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슬롯도 반할 기사 식당 돼지불백

위대한 한끼, 돼지불고기백반

by 이우석 더 프리맨
저도 불백 하나요


들어선 랜슬롯 듀 라크Lancelot du Lac가 원탁 맞은 편에 앉은 아서왕과 트리스탄을 흘끗 보며 말했다. 여긴 기사騎士 식당이니까.
나이프 따윈 필요없다. 엑스칼리버와 아론다이트가 있다. 아! 돈가스가 아니었지?.

어쩔 도리 없이 혼자 먹는 밥, ‘불백’이 요즘 인기좋다.

불백은 불고기 백반의 준말. 일하는 자의 체력을 다시 채워줄 든든한 밥이다.

백반은 랜덤의 미학이다.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

먹고싶은 것을 고르려면 돈을 더 내고 ‘찌개백반’이나 ‘불백’을 시켜야 한다.

백반에 선택메뉴를 더한 것이다.

보통 불고기라 이름은 소불고기를 말한다.

여기선 ‘돼지불고기 백반’. 돼지 앞다릿살이나 목살 등을 저며 달달한 간장양념에 재운(쉽사리 잠이 들진 않는다) 것을 연탄에 초벌한 후, 갖은 반찬과 함께 차리는 한상 식단이다.

시내 유명 '돼지불백집'은 대부분 기사식당이다. 기사Knight가 밥을 먹는 곳이 아니라, 원조 혼밥러(혼자 밥먹는 사람)인 (택시)기사Driver를 위해 생겨난 식당.


당연히 둥그런 원탁이 아니다. 자신의 밥을 집중해서 먹을 수 있도록 네모난 탁자를 오밀조밀 붙여놓은 식당이다.


그 식당에서 우리 택시기사님들이 돼지불백을 먹고 '뛰뛰빵빵' 종횡무진 도시의 미어터진 도로를 누볐다.

푸짐한 인심 덕에 이젠 운전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식도락을 위해 돼지불백집을 찾는다.


불고기로 배를 채우고 매운 고추로 졸음을 쫓는다. 무료 자판기 커피를 입에 물고 다시 일터로 나간다.

미뢰味蕾만 즐거운 어떤 식도락과도 비할 바 아니다.


서울 성북동 '쌍다리불백'은 입소문이 날 대로 난 집이다. 아마도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택시기사 중에 이 집을 모른다면 오늘 처음 누구 대신 '도급 알바'를 뛰러 나온 것일테다.

일찌감치 성북동 개천가 쌍다리 앞에 자리잡은 기사식당이다. 몇년 전 단독 건물을 지어 앞뒤로 주차장을 뒀다. 벽돌건물이 근사하고 편안하다. 실내도 여느 기사식당과는 달리 세련된 레스토랑 분위기를 낸다.

언덕배기 비탈길을 올라가야 하기에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집인데, '식때' 구분 없이 많은 이들이 쌍다리 불백을 찾아온다.


열에 아홉은 돼지불백. 갈길 바쁜 기사들을 위한 기사식당은 과연 빠르다.

의자에 앉으면 접시에 담은 불고기가 탁자에 오른다. 양념육이 살짝 타들어가며 불향이 코끝에 머문다. 척 봐도 탱탱한 비계가 부드러운 살코기에 찰싹 붙었다.

석쇠 직화로 구웠다가 낸다. 한점 들어 맛을 봤다. 부드럽다. 고기도 양념도 좋다,

잘 된다는 돼지불백집은 거개 간장 양념이다. 이 집도 그렇다. 살짝 달달하면서도 그리 세지않아 고기맛도 불맛도 지워버리지 않는다.

불을 만난 간장은 더욱 향긋하다.


쌈이 기본이다. 밥을 조금 올리고 부추와 무채를 넣은 쌈이 그리 짜지 않다. 고기 한 접시가 밥 한 공기 먹기에 다소 넘친다. 곁들인 반찬은 정갈하고 깔끔하다.

김치와 부추 무침을 제외하곤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다. 돼지불백의 강렬한 맛과 진한 기름의 자취는 바지락 조개 국물이 싹 걷어준다.


<이우석 놀고먹기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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