에도 아마트리치아나, 푸타네스카, 나폴리탄 등도 있는데 사실 나폴리탄은 나폴리와 관계없고 토마토와도 상관없다. 케첩을 사용한 일본식 스파게티다.

광화문 몽로 명란크림 파스타


크림소스도 파스타에 큰 지분을 가졌다. 미국식 버터크림 소스 알프레도, 매콤한 크림 치즈 소스의 투움바, 크림에 토마토를 섞은 로제 등이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파스타 메뉴 중 하나인 카르보나라(Carbonara)는 예상과 달리 크림을 쓰지 않는다. 달걀과 치즈로 만든다.


제노베제 파스타. 오스테리아밀즈.


페스토 소스 파스타는 요즘 취급하는 곳이 많다. 정통 이탈리안이지만 그동안 재료 수급이나 인지도 면에서 떨어져 메뉴로 잘 내지 않았다. 주로 바질과 올리브유에 치즈, 견과류(잣이나 아몬드, 캐슈너트) 등을 섞은 초록색 소스를 말한다. ‘제노바’식 제노베제 파스타가 바질 페스토를 쓴다. 토마토를 섞은 시칠리아식 페스토 로소도 있으며 일본에선 시소(차조기) 페스토를 쓴 메뉴도 있다.


봉골레. 라칸티나

오일 베이스 소스도 종류가 많다. 면을 올리브유에 볶아낸다. 마늘만 넣으면 알리오 에 올리오(Aglio e

 Olio), 모시조개를 쓰면 봉골레(Vongole)가 된다. 특히 ‘맨밥에 물 말아먹는 격’인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 외엔 거의 다른 재료가 들지 않았지만 값이 저렴한 데다 깔끔하고 심플한 맛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외식하기 좋은 계절, 봄날의 파스타. 복잡한 요즘 세상에 무심히 돌돌 말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위 사진부터 트러플을 넣어 만드는 경주 ‘오스테리아밀즈’의 크림파파델리. 서울 이촌동 ‘창주랜드’의 페셰(pecse) 스타일 짬뽕파스타. 서울 대현동 ‘이름없는파스타’의 일본식 나폴리탄 스파게티. 서울 서교동 ‘키친485’의 새우크림고추빠빠델레.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라칸티나 =1967년 개업했다. 국내 최고(最古)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칸티나는 다양한 파스타를 판다. ‘스파게티 콘레 봉골레’는 백합을 넣고 국물 흥건한 스타일. 올리브 오일과 화이트 와인을 넣고 끓여낸 국물에 특유의 시원한 감칠맛의 풍미가 들었다. 알덴테로 삶아낸 면발과도 퍽 잘 어울린다. 서울 중구 을지로19. 1만9000원.

◇리스토란테 에오 = 이탈리안 파인다이닝이다. 어윤권 오너셰프의 솜씨로 코스를 차린다. 프리모 피아토(첫 번째 주메뉴)로 라사냐를 낸다. 부들부들한 라사냐 안에 산 마르차노 토마토와 바질을 곁들인 소스를 써 새콤달콤하고 감칠맛을 낸다. 어뮤즈와 디저트까지 정통 이탈리안 퀴진을 맛볼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108 더현대 서울 6층. 런치 8만5000원, 125000원.

◇키친485= 생면 파스타 집으로 인기를 모으는 곳이다. 통새우와 새우살이 듬뿍 든 크림 소스에 브로콜리를 곁들여 그야말로 봄(프리마베라)이다. 크림에 녹아난 새우의 진한 풍미가 넓적한 파파르델레 면에 잔뜩 묻어난다. 면을 직접 만드는 곳답게 면 반죽에 고추를 넣어 느끼한 맛을 잡았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67. ‘새우크림고추빠빠델레’ 2만2000원.

◇창주랜드 = 바비큐를 하는 집으로 유명하지만 짬뽕 파스타를 빼놓을 수 없다. 홍합과 오징어를 쓴 페셰(pecse) 스타일인데 칼칼한 맛보다는 토마토 특유의 진한 풍미가 국물을 지배한다. 얇은 스파게티를 넣어 안주로 즐기기에 불편하지 않다. 메뉴에 로제파스타와 골뱅이 파스타도 있는 것을 보니 그냥 소주 안줏감으로 내는 정도가 아니라 진정성 어린 퀴진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로29길 21-14. 2만5000원.

◇테이스티 = 물 좋은 가평에 꼭꼭 숨은 파스타 집인데 어찌 알고들 찾아온다. 값도 저렴하고 맛이 좋아 입소문을 탄 덕이다. 청양새우토마토파스타와 청양차돌크림파스타 등 시그니처 메뉴와 함께 여러 피자 종류가 인기다. 즉석에서 조리한 파스타는 감칠맛이 넘쳐난다. 살짝 매콤한 듯한 소스가 대번에 입맛을 살린다. 가평군 설악면 신천리 151-18. 8900원.

◇피셔맨스키친 = 어부의 만찬이란 이름으로 파스타를 고를 수 있다. 오일과 토마토, 크림 소스가 있다. 생면을 쓰는 집이며 상호에 걸맞게 어패류 등 해물이 가득하다. 오일 파스타를 고르면 봉골레 스타일이지만 흔한 바지락 정도가 아니라 모시조개와 뉴질랜드 홍합 등 튼실한 조개류로 접시를 가득 채워준다. 파주 심학산로423번길 30. 2만1000원.

◇오스테리아밀즈 = 요즘 핫한 경주 황리단길, 고풍스러운 기와집에 입점한 레스토랑은 분위기도 그 맛처럼 근사하다. 블랙 트러플을 넣은 ‘크림파파델리’는 넓적한 면에 농후한 송로버섯 향이 진하게 배어있다. 면도 쫄깃하니 제대로 삶았다. 제노베제 탈리아텔레와 냉파스타인 카프레제 콜드 카펠리니 등도 인기 메뉴다. 경주시 포석로 1068번길 17-3. 2만4000원, 1만6000원.

◇이름없는파스타 = 일본식 파스타 집을 표방하는 곳이라 포크 대신 젓가락을 준다. 당연히 나폴리탄을 판다. 케첩에 볶아낸 다음 달걀 프라이도 올려주는 정통(?) 나폴리탄 스파게티다. 명란크림 파스타도 있다. 값도 좋고 맛도 괜찮아 인기가 높은 덕에 전국 각지에 체인점이 쫙 깔렸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56-57

.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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