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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Sep 01. 2023

옥상 낭만 만끽하는 직장인의 싱글라이프


집을 사랑하는 1990년대생을 만났다. 우리네 평범한 젊은 층과 마찬가지로 직장에 다니면서 소소한 자기만의 싱글 라이프를 즐긴다. 그는 혼자 있을 때면 집에 머물러 있다. 옥상이 햇살 좋은 마당인 만큼 기분 전환에 이만한 장소도 없다. 지인을 초대해 파티를 열 때면 여느 캠핑장 부럽지 않다. 집에서는 누워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LP를 틀어놓고 커피 한잔 내려 마시는 건 그만의 행복 루틴이다. 박찬빈 씨의 싱글 라이프, 그만의 공간을 소개한다.


언제부터 싱글 라이프를 시작했나?

나고 자란 곳은 전북 전주인데 스무 살 때 대학생이 되면서 서울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어느덧 13년이나 됐다.


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되기로 한 건가?

글쎄, 따지고 보면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맞다. 선택지가 없었다. 가족은 다 전주에 거주하고 있고, 대학은 서울에서 다녀야 하니 어떻게든 타지에 거처를 마련해야 했다. 혼자 사는 선택지가 유일했다. 처음에는 4인 기숙사, 하숙집에도 거처했는데 점차 혼자만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편이라.(웃음) 살다 보니 짐이 점차 늘기도 했고.


혼자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은 뭐였나?

커피와 책, 음악을 집 안에 들이는 것? 지금은 이 모든 게 싱글 라이프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루틴처럼 자리 잡았다. 출근 전에는 좋아하는 커피 원두를 갈아 직접 내려 마시고, 퇴근 후에는 턴테이블로 LP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주말 낮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시간이 내게는 정말 행복한 루틴 중 하나다. 집 안에 좋아하는 것을 점차 늘려간다면 분명 재미있게 살아가는 삶으로 한 걸음씩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뭔가 아날로그 느낌이 난다

맞다. 의도한 거다. ‘1970년대 지어진, 1980년대 음악을 듣는, 1990년대생이 사는 집’이라는 카피를 직접 만들었다. 이 집을 수식하는 문구다. 말 그대로 나는 1990년대생이지만 집과 취향은 옛것을 좋아한다. 촌스러운 집이라야 뭔가 낭만적이지 않나?


집에 있는 것이 당신을 대표하는 싱글 라이프 같다

평소 집에 있는 것을 워낙 좋아해 하고 싶은 것도 하나같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뿐이다.(웃음)

옥탑을 택한 이유는?

바로 전에 살던 집에서 경험한 채광에 대한 결핍 때문이다. 5년 전 이 집에 오기 직전에 살던 집은 지층이었다. 지층이지만 공간이 넓고, 방이 2개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계약했다. 원룸 생활만 하다가 드디어 투 룸 구조의 집으로 이사를 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실 창문과 좁은 골목길이 인접해 있어 커튼과 창문을 항상 닫아두고 살아야 했다. 세탁 후 빨래를 널어야 하는 날에는 그런 것이 스트레스였다. 햇볕에 바짝 말린 빨래가 그리웠다. 그때 다짐했다. 다음 집은 무조건 햇볕이 잘 드는 곳이어야 한다.


햇볕 잘 드는 곳 하면 역시 옥탑이다. 만족스러웠나?

처음부터 옥탑 집만 고집한 건 아니다. 햇볕을 마음껏 쬘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형태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운명처럼 이 집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계약하게 됐다. 옥탑에 살아보고 싶은 로망은 예전부터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진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햇볕, 옥탑 그 외 이 집이 좋았던 건 무엇인가?

옥상은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옥탑방은 아니다. 주택 3층의 옥상이 딸린 집이고, 전체의 3분의 1이 마당으로 구성됐다. 그런 독특함이 매력적이었다. 처음 봤을 때 ‘이 집이다’ 싶었다. 


얼마나 오래 살았나?

전세로 2년 계약했는데 벌써 두 번이나 연장했다. 현재 5년째 살고 있다.


혼자 살기로 한 뒤 스스로 집을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얻은 첫 월셋집은 미용실에 딸린 단칸방 원룸이었다. 공간도 넓고 채광도 잘 들어 만족스러웠는데 복병은 따로 있었다. 바로 냄새였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점차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약품 냄새가 집 안에 스며드는 구조라는 걸 알았다. 이후 이사 간 집이 바로 앞서 언급한 지층의 투 룸 전셋집이다. 환기와 채광, 내게 맞는 집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정이라는 걸 몸소 배웠다. 적어도 앞서 살아본 두 집 덕분에 집을 고르는 주요한 기준이 조금이나마 세워졌다.


집이 용산구 보광동이다. 이 동네를 택한 이유가 있나?

연고는 전혀 없었다. 2016년 여름,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한참 새로운 동네와 집을 알아봐야 했다. 그때 친하게 지내던 대학 동기 형이 이 동네에 이미 정착해 살고 있었다. 내 경제적 수준과 상황을 알고 이 동네를 적극 추천해 줬다. 동네 분위기와 환경에 낯설어하던 차에 함께 여러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첫 월셋집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아직도 형을 만나면 이 멋진 동네를 소개해 줘 고맙다고 말한다. 그만큼 동네가 내게 주는 에너지와 힘이 있다.


옥탑 라이프의 장단점은?

장점은 바로 뷰다. 1층에만 살다가 3층, 그것도 지대가 높은 집이라 옥상에 오르면 한강과 N서울타워가 보인다. 때로는 ‘내겐 너무 사치가 아닐까’ 느껴지는 이 멋진 뷰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울 때가 있다.

단점이라면 흔히 예상하듯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에어컨 덕분에 다행히 잘 견딜 수 있는데 겨울엔 정말 춥다. 온도와 가스비의 반비례 격차는 해가 거듭될수록 커진다. 그 점이 아쉽다.


그래도 마당이 있으니 날씨 좋은 날에는 나름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마당이 있는 집이 주는 개방적이고 프라이빗한 느낌이 좋다. 여기서는 편안하게 뭘 해도 괜찮다는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친구들을 초대해 옥상에서 파티를 할 때면 그런 느낌이 배가된다.


게스트를 초대하는 일은 번거롭지 않나?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친구를 집에 데려오는 걸 좋아했다. 친구와 놀고, 집에도 있고, 친구 좋아하는 ‘집돌이’에게는 일석이조다.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데 번거로운 집안일이 대수겠나. 그냥 같이 자유를 만끽하는 게 좋다.


본인의 싱글 라이프를 독립 서적 <찬빈네집>으로 엮었다. 책을 내기로 한 계기는?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결심하면서 그 과정을 계속 인스타그램에 기록했다. 마치 새로운 카페, 식당이 오픈하면 가서 인증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간의 결핍을 채워줄 집이었기에 더욱 애정을 갖고 기록했다. 이사하는 모습부터 가구를 들이는 과정, 집에서 누리는 것에 대한 감상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그러다 문득 온라인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냈다. 


책 내용이 재미있던데,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나?

나를 닮은 집을 만나면서 긍정적으로 변화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또 한 가지는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면서 얻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챕터의 절반은 손님과의 에피소드다. 혼자만 누리던 집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을 좋아한다.


1인 가구로 살게 된 뒤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변모해 왔나?

타인과 함께 살 때는 집을 ‘가꾼다’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저 서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거리감을 유지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며 살았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되어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게 되면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았다. 예를 들면 아직도 건조기를 들이기보다 햇볕에 오래도록 빨래를 말리는 것이 좋다. 만약 누군가와 같이 살았다면 쉽게 추구하지 못했을 방식이다. 나만의 싱글 라이프를 찾아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


혼자 살면 외롭지는 않나?

문득 찾아드는 외로움이 있다. 정확히는 말동무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느낀다. 동네에 오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진 가게 사장님들이 있는데, 그들과 종종 식사를 하거나 티타임을 가지며 외로운 감정을 해소한다. 일종의 커뮤니티인 셈이다. 


1인 가구 방식을 남들에게도 적극 추천하나?

일단 경험해 보라고 말한다. 혼자 살면서 겪게 되는 새로운 질문, 고민, 생각을 통해 삶의 긍정적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이를테면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서 얻는 자유로움과 즐거움 같은 것 말이다. 싱글 라이프는 누구나 해볼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 같다. 


싱글 라이프 트렌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

점점 더 다양한 선택지가 생길 것 같다. 공간을 중요시하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집의 용도와 구조가 다변화할 뿐 아니라 기능적 측면에서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릴 것 같다. 이제 집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만이 아닌 시대에 진입했다. 누군가에게는 일터이고 삶의 무대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집은 나 자신을 브랜딩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솔직한 장소로 기능하는 공간이 될 것 같다.


1인 가구가 되길 원하는 이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할 점이 있다면?

집의 연대기를 기록해 보라. 하루아침에 자기가 원하는 공간을 갖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겪어온 집을 떠올려보고 들여다보면서 그 안의 결핍, 만족감을 생각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또렷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때의 감정을 기록하다 보면 분명 내가 어떤 공간에 머물고 싶은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될 수 있으면 사진과 글로 기록해 보는 것이 좋다. 그걸 모으면 한 권의 책이 된다.


‘찬빈네집’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까?

2020년 출간한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싱글 라이프를 기록한 첫 책과 2022년 동네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책까지 내 싱글 라이프의 한 챕터가 됐다. 다음에는 아마 새로운 집, 동네 그리고 함께 사는 사람을 조명할 것 같다. 어떻게 확장될지 아직 나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나는 꾸준히 나만의 ‘싱글 모멘트’를 기록해 나가려고 한다.




ㅣ 덴 매거진 2023년 9월호

 에디터 이영민(min02@mcircle.biz) 

 사진 박찬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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