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땐 달달한 거 앞으로..
모든 것이 좋았다.
햇살이 따스해지기 시작하는 일요일 늦은 오전,
나들이 차량으로 막힐 거라 예상했던 도로는
막힘이 없이 뻥 뚫려있었다.
차 안으로 들어오는 과하지 않은 따뜻한 햇빛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신호빨까지.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길이 아닌 드라이브 같은 이 느낌.
자주 운전하는 길이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은 가벼움.
모든 것이 완벽한 듯했지만,
아... 이렇게 정신줄 놓고 있다가
우회전할 도로를 지나쳐 버렸다.
아이의 독서수업에 늦지나 않을까 빙 둘러가는 길 내내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아이를 제시간에 내려주고, 아이가 내리자마자
비정상적으로 휘몰아치는 짜증,짜증,짜증.
가끔 이렇게 별것도 아닌 일에
이상하리 만치 이런 감정이 솟구치곤 했다.
뚜껑을 열고 믹서기를 돌리다
안에 있던 것들이 요동치며 사방으로 튕겨나가듯
급격하게 기분이 요동칠 때가 있었다.
이런 감정에 파묻히기 전에 탈출하는 방법은 달달함 뿐이었다.
사장님이 매우 친절한 근처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화장실 문 앞에서 나 때문에 돌아나온 사장님을 위해
빨리 주문해야 했다.
디저트 메뉴판에서 가장 첫번째에 있는
버터베이글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베이글의 담백함과 가끔 씹히는 선물 같은 라즈베리,
버터의 부드러움과
이 모든 것을 감싸는 시럽의 달콤함.
한 입 베어 무는 것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내뿜어지는 깊은숨과 함께
온몸에 흐르고 있던 짜증도 함께 내뿜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역시, 짜증 날 땐 달달한 거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