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보건실엔 보건선생님이 2명?

보건교사 2인 배치교에 근무하는 초등 보건교사 이야기

by 민들레

학교보건법 제15조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② 학교(「고등교육법」제2조각 호에 따른 학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 및 제15조의 2에서 같다)에 제9조의 2에 따른 보건교육과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두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학교에는 순회 보건교사를 둘 수 있다. <개정 2021. 6. 8.>

③ 제2항에 따라 보건교사를 두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2명 이상의 보건교사를 두어야 한다. <신설 2021. 6. 8.>[전문개정 2007. 12. 14.][제목개정 2012. 1. 26.]


2022년부터 36 학급 이상의 학교에 보건교사 2인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보건교사 2인 배치가 완료된 비율은 71.4%였다.


보건교사들은 전보인사 내신을 제출할 때 대부분 과대학급을 피한다. 학교규모가 클수록 관리해야 할 학생이나 교직원의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건교사 2인 배치교는 인사내신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교사나 신규교사가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 근무지는 24 학급으로 학교규모가 작았는데 1형 당뇨 학생이 있었다. 초등학교에 1형 당뇨 환아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에서의 돌봄 정도에 따라 보건교사의 역할이 달라진다. 내가 지도한 학생은 취약한 환경의 학생이어서 보건교사가 할 일이 많았다. 그 학생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에게 많이 의지했고, 수시로 저혈당이 왔었다. 병원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양육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마음 졸인 날도 많았었다. 나는 그 학생을 4년 가까이 지도하면서 지칠 대로 지쳤다. 당뇨환아를 지원하는 보조강사가 있긴 했지만, 주당 12시간 근무였기에 학생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학교에 힘들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공감도 받지 못해 외롭고 서러웠다. 이런 이유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가 있는 2인 배치교를 지원하게 되었다. 나는 우리 지역 2인 배치교 근무 교사 중 교육경력이 가장 많은 정규직 교사였다.


2022년에 보건교사 2인이 배치되면서 업무분장으로 분쟁이 있는 학교가 있었다. 이에 우리 지역 교육청에서는 2023년부터는 보건교사 2인 배치교 업무분장 표준안을 만들어 일선학교에 배부했다. 교감 선생님께서 표준안 대로 업무를 분장하시고 나에게 다시 한번 수정해 주라고 하셨다. 아토피 센터에서 운영하는 사업만 기간제 선생님 업무에서 내가 가져왔다.


2인 배치교는 정규직 보건교사와 기간제 보건교사가 배치된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2023년 주변이 재개발되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로 인해 학급수가 늘어나 보건교사가 2인 배치 되었다. 2월 인사발표가 난 후 학교에 가니 기간제 교사는 아직 뽑혀 있지 않았다.


1인 보건실을 2인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느라 정식 발령받기 전인 2월에 상당히 많이 출근했다. 기간제 선생님 업무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그 공간을 마련하느라 시간을 많이 사용했다. 학교에 말해 전화기를 놓고 업무용 책상과 컴퓨터도 사달라고 했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 보건 선생님이라 시간 외 근무도 못 내준다고 미안해하셨다. 밤늦게 학교를 나가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김밤을 건네주기도 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교장 선생님은 늘 8시 이후에도 학교에 계셨던 것 같다. 3월에 같이 발령받은 다른 선생님들이 내가 학교시스템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어서 전입교사인지 몰랐다고 했다. 기존 교사처럼 보였단다. 보건실 환경구성이 끝나고 보건실을 둘러본 후 얼마나 혼자 만족했는지 모른다.

앞 출입문과 뒷 출입문으로 보건 1실과 2실로 구분. 내 책상에서 바라본 보건 2실(보건실 안 상담실이었던 알파룸을 기간제 선생님 공간으로 만들었다.)

나는 기간제 보건선생님께 학년을 구분하여 담당하자고 제안했다. 선생님께서 흔쾌히 수락해 기간제 보건선생님은 1,4, 5학년, 나는 2,3, 6학년을 맡았다. 1학년은 손이 많이 가니 1학년을 담당하는 보건교사가 그래도 다루기 수월한 4, 5학년을 담당하기로 했다. 우리는 한쪽에 아픈 학생들이 몰리거나 서로의 보건수업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자신의 담당학년이 아니어도 학생을 처치한다. 담당 학년을 구분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담임교사들은 보건 관련 업무를 문의할 때 해당 학년 보건선생님께 문의했다. 보건교사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상태와 담임선생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학년이 구분되지 않는 선생님들은 내가 담당했고, 그들은 담임교사가 아니기에 업무협조나 문의를 받을 일이 거의 없었다.


보건수업은 수업하는 학년의 반을 반으로 나눴다. 한 학년이 8개 반일 경우 4 반씩 나눠서 들어갔다. 우리는 서로 보건수업 자료를 공유하고 수업시간에 생긴 고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다 보니 수업이 더 풍성해지고, 수업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학생처치에서도 서로 의논하여 처치를 하게 되면서 혼자 근무할 때보다 사용하는 의약품이나 처치 방법들이 더 다양해졌다. 그에 대한 혜택도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갈 수 있었다.


매일 아침 둘이 커피를 마시면서 업무협의를 한다. 전날 처치과정에서 의문이 있었거나 학생이나 교직원과 있었던 이야기 나눈다. 다른 학교 근무할 때는 특수, 유치원, 영양 선생님들과 친했다. 교무실무사 선생님과 친해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2인 배치교에서 근무하고 난 후로는 더 이상 다른 교직원을 찾아가지 않는다. 기간제 선생님과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하고 격려하고 위로받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나는 1인 배치교에서는 보건실 섬,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는 원시인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문명인이 되었다.


119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도 함께 응급처치 하니 훨씬 수월했다. 혼자 119에 전화하면서 학생상태 살피고,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담임이나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행정실에서 카드 가져오고, 학교 지킴이에게 연락해야 하는 일들을 둘이 나누서 한다. 응급상황에 의료인 둘이다 보니 든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응급상황에 당황하지 않게 되어 응급처치 실수가 줄었고, 학생을 안정시키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혼자 근무할 때는 점심시간마다 급식실로 찾아오는 학생들 때문에 제대로 급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또한 최대한 빨리 급식을 먹고 보건실로 가서 아픈 학생들을 치료했다. 아는 보건샘은 급하게 점심을 먹어서 체한다고 점심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기간제 선생님과 교대로 점심을 먹는다. 학생들은 언제나 보건실에 보건선생님이 있어서 급식실까지 보건선생님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학생들은 즉각 즉각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어서 좋고, 나는 여유롭게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많은 보건선생님들이 출장, 연가를 사용할 때마다 보건교사 부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응급상황 때문에 관리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관리자가 눈치를 주지 않아도 학생들이 걱정되어 보건실을 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2인 배치교에서는 보건교사 부재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

많은 학교가 보건교사 부재 시 업무대행자로 교감선생님을 지정한다. 보건교사가 없으면 아픈 학생들은 교감선생님이 계시는 교육지원실에 간다. 그럼 교육지원실에 있는 선생님들이 응급처치를 해준다. 그러다 보면 보건교사가 교내에 없을 때마다 응급처치를 하는 교사는 자신의 담당업무가 아니기에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그런 마음이 은연중 보건교사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보건교사 커뮤니티에서 일부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께서 하는 업무마다 태클을 걸거나 의논 없이 무리한 업무를 진행하고, 보건실을 자주 비워 동료 보건 선생님께 업무부담을 주는 경우다.


2인 배치교에 발령받고 기간제 보건 선생님과 어떻게 지낼까에 대한 고민을 좀 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평등하게 지내자였다. 내가 경력이 많고 정규직이다고 절대 갑질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기간제 보건선생님은 비정규직이다 보니 부당한 일들에 대해 학교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힘든 위치다. 왜냐면 계속 재계약이 되어야 하니까. 그래서 부당한 일에는 내가 앞장서기로 마음먹고 그렇게 하고 있다. 업무를 누군가 더 해야 한다면 내가 하고 있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등 언제 다시 신종 감염병이 출현할지 모른다. 의사들은 소아과 전공을 기피한다. 왜냐면 보호자의 민감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보건실에 대한 보호자의 민감도도 현장에선 어마무시하게 느껴진다. 또한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 관련 업무까지 무차별적으로 보건교사에게 부과되고 있다. 학교규모와 상관없이 보건교사 업무의 질과 양은 이미 사회적 요구에 의해 크게 늘어났다.


보건교사 2인 배치는 교사의 편의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학생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 2인이 배치되길 희망해 본다.

2025. 9. 1 보건교사 2인 배치교 발령받은 지 2년 6개월 차 되는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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