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의 방학 중 연수

방학 중 역량강화를 위해 연수를 받다

by 민들레

보건교사는 학교에서 대부분 홀로 근무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혼자보다 함께 배울 때, 시야가 넓어진다.


8월 6일부터 8일까지 14시간 동안 건강증진교육활성화를 위한 보건교사 직무연수 받았다. 신청 이유는 단순했다. ‘역량강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수를 받으러온 선생님들 중에는 사오십대가 가장 많았다. 경력도, 경험도 풍부한 분들이었지만 늘 배워 학교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이다. 특히 정년퇴직을 앞두고도 연수에서 참석하시어 질문하고 나누는 선배 선생님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강사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여러 곳에서 연수를 했지만, 이렇게 열심히 참여하는 분들은 처음입니다. 고개를 끄덕이시고 눈이 초롱초롱해서 강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차도 좀 마시고 쉬엄쉬엄 들으셔도 됩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신 내용입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두들 모범생처럼 색펜으로 밑줄을 긋고, 중요한 슬라이드가 나오면 찰칵찰칵 사진 찍고, 카페인을 채워가며 집중했다.


의료사안 발생 시 대처방법

강의를 듣고 학교 내 확실한 응급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강사는 간호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변호사였다. 그는 진실을 늦게 말하는 것, 내 입장에서 말하는 것, 팩트는 정확한데 증거가 없는 것은 거짓말이 될 수 있다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에서 응급처치하다 보면 모든 상황을 혼자 감당하느라 기록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 학교처럼 하루 보건실 이용자가 80명이 넘는 보건실에서의 자세한 기록이란 너무 벅찬 일이다. 그러나 의료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단다. 적자생존, 잘 적어야 생존할 수 있다.


근골격계 외상

소아의 뼈와 근육 성장에 대해 다시 복습했다. 이 강의는 정형외과 교수님이 하셨다. '어린이는 성인의 반이 아니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처럼 어린이의 몸이 어른의 몸과 다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번 연수에서 처음 알게 된 것이 ‘오타와 룰’이었다. 어쩌면 교수님 말씀처럼 '오타와 룰'을 대학 다닐 때 배웠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타와 룰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발한 응급실 외상환자 진료 지침으로, 발목이나 발 부위를 다쳤을 때 X-ray 촬영이 필요한지 가려내는 기준이다. 강의가 끝난 뒤, 집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더 공부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교수님은 응급환자를 위해, 같은 전공의가 있는 다른 병원 의사와 휴가도 교대로 간다고 했다. 불철주야 환자를 위해 대비하는 모습이 인상 깊고 존경스러웠다. 문득, 아는 분의 자녀가 전문의였는데, 일이 너무 힘들고 급여가 적어 병원을 그만두고 미용 관련 의원을 연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순간, 돈의 유혹을 견디며 병원에서 묵묵히 근무하는 교수님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보건실 약품관리

보건교사 맞춤형 강의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치 사전조사를 한 듯, 보건교사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고민하는 사례를 정확히 짚어줬다. 강사분은 약사로 대한간호협회 보수교육에서도 같은 주제의 인강을 찍었다고 한다. 나도 이번에 간호사 보수교육으로 그 강의를 다시 한번 더 들어야겠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소아에게 적합한 일반의약품을 알아야 하고, 성인인 교직원에게 사용할 약에 대해서도 숙지해야 한다. 안전한 의약품 사용은 필수다. 특히 일반의약품을 자주 다루는 보건교사에게 약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스포츠 테이핑

스포츠 테이핑은 유튜브로 독학하던 내용을 실전 경험이 풍부한 강사에게 직접 배우니 귀에 쏙쏙 들어왔다. 원래 2시간 예정이었지만, 수강하던 선생님들의 뜨거운 관심에 강사분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퇴직해서 시간이 많습니다. 이렇게 강의하고, 배우려는 분들에게 알려주는 게 삶의 기쁩니다. 그런데 선생님들 눈을 보니 더 배우고 싶은 의지가 활활 타오르네요. 우리 한 시간 더 해볼까요?”

순간 강의실에 환호가 터졌고, 강의는 한 시간이나 더 이어졌다. 교사라서 그런 걸까. 연수에 온 선생님들의 배움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학교 응급상황 별 처치

이 강의에서 마음에 남은 이야기는 보호자가 올 수 없는 늦은시각에 학생을 돌보기 위해 응급실에 왔다는 담임교사의 사례였다. 의료진이 학생 곁에서 밤을 새우겠다는 담임교사를 겨우 겨우 집으로 돌려보내고, 밤새 학생을 지켰다고 했다. 연수에 오지 않았다면 밤낯을 가리지 않고 학생을 지키는 담임교사와 응급실 의료진의 노고도 몰랐을 것이다.

이 강의는 응급의학과 교수님이 하셨다. 교수님께서 다양한 응급 상황과 그 속에서의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할 때, 학교에서 혼자 응급상황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던 내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지난해 방학 때 연수받으러 와 낙뢰 사고로 심정지 상태였던 교사를 심장압박으로 살린 사례는 감동적이었다. 40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이어간 교수님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다. 나도 교수님처럼 학교에서 묵묵히 맡은 바를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보건수업 주제별 수업 안 만들기

마지막은 현직 보건건선생님이 하시는 주제별 보건수업 안 만들기 연수였다. 그 현직 보건선생님은 연수대상자였던 나다. 교육 대상자가 저경력 교사라고 들었지만, 연수 확정자 명단을 보니 고경력 교사가 대부분이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저경력 교사 신청이 적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고경력 교사까지 연수 기회를 갖다고 한다. 고경력자가 많은 만큼 나는 서로의 보건 수업과 노하우를 나누는 방식으로 연수를 진행했다'

'나는요'라는 활동을 통해 보건수업에 대한 선생님들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나누었다. 선생님들은 보건수업에 대해 배우고 싶지만 배울 기회가 많지 않고, 학교 내 같은 전공의 동료가 없다 보니 수업을 나눌 기회가 없다고 했다. 그로 인해 선생님들이 수업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어떤 보건수업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학생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수업을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연수에 참석한 선생님들은 나와 다른 모습의 또 다른 나였다. 우리는 서로의 보건수업을 나눴다. 그런데 보건수업에 확신이 없다던 선생님들이 자신의 수업을 소개할 때는 눈을 반짝이며 수업과정을 설명했다. 수업을 설명하는 그 시간에 그 선생님은 수업하는 반안에 있는 보건교사의 모습처럼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나는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2학기에 적용해 봐야지라고 다짐했다.


연수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함께한 선생님들께서 서로에게 ‘사랑의 언어’를 선물하며 연수를 마무리했다. 나는 강사였는데 네 분이 사랑의 언어를 선물해 주셨다. 더 멋지고 훌륭한 보건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다른 보건선생님들과 근무지가 달라 이야기를 나누고 가까워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보건교사라는 일에 확신이 없었던 적도 꽤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수를 통해 열정 가득한 선생님들과 깊이 소통하며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고, 지금까지 잘하고 있었는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연수의 목표는 역량강화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 목표를 이뤘다.

벌써부터 2학기에 나의 새로운 역량을 어떻게 발휘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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