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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by 달달한 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의 양이 얄팍해진다.

과감하게 끝을 상상하고

소심하게 끝을 살핀다.


새로운 것을 찾아 기웃거린다.

반하게 할 만큼 유혹적 이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움에 벌써부터 설레인다.

너를 옆에 두고도 조용히 손을 뻗어 새로움을 곁에 둔다.


남은 마음은 하찮아지고 조급해진다.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좋았던,

네가 내게 남긴 여운,

함께한 숱한 시간들과, 내가 네게 남긴 수많은 흔적들.

너는 변한 것이 없다.

나의 마음이 변했을 뿐이다.

식기 시작한 나의 마음은 너의 말들을 예전처럼 담지 못한다.

조심히 곁에 둔 새로움과 곧 함께할 기대에 이미 마음이 빼앗긴 채

성의 없는 눈빛만 의미 없이 보낸다.


멋진 마지막까지 준비한 너를 보고 나서야

다시 너를 깨닫는다.

다행히 후회는 늦지 않았다.

우리의 시간은 되돌릴 수 있으니.

너는 나에게 그렇게 항상 너그러웠다...



마지막 페이지를 얼마 남겨 놓지 않았을 때,

얼마나 남았는지 남은 페이지를 궁색하게 세어보며

성의 없이 읽기 시작한 곳으로 기억을 더듬어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읽는다.

지나온 페이지와는 다르게 깨끗하다.

머리도 마음도 없이 눈만 왔다 간 것이 확연히 표시가 난다.

줄을 긋고 표시를 하고 메모를 한다.

빨리 읽고 새로운 책을 읽을 생각에 급해진 마음이 담지 못한

글들이 새로이 보인다.


이런 실수를 책을 읽을 때마다 반복하는 내가 어리석은가 싶다가도

'또 시작이네' 하는 마음에 피식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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