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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s real, 팝과 해외영화 속 식탁

짜파구리 히트로 살펴본 대중문화 속 음식이야기 (2)

by 이우석 더 프리맨
007의 제임스 본드는 첫 영화 ‘007 살인번호’에서부터 새로운 칵테일을 주문한다.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


진 대신 보드카를 쓴 보드카티니, 그 중에서도 ‘본드 마티니’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해외 대중문화에는 과연 어떤 음식이 등장했을까.


1969년부터 연재하기 시작, 일본 국민만화로 불리는 도라에몽ドラえもん에 늘 등장하는 단팥빵 도라야키. 하지만 원래 징銅鑼처럼 생겼대서 이름 지어진 화과자다. 대신 만화의 히트로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화에서 유래된 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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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다시 빌보드를 점령했다. 그런데 60여년전 1960년대 일본 대중가요 한곡이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일본의 전골 요리인 스키야키sukiyaki가 그 노래 제목이다.
사망한지 35년이나 지난 지금도 일본 국민가수로 추앙받는 사카모토 규坂本 九가 부른 이 노래는 원곡명이 ‘위를 보고 걷자上を向いて歩こう’인데 미국의 수입사에서 그나마 발음하기 좋은 일본 요리 이름을 붙였다.

이상한(?) 경위로 엉뚱한 음식 이름을 달고 미국에 발매된 이 노래가 1963년 6월15일부터 3주 연속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그것도 아시아 곡 최초)를 수성하자, 미국 현지에 스키야키 신드롬이 일어났다.

너도나도 스키야키를 찾자 일식집 뿐 아니라 스시집에도 어울리지도 않는 이 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정작 노래 가사엔 스키야키가 단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는다.


팝 중엔 카펜터스가 발표한 잠발라야jambalaya(원곡 행크 윌리엄스)가 있다.

이 노래는 가사에 명확하게 미국 남부식 쌀요리 잠발라야와 민물가재, 필레 검보(채소 스프)를 언급하며 입과 귀가 즐거운 가사를 들려주고 있다.


버티 히긴스는 카사블랑카에 팝콘과 캐비어를 대비해 갖다붙였고, 더 스매싱 펌킨스는 마요네즈를 노래했다. 정말 매출이 올랐는지 자료는 없지만 아마도 청취자들은 자연스레 그 음식을 보면 노래를 떠올렸을게 분명하다. 정광태의 ‘김치예찬’처럼 말이다.


짜파구리처럼 브랜드 자체가 노출돼 매출까지 끌어올린 경우가 해외에도 종종 있다. 스필버그 영화 E.T엔 도입부부터 허쉬 라즈피스 초콜릿 볼이 선명하게 등장하고 그해 매출이 65% 이상 올랐다는 후일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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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에선 앤드리아(앤 헤서웨이)가 미란다(메릴 스트립)를 위해 줄곧 나르던 카페라떼 4잔(1잔은 탈지분유)이 제3의 조연급으로 깊은 인상을 줬다.


국내외 모두 스타벅스가 매출신장을 거뒀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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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이뿐 아니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에서도 7세 지능의 주인공 샘(숀펜)은 스타벅스에서 일하며 딸 루시(다코타 패닝)를 홀로 키운다.


"훌륭한 선택입니다 Wonderful choice!" 어떤 커피를 주문하든 간에 샘은 고객에게 말한다. 영화가 끝나도 어찌 스타벅스 커피 한잔이 당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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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고교시절 영화 백투 더 퓨처Back to thr future 시리즈에서 펩시콜라만 마시는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폭스 분)를 따라 '찾기도 어려운' 펩시콜라를 찾아헤맨 바 있다.
1985년이 배경인 '백투더퓨처' 시리즈 2탄에서 마티가 브라운 박사와 함께 타임머신 드로리안을 타고 찾아간 곳은 2015년 10월21일이었다.
마티는 미래의 '카페 80's' 레스토랑에서 늘 하던대로 펩시를 주문하는데 미래형 펩시콜라가 등장한다.
실제 2015년이 도래하자 펩시콜라 사에선 영화 속과 똑같은 병모양 '미래형 펩시콜라' 6500병을 한정판으로 실제 제작해 판매한 적 있다.


참고로 코카콜라는 영화 부시맨(1980년)에 하늘에서 떨어진 '신의 선물'로 등장했다.


국내 유산균 음료 야쿠르트는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에게 To all the boy, I've loved before에서 주인공 라라 진(라나 콘도르)이 좋아하는 음료로 출연(?)한 이후, 현지에서 폭발적인 지명도와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뇌는 바보같지만 정직한 구석이 있다. 눈과 귀를 타고 들어온 기억의 잔상을 결국 찾아내 기어코 입으로 해결해버린다.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이라면 이를 적극 활용해봄직도 하다. 요리에 자신있다면 콘텐츠를 통해 침샘을 자극해 보잔 얘기다. 요즘처럼 ‘만남’이 없는 시기에 ‘맛남’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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