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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an May 12. 2016

쇼핑몰 아이템 선정 두 번째, 쥐포

쥐포는 건어물계의 셀럽

쥐포는 쇼핑몰을 진행하게 된 결정적 이유를 선사한 아이템이다.

지난 글에서 나에게 서울 사람들은 정말 비닐 뜯어 씹는 느낌의 건어물을 먹는구나... 의 소감을 안겨준 것이 쥐포였다.

그 이후로 여러번 고향에서 먹던 고퀄리티의 생 쥐포를 구해보려 여러번 시도하였으나 서울에선 정말 찾기 쉽지 않았다.


참고로 알아두자.

우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쥐포는 모두 생이다.

굽지 않으면 가능하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구할 수 있는 쥐포들은 대부분 얇디얇고, 식감은 비닐을 씹는듯한 수준이었다.

가스레인지에 구워도 누릿한 향은 지워지질 않고 찐득한 과자를 씹는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실망감을 안겨준 서울의 쥐포는 나로 하여금 건어물로부터 멀어지는 동기를 부여했다.


그러던 와중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본가를 함께 들르게 되면서부터 건어물에 대한 관심은 다시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처가에 보낼 건어물을 속초에서 구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내와 장모님은 대체 이런 쥐포는 생전 처음 본다며 나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그저 어릴 적 평범하게 먹던 쥐포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비닐과도 같은 찐득한 식감의 쥐포만 경험해보았을 따름이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좋은 물건을 취급하면 언젠간 알아주겠거니.

옳다구나! 건어물이다! 달리기 시작했다.

쥐포를 종류별로 수십 장을 구매하여 매일같이 구워댔다.

집 안은 쥐포 냄새로 가득 찼다.


꼭 스피커를 켜두고 감상하자. 빗소리처럼 들린다.


가스레인지에 구워댄 것만 수십만 원어치.

이렇게 구워대며 깨달은 게 있다면 쥐포는 역시 아주 아주 아주 약불에서 오래도록 살살 구워야 한다는 점이랄까?

감칠맛으로만 따지면 양태포와 자웅을 겨룬다.

건어물계의 셀럽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인지도를 가진 이유가 다 있다.

그만큼 고급스러운 풍미를 가졌고, 불호가 없는 온 국민의 간식이다.

쥐포 한 장이면 맥주가 한 캔이다.


나는 쥐포를 1장씩 개별 포장하여 5장을 묶었으니 보관에도 용이할 터였다.

하루에 1 쥐포, 맥주 1캔을 강요할 셈이었다.

주말은 좀 쉬고.


아아.. 동영상을 올리노라니 갑자기 급 댕긴다.

거실로 나가 쥐포를 또 구워야겠다.

아주 아주 아주 약불에서 오래도록.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나는 쥐포 굽는 남편이 될 테다.


https://heebeandry.com/%EC%83%81%ED%92%8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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