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과의 카드게임

아이들과 놀아줘야 한다. 아이들에게 노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by 민들레

2시 즈음 중앙정원 마루에 둥지를 틀었다.

수업 끝난 참새들은 모두 핸드폰 게임 중.


"선생님이랑 카드게임 하자."

동그란 눈으로

핸드폰 대신 날 바라보는 참새들.


"선생님이 개발 중인 게임이야. 재미있어. 같이 해보자."


둘러앉았다.

참새들이 웃는다.


"흡연은 나쁘니까 흡연카드는 버리고,

금연은 좋으니까 금연카드를 모으자.

미션카드로 다른 사람 금연카드를 뺏자."


손에 쥔 여섯 장의 카드.

랜덤으로 버리고, 모으고, 미션 하고.

하하 호호, 즐겁게 한 판.


"근데. 이제 선생님 일하러 가야 해."


아쉬워하는 참새들.

"선생님, 너무 재미있어요. 한 판 더해요."

"선생님이랑 노니까 재미있어요."

"진짜 선생님이 만들었어요?"


못 이긴 척.

다시 버리고 모으고 미션 하고.

하하 호호, 즐겁게 한 판.

그 사이 다른 참새들이 우릴 둘러쌌다.


"진짜, 인자 일해야 해.

선생님 이러다 교장선생님한테 잘린다."

잘린다는 말에 뒤로 자빠지며 히히덕 히히덕거리는 참새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장선생님한테 말하지 마."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나를 지켜주려는 참새들. 고맙다.


게임에서 이긴 참새가 말했다.

"보건샘, 내일 또 해요."

"그래."


다음 날 보건실 문을 열고 참새 두 마리가 날아왔다.

"샘, 오늘 카드게임 하기로 했잖아요.

애들이 기다려요."


잊고 있었다.

"그래."

참새들과 중앙정원 새 둥지로 쉬잉 날아갔다.

2025.9.12


지난 학기 4주 동안 보건교생을 지도하며 다양한 놀이 수업을 구상했다.

카드게임을 만들어 교생선생님께 쳇 gpt로 카드를 제작하게 했고, 교생선생님께서 5학년 한 반을 지도하고 가셨다. 하지만 한 반만 적용했고, 교생이 지도했다는 특이사항 때문에 게임의 문제점이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교생 선생님 수업은 잘하든, 못 하든 학생들이 마냥 좋아함.)


중간놀이시간 보건실 복도를 서성이는 아이들을 불러 게임 판씩 시켰다. 게임 한 판을 할 때마다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났다.


그날 급식을 늦게 먹고 좀 쉬려고 중앙정원 마루에 갔는데 4학년 남학생들이 핸드폰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며 , 고개가 핸드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이들. 요즘 초등학교에서 흔한 모습니다.

'나 때는 운동장에서 뛰어놀기 바빴는데......'


아이들과 카드게임 한 판. 핸드폰을 내려놓고 웃고 떠드는 아이들. 그 모습을 바라보니 마냥 행복했다. 하지만 보건실을 오래 비우면 안 돼, 장난으로 "교장 샘한테 걸리면 보건샘 잘린다."라고 했더니 애들이 막 웃었다.


다음날 보건실에서 열일 중이었는데 아이들이 찾아왔다. 어디 아프냐고 물었더니

"선생님, 애들이 중앙정원 마루에서 기다려요. 오늘 게임하기로 했잖아요."

라고 말했다.

순간 나는 11살 꼬마가 되었다. 친구들이 놀자고 우리 집에 찾아왔던 순간으로 돌아가 있었다. 난 이렇게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약속을 잊고 있어 미안하기도 했지만, 별것도 아닌 걸 기억하고 있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그래서 옆 보건샘에겐 미안했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고 중앙정원 마루에 나가 다시 카드게임을 했다.


게임이 끝나고 아이들이 말했다.

"선생님이랑 노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선생님, 더 놀아요."

"선생님, 이것 랜덤게임 같아요. 또 해요."

"선생님, 진짜 선생님이 만들었어요?"


한 아이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내일 또 놀아요."

나는 "그러다 선생님 진짜 잘려. 그럼 선생님 못 본다."

순간 아이들의 웃음이 멈췄다.

날 지켜주고 싶은 아이들이 마음이 느껴졌다.


어른들과 놀고 싶은 아이들.

선생님과 놀고 싶은 아이들.

하지만 노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


아이들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게 하려면 어른들이 놀아줘야 한다. 노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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