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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석 더 프리맨 Aug 28. 2022

야이~ 조식들아!

[푸드로지] 하루를 펼치는 아침식사의 세계

시리얼 기원은 스위스 ‘뮤즐리’
오트밀 우유와 먹던 ‘목동 음식’

달걀·소시지·베이컨 등 먹는 美
英식사 영향받아 화려하고 푸짐
日엔 낫토, 中은 더우장 대표적

韓, 과거엔 백반에 막걸리 즐겨
요즘엔 토스트 등으로 뚝딱해결



삼시세끼. 현대의 인간은 보통 밥을 하루 세 번 먹는다. 한국에선 그것을 아침, 점심, 저녁이라 부른다. “아침 먹었냐?” “언제 점심이나 할까?” ‘아침밥’이나 ‘점심밥’이라고 하지 않고, 그저 ‘때’만 이야기한다. 지극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순서대로 아침, 점심, 저녁이 아니라 으레 오전 6시 정도부터 10시 이전까지 먹어야 아침밥이다. 이전이면 ‘야식’이 되고, 이후가 되면 브런치(brunch) 또는 ‘아점’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일찌감치 아침 식사 문화가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어감이 다르다. 아침밥을 생각하는 개념이 서로 다른 탓이다. 일본에선 우리처럼 아침밥이란 뜻의 ‘아사고한’(朝飯)이라 하는데, 중국에선 이를 ‘짜오판’(早飯)이라 하며 ‘아침’보다는 ‘이르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프랑스어로는 프티 데죄네(petit-ejeuner)다. ‘작은 점심’이란 뜻이다. 점심 먹기 전에 소량을 섭취한다는 의미다.


잘 알려진 대로 영어로는 브렉퍼스트(breakfast)가 있는데 어원을 살펴보면 재미있다. 패스트(fast)는 빠르다는 뜻의 형용사 이외에도 단식하다, 금식하다라는 뜻의 동사가 있다. 그러니 브렉퍼스트는 ‘단식을 멈추다’는 뜻이다. 독일어도 재미있다. 프뤼슈튀크(Fruhstuck)는 이른(fruh) 쪼가리(stuck)란 뜻인데 일찍 간단히 챙긴다는 뜻으로 생겨난 말이다.


어원으로 보면 서구권은 원래 이른 아침부터 밥을 잘 챙기는 문화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호텔 조식 중에서도 유럽 대륙식인 콘티넨털 브렉퍼스트(continental breakfast)는 별로 먹을 게 없을 정도로 간소하다. 야박하게도 빵과 잼, 차 정도만 준다.


            

위 사진부터 미국 샌디에이고의 팬케이크 아침 식사. ‘바캉스커피’의 스페인식 추로스. ‘어반플랜트’의 오믈렛. 일본식 청국장 낫토와 멸치로 만든 시라스. 둘 다 일본인들이 아침 식사에 주로 내는 반찬이다.



농경사회에선 새벽에 기상하자마자 밭에 나가 일을 하고 그 뒤에야 끼니를 챙겨 먹었다. 해가 중천에 오르는 낮엔 더워지니 선선할 때 빨리 일을 나가야 하는 까닭이다.


반면 목축을 하는 낙농 문화권에선 아침을 챙겨 먹는 편이었다. 풀 먹일 가축을 끌고 산에 올라가면 저녁에 내려올 때까지 먹을 게 별로 없었던 이유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도 보름치 식량을 가지고 산에 올라간 목동은 주야장천 스테파네트 아가씨 생각을 한다. 아침을 챙겨 먹고는 배가 불렀음이 틀림없다) 근대에 유럽의 영향을 받은 아랍권에서도 홍차와 빵, 잼, 요구르트 정도로만 아침을 시작한다. 병아리콩으로 만든 죽 후무스(Hummus)가 빠지지 않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영국식 아침 식사(English breakfast)는 대륙식에 비해 거창하다. 달걀 프라이 또는 스크램블드 에그(Scrambled eggs)에 블랙푸딩(피를 채워 넣은 소시지), 소시지, 베이컨, 버섯, 베이크드 빈즈(콩조림), 해시 브라운 포테이토(으깬 감자) 등과 함께 큼지막한 잔에 차와 우유를 넣은 밀크티까지 곁들인다. 물론 토스트와 시리얼도 있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미국식 아침 식사(American breakfast) 역시 푸짐하고 화려하다. 보통 커다란 소시지와 구운 베이컨에 서니 사이드 업(한 면만 구운 달걀 프라이), 프렌치 프라이드 포테이토, 크림치즈나 메이플시럽을 곁들인 팬케이크, 구운 채소 등이 제공된다.



도시 직장인들은 시리얼(cereal)을 우유에 말아 후다닥 먹는 경우도 많다. 시리얼은 스위스 전통 음식 뮤즐리가 원형이다. 오트밀에 건과일, 견과류를 섞은 것을 가지고 다니다 우유와 함께 먹던 목동의 음식이다. 토스트 역시 그렇다. 토스터에서 튀어나온 식빵을 입에 물고 저고리에 팔을 꿰는 장면은 미국 만화나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출근 시간의 기믹’으로 쓰인다.


영국인의 훌륭한 발명품인 식빵은 미국의 혁명적 공산품 토스터와 만나 세계인의 아침을 지배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에선 아침 식사를 그보다 중요시하는 편이다. 죽이나 밥 그리고 국과 반찬으로 구성된 아침상은 점심이나 저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형적인 일본 아침상은 생선구이와 된장국, 반찬을 놓고 밥 위에 낫토나 시라스(白子·멸치나 뱅어 치어) 등을 얹어 먹는 방식이다.


중국인의 가정 아침밥은 흰죽이거나 더우장(豆醬)에 ‘유탸오’(油條)를 넣어 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유탸오는 꽈배기처럼 기다란 밀가루 튀김을 말한다. 콩국 비슷한 더우장은 아침쯤 바깥 노점에서도 사 먹을 수 있다.


신기하게도 중국 아침 식사 문화가 스페인으로 건너간 사례가 있다. 바로 아침에 추로스(churros)를 먹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조식 문화인데, 유탸오는 추로스로, 더우장은 초콜릿으로 바뀌었다. 우리에겐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같은 테마파크에서 먹는 익숙한 간식 추로스를 아침 식사로 먹는 건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광둥(廣東)성, 특히 홍콩에는 얌차(飮茶) 문화가 있다. 광둥어로 얌차 또는 반밍(品茗)이라 부르는 이 독특한 문화는 브런치처럼 아침과 점심 사이에 딤섬(點心)과 함께 차를 즐기는 식문화다. 우리는 딤섬을 작은 만두라 알고 있지만 간단한 소찬요리를 통칭하는 말이다. 조린 닭발이나 오리알(皮蛋)죽 등도 얌차에 함께하는 딤섬이다. 저렴한 대중식당 ‘차찬탱’(茶餐廳)에서 구운 토스트와 밀크티, 우육면 등을 먹기도 한다.


            

된장 국물에 끓여 낸 ‘상주집’의 다슬기국.




우리나라는 원래 아침을 거하게 챙겼다. 소문난 ‘대식(大食) 민족’답게 상차림을 봐도 아침상인지 저녁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양이나 반찬 가짓수가 많았다. 1890년 당시 조선에 온 러시아 군인 베벌리 중령의 기록에 따르면 “조선 농민들은 평상시 밥과 푸성귀 국, 건어물 등을 먹는데 매번 많은 양의 막걸리와 함께 먹었다. 이를 아침, 정오, 자기 전 저녁 등 3끼를 먹는다”고 기록했다. 미군 조지 클레이턴 포크 중위는 “오전 10시에 아침상이 들어왔다. 가슴 높이까지 올라온 수많은 음식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의 저서 ‘은자의 왕국’에 기록했다.



현대에 들어 한국인의 아침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백반 상차림으로 먹지 않고 간단히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둔다. 해장국 한 그릇 정도로 때우는 이들도 많다. 술을 마셨든 아니든 간에 배배 꼬인 장을 술술 풀어 주는 해장국은 아침 식사로 딱이다. 잘 넘어갈 뿐 아니라 한 그릇에 오전을 버틸 에너지를 모두 담았기 때문이다. 김밥과 토스트 역시 바쁜 출근 시간에 편하게 적당히 끼니를 뚝딱 해결할 수 있다.


아침 식사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영양학자가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할 것을 추천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수면 시간 동안 공복 상태로 전환된 소화기관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정도로 간단히 먹으라는 권유도 있다.


뭐가 됐든 상관없다. 아침 역시 즐거운 식사 시간이다. ‘늦잠과도 바꿀 만할까’에 대해 이론이 많지만, 아침 한 끼를 거른다면 어쨌든 식도락 인생의 한 부분을 상실하는 셈이다. 흘러간 물처럼 거른 끼니는 돌아오지 않는다. 운기조식(運氣調息)하려 해도 조식이 필요할 듯하다. 그럴싸하지 않은가.



       

놀고먹기연구소장





■어디서 맛볼까



◇시락국 = 원조시락국. 한국인, 그중에서도 경남 해안가에 사는 이들의 아침 식사는 거개 시락국밥이다. 붕장어 대가리 육수에 된장을 풀고 시래기를 넣은 국 한 그릇이 하루를 살아갈 충분한 에너지를 주는 까닭이다. 서호시장에서 대대로 이름난 이 집은 이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시락국 한 뚝배기를 내오면 늘어놓은 반찬을 맘껏 떠다 먹는 방식이다. 통영시 새터길 12-10. 6000원.



◇콩국 = 제일콩국. 중국인의 대표적 아침 식단이다. 콩국수에 들어가는 차가운 콩 국물이 아니라 뜨끈한 콩국이다. 구수하고 달콤하다. 여기다 튀김(유탸오)을 잘라 녹여 넣고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든든한 데다 해장까지 된다. 새벽에 주로 찾는다. 대구 중구 남산로6안길 47. 4500원.



◇다슬기국 = 상주집. 청주 서문시장 옆 골목에서 오랜 시간 ‘올갱이’(다슬기)국을 팔아 온 노포다. 다슬기야 언제 먹어도 좋지만 주로 아침에 해장용으로 많이 먹는다. 이 집은 된장 국물에 푹 끓여 낸다. 특유의 쌉쌀한 맛을 덜기 위해 콩가루 반죽을 입혀서 쓴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사로93번길 17. 8000원.



◇팬케이크 = 기어라이프. 특급호텔 출신 셰프가 직접 만드는 빵 종류와 세련된 브런치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집. 갓 구워 내 부드러운 팬케이크는 다양한 잎채소, 생과일, 바닐라빈크림 소스와 어우러져 상큼한 맛을 낸다. 메이플시럽을 잔뜩 뿌려 먹는 미국 정통식보다 부담스럽지 않고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향긋한 커피와 함께 즐기면 한층 여유롭다. 파주시 청암로17번길 57 1층. 1만6000원.


                                


◇추로스 = 바캉스커피. 서울 다동 한복판에 옥상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스페인식 아침 식사인 추로스를 즐길 수 있다. 설탕을 입힌 따끈한 추로스에 누텔라 대신 앙버터(팥+버터)를 곁들여 모닝커피와 함께 맛보면 속도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한눈에 펼쳐지는 도심 풍경은 덤이다. 서울 남대문로9길 12. 7000원.



◇오믈렛 = 어반플랜트. 화초로 가득한 카페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집이다. 이 집 대표 브런치 메뉴는 바로 오믈렛이다. 시그니처와 아보카도 등 오믈렛 2종류를 팔며, 시그니처 오믈렛은 버섯과 시금치로 속을 채운다. 올리브유 샐러드,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를 곁들여 준다. 서울 마포구 독막로4길 3. 1만4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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