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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석 더 프리맨 Oct 01. 2022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잔?

인생 모있또? 쉬는게 남는 거지


c59. y20. 파란(碧)색 계열이며 천청색(淺靑色)이라고도 한다. CMYK 색상 코드(인쇄와 사진에서의 색 재현에 사용되는 체계)는 5AC6D0. 환상적 트로피컬 블루. 하지만 난 이 색을 봐도 전혀 들뜨지 않는다. 그저 청크린(변기세정액)이나 캔디바(빙과류) 같은 색이라 여기고 있다. 이 색으로 가득한 천국 몰디브에서 주야장천 일만 하다 돌아왔기 때문이다.


제1막

아니요

언제였나. 십여 년이 흘렀을까. H선배와 함께 몰디브에 취재 여행을 갔을 때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인 허니무너의 버킷리스트에 꼭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몰디브다. 원래 이름은 ‘디베히 라제’. 아쉽게도 난 이 이름을 외우거나 쉽사리 발음할 수 없다. 당연히 쓸 수도 없다. 인디아나 존스 박사도 풀 수 없는 난해한 현지 문자는 물론이며 와이파이 비밀번호 비슷한 조합의 영문 철자(Dhivehi Raajje) 역시 그렇다.


그래서 모두, 그곳을 몰디브라 부르기로 비공식 합의했다. 영어로는 정확하게 몰딥스(Maldives)다. 국명에 ‘뛰어드는(dive)’이 숨어 있다. 그곳이 장미꽃으로 장식된 신방(新房)이었든 캔디바 색 바다였든 어쨌든 뛰어들게 되어 있다. 신혼여행객이나 벼루처럼 시커먼 피부의 해양레저 마니아들에게, 애초부터 딱 어울리는 곳이다.


H선배는 그때도 늙었다. 중후했던 당시의 나보다도 10살이나 많았다. 하지만 거봉 포도처럼 맑은 눈동자와 제철 방어처럼 지극히 유선형의 몸을 가졌다. 남양의 출장지에 와서도 랜선을 통해 내려온 일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 매사를 즐길 줄 알았으며 그의 직급은 이를 충분히 보장했다.


아침 산책을 하고 돌아온 H선배가 내게 물었다. “이 차장, 투명카약 타러 갈래요?”


 나는 대답했다. “아니요!” 불경스럽게도 난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 기자, 스노클링 하러 갈래?” “아니요!”


 온통 투명하고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바다 위에 올라앉은 근사한 워터빌라의 테라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난 ‘마감’하고 있었다.

아니요


보기 드문 산호섬 위로 숲을 품은 몰디브 럭스(LUX) 리조트의 아침으로부터 약 3,000마일 정도 떨어진 대한민국 서울 콘크리트 사무실의 저녁 마감 시간까지. 214KB(킬로바이트)의 문서와 138MB(메가바이트)의 JPEG 파일들을 무사히 전송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애를 쓰던 순간이다.


 H선배는 다시 내게 물었다. “이우석씨, 이제 끝난 거야?” 난 다시 대답했다. “아니요!”


 H선배의 외마디 탄식.

“젠장.”


그야말로 ‘아름다운 구속’이었다. 꼭 그때의 몰디브를 염두에 두고 만든 말 같다.


 10시간이 넘도록 날아가야 하는 몰디브 군도는 약 1,200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졌다. 해발 2~3m 정도의 옥빛 거품처럼 보인다. 열심히 양치를 하다가 양변기 속 청크린 물 위에  양칫물을 뱉으면 딱 그 모양새다. 표현은 이렇지만, 몰디브는 내가 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바다’ 순위에 항상 자리한다. 그것도 늘 상위권이다.


내가 갔던 럭스 리조트는 몰디브 환초 내 1,200여 개 산호섬 중에서 꽤 큰 섬에 있다. 그래서 답답하지 않다. 근사한 풍경의 인피니티 풀 2곳을 비롯해 스노클링, 낚시, 스쿠버다이빙, 수영, 카야킹(Kayaking)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 코스와 밤하늘 영화관, 마사지숍, 야외 바 등이 있었지만 역시 나는 일만 해야 했다.


1개의 정기 연재물과 2개의 특집 마감이 악마가(?) 제시한 출장과 겹쳤던 까닭이다. 수순대로 나는 악마의 선택을 받아들였고 천국에서 일만 죽도록 하다 오는 천형(天刑)을 받았다(아마 법정 최고형이 아닐까). 구속 기간은 약 열흘. 싱가포르를 거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약 15시간을 미결수로 보냈고, 판결(?)이 난 나머지 기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위 로맨틱한 워터빌라 테라스에 갇혀 ‘울진 바다 여행’에 관한 기사와 ‘추석날 가 볼 만한 맛집’ 특집기사를 작성해야 했다.

직원과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물과 뭍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난 ‘계속 함께 뭔가를 하기’를 재촉하는 늙은 남자 선배를 따돌리며 우두커니 14인치 랩톱의 액정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봐야 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잘 기억나지 않는 울진군의 어딘가 지명을 찾아 헤맸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그 외에도 충분한 전과가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이파네마 해변에서 혼자 긴 바지를 입은 채, 카메라를 노리는 날강도들의 공격을 경계하며 해변 풍경을 촬영한 적이 있다. 뜨거운 ‘핫키니’ 앞에 긴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동양인 남자를,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는 상상이나 해 봤을까.


멕시코 칸쿤의 코코봉코 클럽 앞에서도 ‘즐길거리’를 취재하느라 수많은 리조트와 그 앞 거리를 현지 경찰보다 더 자주 빙빙 돌다 돌아왔으며, 머리에 꽃을 꽂고 가야 한다는 샌프란시스코에선 무려 이틀 밤낮을 새며 고장난 랩톱을 고치느라 애를 썼다(기적적으로 하드디스크를 복구한 다음엔 35매짜리 기사를 써야 했다). 그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케이블카도, 금문교도, 소살리토섬도, 졸린 내겐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흐릿한 요르단의 사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헤어질 결심이라나, 어느 겨울날 난 의기양양하게 사직서를 냈다. 언제나 멋진 곳에 가서 구속됐던 기자 시절의 경험은 지난 2020년 1월1일 부로 종료되었다. 만기 출소는 아니지만 22년간 복역(?)을 마치고 나왔다, 야호!


해방이다. 산해진미를 차려 놓고 단식 중이라든가, 다양한 쿠바산 최고급 시가를 크레파스처럼 늘어놓고 성냥을 주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그런 경우는 이제부턴 없다. 최소한 그림 같은 휴양지에서, 일하는 상황만큼은 없겠다 자신했고 그런 마감과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그러나 과연 세상이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마감 감옥의 문을 활짝 열고 세상에 나온 나. 하지만 그 바깥이 더욱 거대하고 견고한 마감 요새였다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누구도 탈출할 수 없다는 샌프란시스코의 ‘알카트라즈’와 같이 미적이고도 단호한 감옥이었다. 잠시 ‘기고만장(氣高萬丈)’했지만, 이후 ‘기고를 1만 장’이나 했다. 참고로 나는 현재 대중 미디어 5개와 폐쇄적 미디어 2개에 기고 중이다.


지금 나는 여름날의 부산에 와 있다. 비가 그치고 현재 눈부신 다리가 불을 밝히고 있는 부산 광안리 앞바다 호텔 로비에 앉아 <트래비>와 <문화일보> 마감을 하는 중이다. 와이프와 아이와 함께 있지만 난 와이파이와 연결되어 있다. 잠깐 페이스북에서 뭔가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트래비 여행작가 아카데미 수강생 모집’.


흠, 이 과정을 졸업하고 나 대신 감옥에 들어가 줄 ‘흥부’ 같은 누군가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 누군가의 마감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겠지. 그럼 난 곧장 모히토로 가서 몰디브 한 잔과 함께 해방을 자축하리라. 다이빙도 하고 투명카약도 타고. H선배는 과연 잘 계실까 궁금해졌다.



제2막

기어코 난 몰디브를 다녀왔다. 팬데믹을 막 벗어나려는 2022년 9월 말의 일이다.

크고 멋진 그래서 풍성한 시암월드(Siyam World) 리조트와 작지만 오붓한 이루벨리(Sun Aqua Iru Veli)에서 각각 3박과 2박을 하는 호사를 누렸다.


모히토에서 몰디브나 한잔하며 살아야지

영화 내부자들(2015년)에서 팔이 하나 잘리고만 안상구(이병헌 분)의 멘트 여파로 몰디브에 온 한국인들은 물대신 모히토를 마신다. 모히토를 주문할라치면 싱긋이 웃으며 "너 한국인이지?"하는 듯 했다.


 나도 하루 0.5갤런의 모히토와 샴페인을 주야장천 마셨더랬다. 인도양의 그 파란 하늘과 더 파란 물 앞에서 마시는 몰디브(?)는 호사였다.


너무도 오랜만에 방문한 까닭에 당황했다. 목적지 말레(Male)국제공항이 적힌 항공권을 성별(male)로 여기기도 했으며 수상비행기에서 어디에 앉아야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지도 잊었다.(북쪽으로 갈때는 오른쪽, 남쪽으로 갈때는 왼쪽에 앉는 편이 낫다) 심지어 몰디브 물빛의 신비로운 파란색조차 낯설었다.

 

"야, 왔다. 물에 넣어!"

몰디브 리조트들은 캔디바와 파워에이드, 청크린을 엄청나게 준비했다가 투숙객이 도착하면 몰래 바닷물에 섞는 듯 했다.

형광펜 2000만 자루를 싣고가던 배가 난파되었대도 이런 색은 내지 못한다.


특히 이루벨리가 그랬다. 작지만 눈부신 바다는 넓었다.


참고로 몰디브 리조트들은 여러 형태가 있다. 비교적 큰 섬에 위치한 리조트들은 각각의 다채로운 스타일의 레스토랑과 바 등이 있으며 액티비티 시설이나 프로그램도 가짓수가 많다. 시설은 적지만 작은 섬 리조트는 투숙객이 적어 보다 프라이빗한 리조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몰디브에서도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시암 월드(Siyam World)’는 지난해 문을 연 ‘신상’ 리조트다. 길이 4㎞ 이상 백사장과 6㎞ 하우스리프를 품은 시암월드는 11만m2에 이르는 자연 섬에 풀 비치 빌라, 고급스러운 비치 스위트, 워터 슬라이드가 딸린 해변 수상 빌라 등 총 19가지 다양한 숙소를 보유하고 있다. 총 5개의 제티에 로맨틱한 워터빌라 들이 투명한 산호바다로 향해 뻗어있으며 섬을 둘러싼 화이트 샌드 비치에는 복층의 비치하우스가 줄줄이 숲속에 들어앉아 있다.

나는 발코니 슬라이드를 통해 바로 풍덩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워터빌라에 묵었다. 빌라가 속한 브릿지 이름은 골든 게이트 브릿지(금문교)였지만 색은 빨갛지 않다. 한없이 파란, 오팔색 바다 위에 있다.


시암월드는 기본적으로 면적이 넓고 열대숲이 우거져 있어 섬을 탐방하는 재미가 좋다. 각각 다른 분위기의 바다에선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섬 중앙에 위치한 플로팅 워터파크는 인도양 최대 규모이며 안전한 아기자기한 장애물을 통과하며 서로 경쟁하는 등 신나는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난 물에 3번이나 빠졌으며 하루 섭취할 나트륨을 모두 어트랙션에서 마셔버렸다. 단숨에 건널 수 있어봬는 장애물에서 미끄러져 물에 빠진 이유는 아쿠아 슈즈를 신지 않았디 때문이라 여겼다. 정말이다. 난 군대시절 유격훈련도 잘 수행했다. 비록 32년 전이지만서도.


비싼 객실인 더 비치하우스 컬렉션에 기본 제공되는 해변용 미니 모크(mini moke), 타자마자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돌고래를 닮은 시브리처(Seabreacher), 세계 최초 수면 부양식 바이크 만타5 XE-1 등을 통해 투숙들은 새로운 몰디브 수상레저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몰디브 리조트 중 유일하게 말 목장을 보유한 시암월드에선 트렉과 해변에서 승마를 즐기며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도 있다.(아침에 금싸라기 같은 햇볕가득한 해변에 말을 달리면 마치 어느 왕실 귀족처럼 보인다.)


이외에도 베요 스파, 셀프 헬스 바 히메인 바지차, 해변 헬스클럽 시호어 부트캠프, 아사나 요가 앤드 필라테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먹을 걱정도 없다. 원래 몰디브인들은 매콤한 맛을 즐기니 입에 짝짝 맞는데다 리조트에서 즐길 수 있는 요리도 다양하다. 해변 뷔페 템포(Tempo)와 바라바루(Baraabaru)에선 바다를 보며 세계 각국의 요리로 구성된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정갈리(Jungali), 민트(Mint), 투게더(Together) 등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올 데이 풀 바’에서도 식도락의 세계를 경험하면 된다.


스페인 레스토랑 안달루치아(Andalucia), 인도 레스토랑 커리 리프(Kurry Leaf), 태국 레스토랑 타크라이(Takrai) 등 입맛에 맞춰 근사한 다이닝을 예약할 수 있어 좋다. 이밖에 현대식 몰디브 레스토랑인 더 와후 그릴과 24시간 스포츠 바 쿨리바루가 있어 부족함을 채운다.

남쪽 달루 아톨에 위치한 선 아쿠아 이루벨리 리조트는 허니무너에게 최적화됐다. 작은 섬 특유의 비밀스러운 낭만이 보장된 곳이다.


보기만해도 환상적인 색을 발하는 라군과 어우러진 프라이빗 비치는 물론 전 객실에 비치된 개인 풀까지 완벽한 휴식을 보장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곳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치빌라, 워터빌라, 스위트 등 세 가지 타입의 객실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섬은 작지만 5개의 색다른 레스토랑과 바를 품어 미식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제공하는 음식의 가짓수와 수준이 세계적 대도시의 파인다이닝 못지않다. 특히 저녁마다 황금노을이 내려앉는 해변에서 실시하는 다이닝, 시음 이벤트는 투숙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바와 함께 있는 리조트 중앙 풀을 비롯해 스파와 피트니스 센터 등 기본 부대시설을 하루종일 즐겨도 좋고 야생 돌고래를 보고 돌아오는 돌핀선셋크루즈와 스노클링, 다이빙 등 최고 수준의 자연환경에서 즐기는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가 특별하다. 여느 다른 리조트에선 즐길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잔과 함께하는 허니문 어게인”


아웃바운드 여행이 재개된 요즘 대한민국에서 인도양의 휴양지 몰디브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코비드19 병마가 전 세계를 할퀴고 지나간 긴 시간 동안 결혼식을 치른 부부들 사이에서 ‘다시 떠나는 허니문 여행’이 관심을 끌면서 세계적 휴양 여행지 몰디브에 대한 문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고 한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평생 갈망했던 결혼식을 포함해 신혼여행까지 간소하게 보내야 했던 신혼부부들은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다시 제대로 떠나는 허니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 특히 예나 지금이나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몰디브 리조트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다.


'허니문 어게인'은 신혼여행객들 사이에 소문이 난다고 한다. "작년에 결혼한 진이네는 이번에 신혼여행 몰디브로 다시 간대, 우리는 언제가?"


어쩌나. 좋아서.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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