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밝혔지만 나는 디자이너이다.
경력은 차고 차 1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더 이상 스킬업은 쉽지 않고 다른 커리어를 연구해야 할 판이다.
덕분에 js나 기획업무 등을 옆구리에 끼고 다닌다.
연봉조차 잘 늘어나질 않는다.
디자인은 그만하면 됐고, 또 뭘 더 해야지 않겠어?라는 회사의 입장에 부흥하고자 표준에 근거한 마크업이나 기획 업무를 함께 하지만 어디 연봉협상에 다재다능이 참작이 되던가.
근래 들어 풀 스택 개발자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왜 풀 스택 디자이너는 이리도 하대 받아야 하는가!
어찌 되었든, 연봉 하락을 겨우 막고 있을 따름이다.
회사는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진행하는 기획이나 마크업은 관심 없고, 그저 디자이너로 인식을 할 뿐이다.
그렇다고 디자인 업무를 아얘 관두고 기획만 하기엔 그간 해온 디자인 실력이 아깝고, 또 회사에서도 원치 않고.. ㅋㅋ 또 회사에선 그저 일개 기획자로 취급할게 뻔하니, 이 치열한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내 경력 즈음되면 디자이너는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간 입 맞춰 온 기획자들과 썸을 타다 보니 여느 기획자 부럽지 않은 눈을 갖추게 되었고, 중소기업 출신이라면 적잖이 코딩도 해왔을 터이니 프론트 작업을 하기엔 무리가 없다.
즉, 기획 - 디자인 - 코딩 - 개발의 단계에서 마지막 개발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게 된다.
회사의 서비스를 혼자 온전히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퍼블리싱을 하게 된다.
효율의 문제는 일단 뒤로 젖혀놓자.
혼자 위에 열거한 모든 일을 하게 되면 효율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각 직군에 맞는 사람들이 코웍을 했을 때나 효율이 좋은 법이지, 모두 다 할 줄 안다 하여 혼자 진행했다가 늘어지는 일정에 제풀에 꺾여 흐지부지 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그리고 결국 개발적 지식이 없어 대단한 플랫폼이나 솔루션을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여기서 괴리가 생긴다.
효율이 좋진 못하지만 혼자 모든 걸 할 수 있게 된다. 개발 빼고.
회사에선 풀 스택 디자이너로 인정받기 힘들고 (그런 회사 있으면 소개 좀 해달라!) 덕분에 연봉 인상은 상한선에 걸치다 보니 점점 회사생활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아나운서의 프리선언과 비슷하달까?
그렇다고 시장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크몽을 비롯한 콘텐츠 마켓에선 디자이너의 탈 디자인 현상이 꽤 두드러진다.
홈페이지 하나에 15만 원씩 받고 팔아제끼니 제살 깎아먹은지 꽤 오래되었다.
스스로 디자이너의 자긍심을 쓰레기통에 쳐 넣고 있다.
아.. 이건 개발도 마찬가진가..
어찌 되었든,
답답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