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중앙선 전철에서의 단상
역(驛)주행의 즐거움
by 이우석 더 프리맨 Feb 18. 2020
집이 멀어졌다.
학교 다닐 적부터 거의 10분 생활권에 거주하던 습관이 단단히 든 터라, 1시간이 넘는 출퇴근은 그야말로 질곡처럼 느껴졌다.
일산으로의 초대를 받아 든 지 어언 12년.
처음 3년은 어쩌면 앉아갈까 고민하며 지났다. 참고로 타율은 2할 대도 못 미쳤다.
갤럭시와 애니팡이 등장한 다음 3년째는 어떻게 지났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마저도 시들해지고 노화가 급속히 이뤄진 다음 3년째는 서서 조는 방법을 터득했다.
지금은 글을 쓴다. 앉아서도 서서도 모두 가능하다. 균형감각이 늘었고 스마트폰 다루는 기술도 통달했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씌운 마스크 사이로 새어 나온 입김이 이 따끔씩 안경을 가릴 뿐이다.
어딜 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앉기 위한 목적으로 전철을 타는 몇몇 노인들 사이에 서서 뭐든 쓴다.
출퇴근 시간을 자연히 피하게 되니 보다 여유롭게 두 손을 쓸 수 있다.
서울과 먼 집이 준 희열이요 실직이 가져다준 여유다.
오늘은 운 좋게 앉아서 쓴다. 일산역에서 수색역까지 쓴다. 용문까지 간다면 장편도 가능할듯하다. 즐거운 역驛 주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