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경영이
까까머리 경영이.
까만 혈당측정기 케이스를 들고
조용히 보건실로 날아온다.
부끄럼쟁이.
"왔어. 손 씻고 검사해요."
웃는다.
손을 씻고
침대 안쪽으로 들어간다.
작은 손으로
까만 혈당측정기 케이스를
연다.
채혈기를 빼고
침을 넣는다.
혈당기에
스트랩을 꽂는다.
알콜솜으로
손가락을 닦는다.
알콜이 마르기를
기다린다.
채혈기로
손가락을
툭 찌른다.
내 맘도 툭 찌른다.
'얼마나 아플까?'
변함없는
덤덤한 표정.
손가락에서
피를 짜서
혈당스트랩에 묻힌다.
알콜솜으로
손가락을 꾹 눌러
지혈한다.
269mg/dl
높다.
채혈침을
페트병 휴지통에 버린다.
알콜솜을
휴지통에 버린다.
"고생했다."
수줍은 미소.
맘이 짠해진다.
조용히 고개 숙여
작은 목소리로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한다.
"그래. 잘 가."
조심스러운 날갯짓
보건실에서 날아간다.
아픈 참새.
모두가 평온하다.
그러나 내 맘은 슬프다.
체중저하와 잦은 복통, 오심, 빈뇨는 혈당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장염인 줄 알고 입원했다 뒤늦게 당뇨진단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체중감소에 의심을 품고 담임선생님이 경영이를 보건실로 데려왔다. 아이가 마침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혈당을 쟀는데 300mg/dl가 넘었다. 보호자에게 전화했다. 경영이는 그렇게 당뇨진단을 받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이 상황을 경영이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겉모습은 평온해 보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질문을 한다. '신은 있는 걸까?'
천사 같은 아이들이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당뇨는 너무 가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