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고 싶은 사춘기 소녀에게
가늘게 찢어진 눈.
입술 위, 수염 같이 푸르스름한 멍자국.
큰 키에 마른 체형.
“모델이 되고 싶어요.”
언젠가 말하던 6학년 예솔이.
그 아이가 눈웃음치며 살랑살랑 보건실로 날아든다.
“선생님, 속눈썹 뽑아서 아파요.”
나는 과장된 목소리로 묻는다.
“왜, 뽑았어?”
예솔이는 끝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말한다.
“있잖아요. 속눈썹 하나가요. 삐죽 나와서요, 보기 싫어서 뽑았어요.”
속눈썹은 사라졌지만, 아픔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입술 위는 또 왜 그래?"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백하듯 속삭인다.
"실은요. 페트병 안에 입술을 넣고요. 빨아들이면요. 입술이 두꺼워진다고 해서요."
"에그, 혹시나 하고 따라 했구나."
"네"
수줍게 웃는다.
페트병은 사라졌지만, 수염 같은 푸르스름한 멍자국은 남아 있다.
“너는 지금 충분히 빛나고 예뻐.”
“정말요?”
눈이 동그래진다.
“그럼. 당연하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킥킥 웃는다.
나는 덧붙인다.
“예뻐지려고 공작 깃털 주워 붙이다가 오히려 웃음거리 된 까마귀 이야기 알지? "
"네."
"참새가 짹짹짹 거려야지 까악 까악 울면, 선생님이 못 알아본다."
"까악 까악"
이내 곧 큰소리로 "네. 짹짹짹" 맑고 경쾌한 웃음소리를 낸다.
예솔이는 사라졌지만, 예솔이 웃음소리는 보건실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5, 6학년 여자 아이들은
손톱엔 네일아트 하고 싶고,
머리는 염색하고 싶고,
얼굴엔 화장품을 바르고 싶고,
입술에는 틴트를 칠하고 싶어 한다,
몸매는 날씬해지고도 싶고,
눈썹은 진해지고 싶고,
속눈썹은 멋지게 올라갔으면 싶고,
뾰루지는 아예 안 났으면 싶다.
용돈의 대부분을 뷰티에 쏟아붓는 아이들.
우리는 이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TV만 켜면 쏟아지는, 화려하게 꾸민 연예인들의 모습에 아이들이 이렇게 시간을 빼앗겨도 되는 걸까?
내 시절엔 앞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려 ‘닭 볏’처럼 세우는 게 유행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나보다 서른 살 아래인 큰아이 때만 해도, 틴트 바르고 염색하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학교 아이들은 손톱, 머리, 얼굴, 입술, 몸매, 눈썹, 피부까지—
해야 할 게 끝도 없다.
2025.8.29 홀로 남은 보건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