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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앞에 멈춰 서다.

일상이 멈춤의 연속이다.

by 달달한 잠 Mar 17. 2025

불이 꺼진 간판과 어두운 가게내부,

부동산 이름과 함께 크게 적혀 붙어있는

"임대" 라는 두 글자.

오랜만의 외식에 들떠 기쁜 마음으로

집을 나선 우리들은 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고기와 냉면이 맛있고

사장님이 무척이나 친절했던

고깃집 앞에서 우리 가족은 가만히 멈춰서 있었다.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 보다 심한 상황'

이런 내용의 뉴스들이 떠올랐다.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멈춰 서서

가격부터 확인했다.

머릿속으로 남은 생활비를 계산하고

지출해야 할 항목을 떠올려보았다.

물가는 오르기만 하고, 장바구니는 가벼워 지기만 한다.


주방에서 씻어놓은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남편이 틀어놓은 뉴스소리가 들렸다.

같은 한국말이니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 내용들이었다.

도대체 왜?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사고와 판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들으며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서있었다.


가만히 멈춰 서있는 것 같은 일상의 연속.

계속 켜져 있는 빨간불 때문에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고 횡단보도 앞에 한참을 멈춰 선 듯한 생활이다.

지금까지 보고 들은 적이 없는 덩치 큰 차들이

"빨간불"의 도움으로 쌩쌩 달리는 것을 가만히 서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힘없는 보행자가 된 기분이다.

빨갛게 내뿜는 저 색깔은 멈춰 선 보행자에게는 관심이 없다.

보통의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큰 차들과 그 차를 가진 운전자들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을 마음껏 달리게 하기 위해 저 빨간색은 보행자를 멈춰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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