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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Jun 29. 2023

‘인생네컷’을 아시나요?


약속이나 모임이 있을 때 무엇을 하나밥을 먹고 카페에 가는 게 보통의 코스일 것이다.
그런데 MZ세대는 친구나 애인과 만나면 꼭 인생네컷을 찍는다.
인스타그램에는 무려 118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인생네컷’ 해시태그로 공유되었다.
요즘에는 혼자 인생네컷 찍는 게 유행이다. ‘대세와 열풍을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완벽히 자리매김한 즉석 사진에 대해 알아본다.






ⓒ지석진 인스타그램 @jeeseokjin


인생네컷은 2017년 대구에서 시작한 즉석 사진관이다. 2018년 첫 직영점을 낸 후 2022년 12월 기준 전국 430개 지점을 냈다. 월평균 200만~230만 명이 인생네컷 매장을 방문했으며, 5년간 누적된 촬영만 1억 장에 달한다. 인생네컷의 인기가 높아지며 ‘인생네컷’이라는 브랜드명 자체가 즉석 사진관의 대명사가 됐다. 현재는 인생네컷을 필두로 포토이즘, 셀픽스, 하루네컷 등 다양한 즉석 사진관 브랜드가 있다.
인생네컷과 같은 즉석 사진관을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키오스크를 활용해 소비자가 직접 사진을 찍는 무인 사진관이라고 할 수 있다. 매장에 상주하는 직원 없이 소비자가 키오스크로 가서 화면의 안내에 따라 사진을 찍고 인화된 사진을 받아 나온다.


즉석 사진은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스티커와 꾸미기 요소의 유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출력되는 사진의 포맷을 4컷으로 규격화한 것이다. 소비자는 제한된 포맷 안에서 포즈로 창의성을 발휘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인생네컷 포즈 추천’ 같은 콘텐츠가 공유되고 인기를 끄는 이유다. 한 번 찍는 사진, 잘 찍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으니까.



ⓒ지석진 인스타그램 @jeeseokjin


그런데 MZ세대는 왜 셀프 사진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먼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친구들과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인생네컷의 가격은 2장에 4,000원. 이들은 이를 2장이 아닌 ‘1+1’로 표기한다. 두 사람이 같은 사진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처럼 말이다. 전문 사진관에서 촬영한 것과 같은 밝고 화사한 사진과 파스텔 톤의 배경,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품이 구비된 것도 주효했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디즈니, 잔망 루피 같은 브랜드 및 캐릭터와 협업한 프레임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마치 팬이 아이돌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연출할 수 있는 아이돌 프레임이 등장해 K-팝 신에 새로운 팬 문화가 되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 즉석 사진의 인기가 일회성에서 그치지 않았음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오늘날의 즉석 사진은 스마트폰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선택한 사진이 인화되는 동안 QR코드를 통해 사진과 타임랩스 영상을 스마트폰에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사진을 찍는 과정까지 소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기록하길 좋아하는 MZ세대는 이렇게 저장한 사진과 영상을 자신의 SNS에 바로 업로드 한다. 물성을 지닌 사진뿐만 아니라 SNS에 활용할 수 있는 부가 콘텐츠까지 제공하며 누구나 쉽게 즉석 사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아날로그의 경험을 디지털 공간에서 공유하고, 이것이 다시 아날로그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지석진 인스타그램 @jeeseokjin



ⓒ지석진 인스타그램 @jeeseokjin



그러나 즉석 사진관은 MZ세대만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다. <나는 솔로>의 시즌이 끝나면 출연진들은 즉석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한다. 지난해 배우 차인표는 “오늘의 데이트 비용 걷기 무료, 사진 5000원”이라는 글과 함께 신애라와 찍은 즉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개그계 대표 절친으로, 평소 ‘카페 투어’를 즐기는 지석진과 김수용은 유행하는 인생네컷 포즈를 따라서 한 재치 넘치는 즉석 사진을 찍었다.
디지털 사진이 익숙하고 아날로그를 경험하지 못한 MZ세대에게 즉석 사진은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기 위한 교양으로써 즉석 사진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색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인다면, 즉석 사진은 기꺼이 모두를 위한 놀이터가 될 것이다.


ㅣ 덴 매거진 2023년 7월호
 에디터 김혜원(denmagazine@mcircle.biz) 


https://www.thed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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