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아픈 학생은 누가 보호자에게 연락해야 하나?

상황에 따라 보건교사가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담임교사가 하는 것이 원칙

by 민들레

4시. 6학년 딥페이크 수업자료를 만드는데 교무부장선생님께서 조심스레 보건실에 오셨다. 지금까지 교장, 교감, 교무부장, 행정실장이 보건실까지 왔을 때 좋은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가능한 그분들이 보건실을 멀리하기를 바란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부장님이 여기까지 오신 걸 보면 심상치 않은 일인데. 걱정되네요.

-선생님, 밖에서 얘기 좀 나눠요?

부장님을 따라 보건실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 담임 선생님들이 학생이 아픈 경우 보건실에서 보호자에게 직접 연락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수업하는데 보호자에게 연락하라고 하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그러네요. 보건선생님께서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메신저 주시면 좋겠다고 해서요.


다른 학교도 학생이 아픈 경우에 보건교사와 담임교사 중 누가 보호자에게 연락할 것인가를 두고 다툼이 많다고 들었다. 최근 초등학생 보호자들이 예민해지면서 이런 갈등상황이자주 생기고 있다.


-부장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연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담임한테 보호자 연락을 요청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장님도 아시겠지만 우리 학교 보건실은 하루 방문 학생이 많습니다. 9시 30분부터 2시까지 보건실에는 항상 대기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또한 내과적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들은 건강사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제가 보호자에게 연락하다 보면 한 학생당 10분 넘게 소요됩니다. 특히 1, 2학년 학생들은 6학년 학생 건강사정 시간의 네 배는 소요됩니다. 저희 학교는 보건실 방문학생들의 대부분 저학년입니다.


요즘 보호자들 얼마나 예민합니까? 제가 조금이라도 지친 목소리로 전화하면 민원제기하고요. 바빠서 빠르게 말하면 빠르게 말한다고 뭐라고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대기 학생이 많은데 끝없이 이야기하시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면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제가 가정요양이나 병원진료가 필요한 모든 학생들의 보호자와 연락한다면 어쩌면 가벼운 증상으로 보건실에 온 학생이 길게는 30분, 40분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보호자의 성향이나 가정상황도 모릅니다. 그런 전반적인 상황을 담임교사가 잘 알고 있습니다. 부부가 학기 중간에 이혼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아빠한테 전화했다가 어머니가 보건실까지 쫓아와서 자신이 양육하고 있는데 왜 아빠에게 연락했냐며 소리 질렀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보호자는 왜 늦게 전화했나고 다그치고, 어떤 보호자는 별 것도 아닌 걸로 전화했다고 합니다. 직장에서 바쁜데 학교에서 알아서 하지 전화했다고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분들도 있고요. 특히 남성 보호자들이 소리 지르고 화내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저는 교실 상황도 모릅니다. 치료받으러 온 학생의 말을 통해서만 알 뿐입니다. 보호자에게 학생이 아프다고 말하면 일부 보호자는 교실 상황을 묻습니다. 그러니 담임 선생님께 보호자 연락을 하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보호자에게 연락하여 가정요양이나 병원진료를 권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열나는 학생들입니다. 감염병 예방 매뉴얼에서도 감염병이 의심되는 학생은 가능한 한 빨리 하교조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보건실은 이미 면역력이 떨어져서 온 학생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열이 나서 감염병이 의심되는 학생을 침대에 눕혀놔야 하나요? 침대에 누울 자리가 없어서 교실로 가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이 문제를 제기한 선생님께서 보건실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셨으면 좋겠네요.


보건실을 운영하다 보면 질환별로 방문하는 학생이 많은 시기가 있습니다. 열나는 학생이 많은 시기라면 담임 선생님은 두어 명의 보호자에게 연락하면 되지만 저는 20명이 넘는 보호자에게 계속 연락해야 합니다. 또 요즘 보호자들은 모르는 전화번호라고 보건실 전화를 잘 안 받습니다.


어떤 보호자들은 보건실이라고 말하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요. 일부 보호자들은 학생이 아픈데 담임교사가 연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엄청 서운해합니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학교 내에서 학생의 보호자 아닌가요? 그렇다면 학교 내에서 학생과 관련 있는 사항, 특히 건강이나 안전과 관련된 상황은 수업보다 중요한 일이기에 수업을 멈추고라도 담임교사가 보호자와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에 제가 하는 전화가 수업에 방해된다면 전화를 안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부장님 개인 사정상 보호자와 연락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는 저에게 말하면 제가 보호자에게 전화해 줄 수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들은 보건실 상황을 모르고 저는 교실 상황을 몰라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인 것 같네요. 제가 다음에 교직원회의에서 발언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선생님.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교육청 지침은 응급상황에서 보건교사는 담임교사에게 통보하고 담임교사는 학부모에게 연락하게 되어있다. 결국 관리자와 면담 후 교육청 지침대로 하기로 했다. 교직원회의 때 교육청의 응급상황 시 업무분장 방향에 대해 안내하고 상황에 따라 지금처럼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누가 연락하면 어떠하리. 학생만 안전하고 건강하면 될 일이다. 모두가 고단하고 바쁜 학교에서 서로서로 위하고 살아보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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