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김막례
우리 엄마 김막례
예전에 우리 엄마는
빨리빨리 걸으셨어요.
왜냐고요?
조금이라도 빨리 밭에 가서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해야 했거든요.
밭에서 엄마는 풀을 뽑고
밭에서 엄마는 고추를 땄고
수박, 참외, 토마토, 오이도 기르고
깨를 자르고 묶으셨죠.
우리 먹이고 키우려고요.
예전에 우리 엄마는
빨리빨리 걸으셨어요.
왜냐고요?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서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집안일을 해야만 했거든요.
집에서 소와 닭을 키우고
집에서 아궁이에 불 지펴서 밥을 하고
한겨울에 찬물에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그 많던 침구와 옷 가지들 바느질하셨죠.
우리 입히고 키우려고요.
예전에 우리 엄마는
빨리빨리 걸으셨어요.
왜냐고요?
조금이라도 빨리 장에 가서
산더미처럼 장을 보셔야 했거든요.
장에서 콩, 깨, 고추 팔아
장에서 아이들 옷 사고 신발 사고
과일 사고 생선 사고
가끔 그림책도 한 권씩 사주셨죠.
우리들 먹이고 입히려고요.
지금의 우리 엄마는
느리게 느리게 걸어요.
왜냐고요?
예전에 쉬지 않고 빨리빨리 걸어서
다리가 아프거든요.
밭에는 농작물이 없고
집에서 키울 소가 없고
장에서 사고 팔 물건이 없고
아이들이 없거든요.
아이들을 먹이고 키우지 않아요.
지금의 우리 엄마는
느리게 느리게 걸어요.
왜냐고요?
이제는 다리가 아파서
걷기가 힘들거든요.
밥도 전기밥솥에 조금 하시고
빨래는 세탁기가 조금 하고
바느질할 옷도 침구도 없고
아이들이 다 커 집을 떠나서
아이들을 입히고 먹이지 않거든요.
이제 우리 엄마는
느림보가 되고야 말았어요
엄마의 느린 걸음처럼
시간도 천천히 가면 좋겠어요.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시면 좋겠어요.
우리 엄마 김막례,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엄마 김막례,
고맙습니다.
우리 엄마 김막례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