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많은 엄마들이 있어요.
나는 오늘도 키보드를 다다다다닥
두드리고 있었다.
훌쩍훌쩍.
유주가 울면서 보건실에 들어온다.
유주 양 옆에 정희와 소연이가 찰싹찰싹 달라붙어있다.
나도 얼른 그 무리에 들어간다.
나는 과한 억양으로
"유주야, 무슨 일이야?"
유주가 말하기도 전에 소연이가 먼저 대답한다.
"주찬이가 때렸어요."
"왜?"
"자기 화난다고요.'
"왜 화났는데?"
"다른 애가 주찬이 놀렸는데요, 그 애가 유주랑 친하다고요."
"정말? 주찬이 왜 그런데?"
"원래 그래요."
소연이 말이 끝나자 유주는 더 서럽게 훌쩍훌쩍거린다.
"유주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겠구나. 황당하겠다. 그지?"
"네..."
처음으로 유주가 입을 열었다.
"유주야, 울지 마."
"네..."
유주의 울음소리가 조금 줄어든다.
"유주야, 주찬이가 때려서 피나고 멍들었냐?"
유주는 고개가 저었다.
"유주야. 너는 마음이 피나고 멍든 거야.
주찬이가 네 마음을 때린 거야. 맞지?"
"네...."
"유주야, 얼음찜질 하자. 아플 땐 얼음찜질이 최고야.
그럼 금방 나아. 선생님, 믿어."
나는 냉장고에서 얼음팩을 꺼냈다.
정희가 얼른 얼음팩을 유주 팔에 대준다.
얼음이 유주의 아픔을 줄여줬다.
유주는 울음을 그쳤다.
"주찬이가 백대 때려뿌럿냐?"
"아니요. 한 대 때렸어요."
이번에도 소연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유주의 울음이 너무 과했나 보다.
"선생님은 한 백대는 때린 줄 알았어.
유주가 너무 울어서. 그래도 한대라 진짜 다행이다."
백대라는 말에 아이들이 소리 없이 웃는다.
그때 소연이가 우쭐대며 말했다.
"선생님, 유주는 아픈 게 아니라 제가 '괜찮아?'라고 물어서 운 거예요. 서러운데 엄마가 '괜찮아?'라고 물으면 꾹 참던 눈물이 빵하고 터지잖아요.
제가 유주한테 엄마 같은 존재예요."
유주랑 정희가 소연이 말에 작은 소리로 웃는다.
소연이는 큰 소리로 웃는다.
"선생님도 서러울 때 엄마 전화 와서 운 적 있는데...
너희들도 그러는구나."
"네"
이번에도 소연이가 대답하고
유주랑 정희는 웃으면서 고개만 여러 번 끄덕인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힘들 때 너희들이 소연이처럼 선생님 엄마 해주라."
"네"
"앗싸, 나는 학교에 엄마가 셋이다!"
"나는 보건샘 엄마다!"
내 초등학생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춤추며 보건실 담을 넘어간다.
그때, 유주의 새로운 엄마 네 명이 아주 조심스럽게
보건실 문을 열고 등장한다.
리본핀을 한 엄마가
"유주야, 괜찮아?"라고 물으니 유주가 방긋 웃는다.
네 명의 엄마들이 우리 무리에 들어왔다.
"유주야, 이제 너 교실로 가도 되겠다. 약 먹고 연고 다 발랐다."
초등학생 엄마들의 눈이 물음표로 바뀌었다.
"방금 사랑연고 바르고 우정약도 다섯 개나 먹었잖아. 그래서 다 나았어."
그 말을 이해한 소연이가 우쭐대며 말한다.
"유주야, 나 비싸고 좋은 약이야!"라고.
다른 엄마들이 "아~"하면서 늦은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 유주, 11년 인생 잘 살았다. 주찬이한테 한 대 맞았는데 친구들이 이렇게 걱정해 주고. 유주는 좋겠다. 너무 부럽다."
초등학생 엄마들이 낄낄대며 웃는다.
유주 얼굴빛이 한결 밝아졌다.
"선생님이 주찬이는
담임선생님한테 혼내주라고 할게"
'혼내주라고"를 스타카토로 말했다.
주찬이가 혼나는 모습을 그새 상상했는지
나의 초등학생 엄마들이 깔깔깔 웃는다.
나도 깔깔깔 웃는다.
단순한 녀석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정말 소중하다.
언젠가 그 단순함이 그리운 날이 올 것이다.
나처럼.
"인자 가도 되겠다.
잘 가."
여섯 명의 엄마가 짹짹거리며 방앗간을 나간다.
나는 다시
다다다다닥 키보드를 두드린다.
보건실에는 몸보다 마음이 아파서 오는 아이가 더 많다. 유주는 팔이 아파서 온 게 아니라, 주찬이에게 마음을 맞아서 온 것이다. 다행히 유주의 친구들이 서로서로 위로해 주며 유주의 속상한 마음을 감싸주었다. 그 덕분에 유주는 금세 웃음을 되찾았다.
보건교사는 마음을 다치게 한 학생을 담임 선생님이 혼내줄 거라고 ‘꼭’ 말해줘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다친 아이가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다.
그날, 나는 주찬이의 담임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담임선생님은 이미 다른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며, 주찬이를 혼냈다고 했다. 주찬이는 유주가 교실에 오면 유주에게 사과할 것이다.
학교 안에는 수많은 초등학생 엄마들이 존재한다.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는 초등학생 엄마들을 통해 나는 매일 위안 받고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