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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Dec 04. 2023

"발레의 매력, 더 널리 알리고파"

와이즈발레단 김수연 부단장 인터뷰

발레 공연에 비보이와 탭 댄서가 등장하니 관객 사이에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장르의 융합을 통해 예술의 즐거움을 전하는 와이즈발레단이 
발레 대중화에 남겨온 족적은 뚜렷하다.
와이즈발레단 김수연 부단장은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을 꼽았다.
ⓒDen

내년이면 와이즈발레단이 스무 살이 된다
창단 20주년을 맞는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와이즈발레단은 2005년 탄생한 이후 클래식 발레부터 아트 컬래버레이션까지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왔다. 대중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 예술의 즐거움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창단했는데, 연간 100여 회의 국내외 공연을 하며 그 목표를 조금씩 달성해 가고 있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작년에는 이데일리 문화 대상 무용 부문 최우수상과 전체 대상을 수상했다. 춤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한 진심이 통한 듯싶다.

민간 발레단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예산이나 지원금이 적다 보니 재정적 어려움이 컸다. 안무나 의상 등을 좀 더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해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급여를 많이 주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듯 열심히 해주는 단원들을 보면 미안하면서도 고마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단원 지도와 홍보 활동을 함께해 왔다. 후원회나 기업의 메세나를 통해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단원들에게도 경제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와이즈발레단이라는 브랜드와 공연 기획을 홍보하고 있다.

창단 당시와 비교했을 때 발레단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예전에 비해 지원금이 조금씩 늘고 있고, 연습실도 많이 좋아졌다.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안정적으로 급여를 주는 무용수도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원 개개인의 기량이 향상되면서 기획 공연이나 초청 공연 횟수도 늘었다. 그뿐 아니라 기라성 같은 안무가들이 먼저 협업 요청을 해 더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발레단에 들어오려고 하는 무용수가 많아지면서 오디션이 이전보다 치열해졌다는 점도 좋은 변화다.


지난 20년간 단원들이 발레단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다. 와이즈발레단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으니, 이에 걸맞게
프로 무용수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하곤 한다. 또 연기할 때
테크닉은 물론 감정 표현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VITA> 공연 모습. ⓒ와이즈발레단

와이즈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와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전막 발레로는 <호두까기 인형>, <지젤>, <신데렐라>가 있고, 동화 발레로는 <춤추는 팬더>, <헨젤과 그레텔> 등이 있다. 창작 발레로는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 <Baroque Goes to Present>를 포함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특히 <VITA>는 뉴욕 컴플렉션 발레단 안무가 주재만의 초청 안무 작품으로 자연과 인간, 환경과 생태적 감수성 등을 다룬 창작 발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모든 공연업계가 멈췄을 때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안무가와 무용수 모두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제작부터 공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지만, 이데일리 문화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발레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창작발레가 클래식 발레만큼 사랑받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VITA>는 관객에게 큰 관심을 받으면서 서울을 포함해 다수의 지역 국립극장 무대에 올랐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뜻을 절절히 이해하게 해준 공연이라 발레단 식구 모두 <VITA>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VITA> 같은 창작 발레를 제작하는 과정에는 클래식 발레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창작 발레는 단순히 안무뿐 아니라 의상부터 조명, 무대 세트 등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의상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공연의 콘셉트에 잘 맞아야 하고, 조명과 무대 세트가 너무 강렬하면 안무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다 보니 제작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Den
ⓒDen

작품을 올리는 과정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작품 기획의 첫 단계는 관객의 선호도를 체크하는 것이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인지, 그 작품 안에 예술적 가치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관객과 춤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또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관객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기획하려 한다. 아이들은 기술적인 것만 보여주면 지루해하기 때문에 눈이 즐거울 수 있도록 무대 장치나 구성에 다양하게 변주를 준다. 여러 연령층을 아우르는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도권 지역과 대도시에선 클래식 발레를 중심으로 발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는 아직 발레를 접하지 못한 관객이 많다. 여전히 발레가 지루하고, 어렵고, 상류층만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다. 발레를 통해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발레와 아직 친하지 않은 분들에게 예술적 가치만을 보여주려고 하면 오히려 발레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 관객들이 즐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선정하고, 공연 내에 흥미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요소를 배치하려고 한다. 클래식 발레에 다른 장르의 춤을 접목하거나, 성우를 초청해 구연동화처럼 작품을 읽어준다거나, 작품에 대한 설명과 발레의 역사, 마임 등에 대한 해설을 듣는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2005년부터 꾸준히 클래식 발레와 창작 발레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예산이 부족해 한 공연이 끝나면 “그다음 공연은 어떡하지?”
고민하는 일이 많지만,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거워
다음 공연을 또 기획하게 된다.

<호두까기 인형> 공연 모습. ⓒ와이즈발레단

지금 준비 중인 공연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은 <호두까기 인형>이다. 원작이 지닌 클래식 발레의 매력을 지키면서 신선한 연출을 가미해 매년 작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관객이 보았을 때 지루할 것 같다 싶은 부분은 과감하게 수정해 다음 작품을 올리는 식이다. 와이즈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군무에 초점을 맞춰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스노 파드되(Pas de deux, 여성과 남성 무용수가 함께 추는 춤)도 새롭게 구성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안무인 꽃의 왈츠, 과자 나라 왕자와 공주의 파드되 역시 올해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자극하는 특별한 선물 같은 공연이 될 것이다.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감상하기에도 좋다.

발레를 더 재미있게 관람하는 방법을 소개해 달라
발레는 기본적으로 대사가 없고, 몸동작으로만 표현하는 장르이다 보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우선,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작품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가는 것을 권한다. 줄거리와 함께 안무가가 누구인지, 어떤 음악을 사용하는지, 가장 유명한 장면은 무엇인지 등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숙지하고 가면 더욱 재미있게 발레를 관람할 수 있다. 큰 호응과 격려도 공연의 일부분이다. 공연에 몰입한 관객이 보내는 환호와 갈채는 무용수들에게 에너지가 될 뿐만 아니라 공연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무용수의 연기와 테크닉에 감동을 받았다면 박수나 ‘브라보’ 등으로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보자.

와이즈발레단의 내년 계획이 궁금하다
창단 20주년을 맞는 2024년에는 예술의전당에서 <VITA> 공연을 올린다. 많은 무용수를 투입해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스포일러를 하나 하자면, 해외 발레단에 몸담은 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안무가를 초청해 기획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런 작품 이외에도 2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도 기획 중이다. 기대해도 좋다.

ⓒDen

입문자를 위한 발레 감상 TIP

어떤 작품부터 봐야 할까?
차이콥스키의 3대 명작 발레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을 추천한다. 19세기를 대표하는 러시아 음악가 차이콥스키와 프랑스의 천재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숨결을 느껴보자.

박수는 언제 쳐야 할까?
발레는 박수 타이밍이 까다롭지 않다. 도약이나 리프트 등 무용수의 동작이 인상적이었다면 중간중간 박수를 쳐도 된다. 작품이 끝나 무용수가 인사를 할 때에는 큰 박수를 보내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무용수에게는 ‘브라보’라고 외쳐도 좋다.

알아두면 유용한 마임 동작 다섯
➀ 춤추다 :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빙글빙글 돌리기
➁ 사랑한다 : 왼쪽 심장 부근에 두 손 포개기
➂ 아름답다 : 손등으로 천천히 옆 얼굴 쓸어 내리기
➃ 결혼해 주세요 : 오른손으로 왼손 약지 가리키기
➄ 맹세한다 : 검지와 중지를 곧게 펴 하늘 가리키기



ㅣ 덴 매거진 2023년 12월호
에디터 김보미(jany6993@mcircle.biz) 
사진 송승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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