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ian Apr 04. 2016

창업 준비 1개월째

생각보다 진도가 늦다.

예견했을 터였다.

직장생활을 유지하며 창업을 하는 것은 고3 때보다 더 힘들고 고된 스케줄의 연속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시간 투자의 개념은 꽤 비슷하기도 하고,

연속된 스케줄에 의해 매일같이 어디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나이에선 회복이 잘 안 되는 게 문제다.


이제 서른 중반 즈음을 지나며 창업을 위해 대단한 자본을 준비했을 리가 없다.

결혼하고, 집 사고, 차 사고, 이제 세 살짜리 아들을 키우며 돈을 모았을 리가 만무하다.

그 와중에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찾겠다며 소자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고민하다 결국 생각한 것이 쇼핑몰이었다.


자본금은 이래저래 600만 원 정도를 마련했다.

월 10만 원씩 대략 5년간 붓던 연금저축을 해약한 것인데, 지난 5년간의 월 10만 원의 가치보다 앞으로의 내 사업 기초가 더 중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에 큰 고민 하지 않고 해약을 했다.

사업이 잘 되면 600만 원 정도는 금방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또 쇼핑몰이라 600만 원 정도는 꽤 넉넉한 자본금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모자랄 거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600만 원도 적다.


쇼핑몰 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한 손의 5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1. 아이템

2. 쇼핑몰 솔루션

3. 브랜드

4. 자본금

5. 인력


오늘 이 5가지의 준비사항을 소개해볼까 한다.

모두 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사업을 준비하시려면 각자 맞는 수준의 것들을 개별로 준비하셔야 맞다.


1. 아이템

자본금의 규모와 사업 준비의 규모를 결정짓게 만드는 녀석이다.

나는 수산물을 건조한(건어물) 제품 중 백화점에 납품되는 수준보다 한 단계 더 좋은 녀석을 취급하려 한다.

제품은 모두 벌크로 납품받아 소분하여 브랜딩이 완료된 패키지로 포장하여 재판매하는 것으로 아이템을 골랐다.

1차 판매분으로 제품 매입 가격만 이미 250만 원이 소진되었다.

쥐포, 오징어, 황태채, 황태포, 양태채, 미역을 첫 아이템을 선정하였는데 아이템을 늘릴수록 자본금은 더욱 많이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자본금을 2~3천만 원을 준비하고 시작한다 한 들 제품이 안 팔려 재고로 남아있으면 그것도 골치 아프니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소분은 별도의 신고 등록 절차가 필요하며, 소분업을 하기 위해 별도의 사무실이 필요하다.

일반 가정이나 오피스텔에선 소분업 허가가 나오질 않는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분업체를 끼고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평택에 계신 장모님 댁 상가건물에 월세 300/18짜리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기로 했다.


식품을 보관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건조식품이지만 여름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450리터짜리 냉동고를 2개 구입하여 사무실에 비치해두었다.

여기에서 60만 원이 지출되었다.


벌써 610만 원이 소진되었다.


2. 쇼핑몰 솔루션

가장 속편 한 것은 카페 24나 고도몰과 같은 EC호스팅 임대형 쇼핑몰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고 저렴하다.

각종 기능들이 무료로 포함되어 있고 SSL과 같은 보안서버를 적용하기에 참 편하다.

트래픽에 대한 부담도 없고 디스크 용량에 대한 부담도 없다.

하지만 마케팅 오토메이션으로 대변되는 여러 서비스들의 연동과는 거리가 좀 있으므로 나는 워드프레스를 이용한 단독 몰을 만들었다.

워드프레스를 이용한 쇼핑몰 제작은 별도로 포스팅을 작성할 예정인데(그만큼 쉽지 않았다), 우커머스를 이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순 있으나 기본 우커머스는 코어 수준이라서 많은 기능이 빠져있다.


카페 24 호스팅에 월 2만 원씩 소모가 되고 있고, 워드프레스 기본 테마를 구입하는데 7만 원, 멤버쉽 포인트 플러그인을 구입하는데 14만 원, 메일 침프 우커머스 연동 플러그인에 8만 원이 소모되었다.

도메인과 보안서버는 연 4만 원 수준으로 소모될 예정이다.

여기에서 40만 원가량이 소모되었다.


3. 브랜드

가장 욕심이 나면서도 쉽지 않은 항목이다.

아무리 디자이너 출신이라 한들 무턱대고 많은 요소에 브랜딩을 접목하였다간 가격이 치솟는다.

디자인에 대한 제약을 피하려 워드프레스를 선택한 대가는 40만 원의 지출이었다.

건어물을 포장하기 위한 포장지도 최초엔 2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결국 타협 타협을 하여 120만 원선으로 매듭지어졌다.


박스엔 인쇄를 하지 않고 스티커를 붙이기로 하였고, 제품 포장엔 비닐 기성품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비닐에도 스티커를 붙여 원가를 절감하였다.

비닐이나 스티커, 박스는 기본 주문 수량이 수백, 수천이므로 어느 한계 이상으론 가격을 낮출 수 없다.

그저 타협 외엔 방법이 없다.

웹사이트 제작 비용이나 디자인 비용은 여기에 넣지도 않았다.

다 내가 해야 하니까.

하지만 할 줄 모르면 기백만원은 추가 지출이라 보면 된다.


4. 자본금

위에 나열한 모든 것들은 돈과 연결된다.

매번 선택의 순간이다.

자본금에 의해 가능한 것들과 불가능한 것들이 나뉜다.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모른다.

나는 최초 600만 원을 쥐고 시작하였으나 결국 부족하여 500만 원의 대출을 받기로 하였다.

그리고 사업으로 인해 소진된 비용은 서울시에서 보증보험 측과 연계하여 사업 대출을 진행하기도 하여 별도로 진행하였다.

지출한 금액은 거의 80~90% 수준으로 다시 대출이 나오는 듯했다.

금리는 2%대로 가능하다.


최초엔 건어물을 소분하여 판매하는 것이 사무실이 필요한지 모르고 시작했었다.

그저 집에서 하루에 네댓 개씩 팔길 원했던 건데 이게 그러질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소분업체를 끼고 하자니 한 번에 발생되는 대량의 재고를 집안으로 들일 여력이 되질 못했다.

그렇게 경기도 평택에 자그마한 사무실을 얻게 되었는데 사업이라는 것이 보통 이러한 듯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지출이 발생한다.


5. 인력

중요한 문제다.

나의 경우 와이프가 희생을 했다.

회사를 관두었고 전력으로 서포트했다.

물론 와이프가 회사생활에 지치고 회의감이 들기도 했었다.

혼자 아빠와 커가는 아들을 보기 힘들어했고 매일같이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던 와이프였다.

내가 창업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되려 와이프가 한번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혼자선 위 업무들을 처리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고 운영 또한 와이프가 전담하기로 했다.

미래를 설계할 만큼 매출이 충분해지면 그땐 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하기로 했다.


둘이 함께 달려들면 참 좋다.

하지만 그러기엔 리스크가 매우 크다.

매 월 월급이 나오는 직장을 때려치고 창업을 한다? 이건 좀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업은 준비할게 매우 많고 쉽지 않았다.

생각만큼 준비사항들의 퀄리티가 잘 나오질 않았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금 유출이 되었다.

세무서를 내 집처럼 들락날락했고 새로 얻은 사무실 페인트칠 하느라 온 몸이 맞은 것처럼 욱신욱신하다.

대략 3주쯤 뒤부턴 론칭하여 판매가 시작될 것 같은데 첫 판매가 이뤄지면 그만큼 감회가 새록새록하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은 어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