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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Nov 22. 2023

식물이 가진 힘을 믿어요

베란다 가드너 그린하나 인터뷰

신선아 씨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온통 초록색이다.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크고 작은 잎사귀들이 마치 작은 숲처럼 우거져 있다. 궂은 날씨에도 늘 싱그러운 50여 가지의 식물들은 모두 신선아 씨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자란다. 5년차 식물 집사이자, 플랜테리어 인스타그램 계정 ‘그린하나’를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 베란다는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소중한 아지트다. 

신선아 씨의 베란다 가드닝은 남편에게 선물 받은 튤립 세 송이로부터 시작됐다. 선물 받은 꽃을 오래 보고 싶어 밤이면 베란다에 내어 놓고 아침에는 다시 식탁으로 들여왔다. 그리고 그 해 겨울, 처음으로 튤립 구근을 심었다. 직접 키워낸 튤립을 수확해 화병에 꽂는 순간이 뿌듯하고 만족스러워 매년 새해 베란다에 튤립 구근을 심고, 봄이 되면 수확하는 ‘튤립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나의 공간에 초록 식물을 하나 두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더라고요. 지금은 관엽식물을 키워요. 초록 식물이 주는 편안함이 있거든요. 사계절 내내 식물의 싱그러움을 즐길 수 있죠. 제 정원에 값비싸고 까다로운 식물은 없어요. 식물로부터 위로 받고 행복감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그가 키우는 식물은 대부분 잎이 큰 관엽식물이다. ‘플랜테리어’ 하면 떠오르는 몬스테라, 알로카시아, 필로덴드론은 물론 안스리움과 고사리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베란다에 자리를 잡고 있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베란다에서 자연광으로 식물들을 키우고, 베란다 온도가 15도 아래로 떨어지는 늦가을과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로 식물들을 들여온다.

50여 가지의 식물들을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물을 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물 양도 신경 써야 한다. 식물을 많이 기르는 식물 집사들이 ‘물 시중 든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신선아 씨는 ‘저면관수’ 방식으로 식물에 물을 준다. 저면관수는 식물이 스스로 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화분 아래에 물을 담은 받침을 두는 물주기 방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물을 주면 화분을 옮길 필요가 없고, 구석에 있는 식물들도 쉽게 물을 줄 수 있어 편하다. 항상 촉촉한 흙이 유지되기 때문에 과습이나 물 말림 걱정 없이 건강하게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 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식물 배치다. 식물은 광량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예뻐 보이도록 화분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관에만 신경 쓰다 보면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할 수도 있다. 식물이 필요한 만큼 햇볕을 쬐고, 잘 자랄 수 있는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 신선아 씨의 베란다에는 크게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큰 식물부터 먼저 자리를 잡는다. 큰 화분 앞에 작은 화분을 놓으면 정원이 더 풍성해 보인다. 둘째, 식물 특징에 따라 배치한다. 햇볕을 많이 받아야 하는 식물들은 창가 앞쪽으로, 강한 햇볕을 싫어하는 식물은 안쪽으로 놓는다. 셋째, 끼리끼리 함께 둔다. 같은 종류의 식물들은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에 모아 두면 관리하기가 수월하다. 신선아 씨의 경우 전체 정원을 세 구역으로 나눴다. 베란다를 충분한 그늘을 확보해 주어야 하는 필로덴드론 존, 통풍이 잘 되는 반양지에서 잘 자라는 구근 식물인 알로카시아 존, 주로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안스리움 존으로 분류해 같은 종류의 식물들을 나란히 두었다.

최근 신선아 씨의 베란다 정원에 새로 자리 잡은 식물. 감자 같은 뿌리에서 동그란 잎이 나오는 아프리카 출신의 ‘스테파니아 에렉타’다. 잎이 큰 식물을 키우다 보니, 요즘은 반전 매력이 있는 작은 식물들에 눈길이 간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식물 집사가 되기를 망설이는 이들도 많다. 신선아 씨는 이들에게 ‘일단 즐거운 마음으로 초록 식물을 하나 들여 보라’고 조언한다. 초록 잎들이 햇살을 받는 모습, 식물이 물을 먹는 소리, 연둣빛 새싹의 싱그러움을 느끼다 보면 식물 키우기가 자신에게 맞는지 아닌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식물 고르는 것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하다. 이름, 나이, 사는 지역,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며 친구와 가까워지듯, 식물도 고향(원산지)은 어디인지, 햇빛 요구량은 어느 정도인지, 물을 좋아하는지, 내 공간에서 키울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가며 구입하면 된다. 공간에 해가 잘 들고, 물 주기를 자주 할 수 있다면 물을 좋아하는 식물을 고르는 식이다. 

식물 종류를 고르고 꽃집에 방문했다면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CLEAN, THICK, NEW. 잎 앞 뒷면에 얼룩 반점과 벌레 흔적이 없고 깨끗한지 꼼꼼히 보고, 줄기(목대)가 굵으며 가지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체크한다. 마지막으로 새 잎이 나오고 있는지, 꽃망울이 져 있는지 확인해 식물이 건강한지 살펴보면 된다. 

식물을 처음 들인 초보 집사들은 모르는 것이 산더미다. 물은 얼마나 줘야 하는지, 햇볕은 얼마나 보게 하는 것이 좋은지, 여기저기 고수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식물을 오래 키워 온 이들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물을 키우는지, 어디에서 식물을 구입하는지, 더 효율적으로 정원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신선아 씨는 식물 집사들이 자유롭게 모여 수다를 떨 수 있는 있는 식물 커뮤니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각종 식물 정보와 관리 노하우가 오간다. 미뤄왔던 분갈이를 함께 하며 식물 친구를 만들고, 자신이 키우는 식물을 나누기도 한다. 현재 1, 2, 3기 모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4기 멤버들을 모집해 활동하고 있다.

식물과 함께한 지 벌써 5년. 작은 크기일 때 구입한 식물들은 몸집이 커져 베란다 정원에 생기를 더하고 있다. 식물은 이제 신선아 씨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흙을 만지며 식물을 보는 것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분갈이를 하고, 평온할 때는 베란다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식물과 시간을 보낸다. 식물을 키우며 정서적 안정감이 커지고, 행복을 느끼게 됐다. 


식물이 가진 힘을 믿는다는 그의 꿈은 정원에서 식물을 가꾸는 예쁜 할머니가 되는 것. 그는 초록 식물이 주는 위안과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식물을 키우는 건 평생 할 수 있는 취미예요. 때로는 식물이 위로가 되고, 때로는 식물에게 용기를 얻기도 하죠. 꼭 넓은 공간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작은 화분도 괜찮고, 테이블 위 꽃 한 송이도 좋아요. 일상을 싱그러움 가득한 식물과 함께해 보시길 바라요. 모두 그린, 하나 하세요!”


ㅣ 덴 매거진 Online 2023년
에디터 김보미(jany6993@mcircle.biz) 
사진 제공 신선아 (@greenhana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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