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앙앙앙앙
울음소리.
보건실에서 들리는 소리.
무릎이 까진 하영이.
넘어진 자리에 찰싹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지나가던 특수샘이
바닥에서 뜯어 안고
보건실로 데려왔다.
처치용 의자에 내려놓자
이번에는 의자에 찰싹.
엉덩이가 붙었다.
앙앙앙앙
울음소리도 입에 찰싹 붙었다.
"치료하자."
무릎이 치료하려는 나의 손 휙 피하고
눈은 왕방울이 되었다.
"안 아프게 해 줄게. 괜찮아."
무릎은 내 손을 거부한다.
의악 의악 의악 울음소리에
내 손은 그만 얼어붙는다.
'기다리자. 준비될 때까지.'
"하영아, 준비되면 말해. 그때 치료하자."
울음이 멈춘다.
하영이 눈이 날 피한다.
나는 다른 아이를 치료한다.
하영이는 의자에 찰싹 붙어있었다.
힐끔, 힐끔
내 손을 감시한다.
'귀여운 녀석.'
담임선생님이 보건실에 온다.
"하영아, 치료하자."
담임선생님이 매달려도
하영이는 꼼짝 안 한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요."
"벌써 한 시간이나 기다렸잖아요.
어머니 오시라고 해야겠어요."
걱정 한가득, 엄마가 왔다.
"하영아, 치료하기 싫으면 집에 가자.
어서 일어나."
애걸복걸한다.
하영이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힘껏 입안으로 잡아당긴다.
어머니의 한숨소리
'아이고'깊기도 깊다.
애절한 눈빛.
소용없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게요.
하영이 준비되면 연락드릴게요."
어머니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축축해진다.
하영이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다.
담임이랑 어머니가 어쩔 수 없이
보건실을 나간다.
한 시간 후
하영이는 의자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엉덩이를 떼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처치대 커튼 뒤로 숨는다.
'그래, 두 시간이나 앉아 있느라 고생했다.'
하영이를 바라봤다.
내 시선을 피한다.
'좀 더 기다릴게.'
보건실에 문이 열린다.
"선생님, 이 애는 뭐예요?"
"응. 치료 기다리는 중.
너랑 이름 같아. 1학년 하영이."
6학년 하영이가 신기하듯 웃는다.
하영이가 또 다른 하영이에게
"이것 먹어."
에이스를 건넨다.
1학년 하영이 손에 에이스가
달라붙었다.
"안돼." 나는 반사적으로
1학년 하영의 에이스를
빼앗으려고 잡아당겼다.
힘이 세다.
'엄마가 과자 줬다고 민원제기 할 수 있어.'
다시 한번 영차, 영차.
에이스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하영이 손에 달라붙은 에이스가
떼어지지 않는다.
'그래, 먹어라. 먹어. 무슨 일이야 있겠냐.'
6학년 하영이가
"합창대회 영상이에요."
"노래 엄청 잘한다. 멋지다.
나중에 가수 돼서 모른 척하면 안돼."
6학년 하영이가 웃는다.
1학년 하영이가 과자 먹으며
힐끔힐끔 우릴 훔쳐본다.
그 틈을 타
"1학년 하영아, 치료하자."
다시 내 눈을 피한다.
그렇게 10분이 흘렀다.
'오늘 치료는 못하겠다.
다음에 하지 뭐.'
"어머니, 하영이 의자에서 일어났어요."
1학년 하영이가 금메달 딴 것마냥
엄마는 기쁜 얼굴로 보건실에 들어온다.
"하영아, 집에 가자."
한숨은 사라졌다.
"의자에서 혼자 일어난 것 만도 대단하다.
다음엔 치료도 해보자."
나는1학년 하영이랑 눈 맞춤을 하려고 한다.
하영이는 이번에도 피한다.
1학년 하영이가 엄마 손을 잡고
보건실을 나간다.
또 다른 하영이가
"하영아, 잘 가."
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자란다. 때로는 천천히, 아주 느리게 걸음마를 떼기도 한다.
어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속도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