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8시 30분 보건실 드라마가 시작된다
매일 아침 8시 30분, 보건실 드라마가 막을 올린다.
매일 오후 4시 30분, 막이 내리면 오늘의 에피소드가 남는다.
'2025년 보건실 연기대상'
1학년 우영
1학년 우석
두구두구두구 우석!
"우석 군은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다작을 선보였습니다.
얇은 종이에 눈을 찔린 후 '눈을 못 뜨겠다'는 명연기. 그 리얼함은 마치 메서드 연기의 정점을 찍는 듯했습니다.
보건실 드라마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남을 겁니다.
여러 작품에서 계란을 짐볼로 키울 정도의 과장된 설정 연기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겼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유망주입니다."
2학년 연후
2학년 견록
6학년 예냐.
두구두구두구 견록!
"쟁쟁한 경쟁자인 절친 연후와 빼어난 미모의 예냐 선배를 제치고
견록군이 우수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견록군은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한 태도로 연기에 임했습니다.
견록군은 '보건실 단골 아이콘'으로 부를 정도로 여러 작품을 하였습니다.
내년에 대상도 노려볼 만한 촉망받는 연기자입니다. "
5학년 우한
5학년 서준
6학년 됴호
두구두구두구 우한!
"이번 후보들은 베테랑 연기자입니다. 모두 연기 5~6년 차인데요.
그중 수상자는-- 5학년 우한 군입니다.
우한 군은 3학년 때부터 연기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축구광답게 우한이는 교담시간마다 묘안을 냈습니다.
'아픈 척'으로 드리블하고, '힘없는 척'으로 수비를 제치고 '어지러운 척'으로 보건실 침대에 몸을 날리는 슈팅을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보건실 침대와 사랑에 빠지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침대가 보고 싶어 끊임없이 보건실에 왔고, 침대와 헤어질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우한이는 침대 바라기죠. 로맨틱한 배우입니다.
한편 6학년 됴호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상을 받지 못하고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네요. 안타깝습니다. 중학교에서 내년 신인상이 기대됩니다."
2학년 윤후
6학년 정연
3학년 화연
두구두구두구 윤후!
"윤후군은 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숨이 안 쉬어진다'며 1시간 동안 이어진 기침연기. 그 리얼함은 메디컬 드라마의 교과급,
보는 이의 손에 땀이 차고, 마음에 긴장감이 감돌 정도였습니다.
체육시간엔 '발목을 삐끗했다'며 절뚝절뚝 걸었지만,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서 경도(경찰과 도둑)하는 반전에 반전을 더했습니다.
최근엔 철봉에서 떨어졌다며 '어지럽고 앞이 안 보인다'는 명연기를 펼쳐 보는 이의 가슴을 철컹하게 했습니다.
쟁쟁한 경쟁자인 정연, 화연 자매를 제치고 올해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앞으로 남은 4년이 기대되는, 보건실이 사랑한 최고의 배우, 2025 보건실 연기대상은 윤후 군이 차지했습니다. 많은 박수 부탁드립니다."
*글에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모든 아이들은 잠시 배우가 된다.
아픈 척, 힘든 척, 혹은 정말로 아픈 얼굴로.
그 작은 연기 속에는 사실-
'선생님, 저 좀 봐주세요. 무서워요. '라는 말이 숨어 있다.
어른들이 봤을 땐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아이들은 작은 아픔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걱정은 두려움이 되고, 두려움이 커지면서 연기력은 더 깊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괜찮아."라는 마법을 건다.
하루에 수십 번, 감독 겸 관객으로, 때로는 동료 배우로-
그렇게 보건실 드라마는 막을 올리고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