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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Jun 29. 2023

[독특한 휴가] ‘할리’ 타고 전국 일주?

안무가 이동하의 휴가는 위시리스트 깨기

두툼한 토크로 시원하게 가속하는 할리 데이비슨, 

그건 우리가 한 번쯤 꿈꿨던 로망.



동하. 툇마루무용단 대표. 현대무용가 겸 안무가.



  

바이크의 매력?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자연 속을 달리다 보면 이내 평화로워진다.
창문, 벽 등 자연과 나를 분리하는 경계가 없기에 
한편으론 자연과 하나가 된 듯 순수해진다.


자기소개를 한다면?

36세 안무가로, 현대무용을 한다. <GO>라는 현대무용 작품으로 데뷔한 이래 <게르니카 어게인>, <골콩드(Golconde)>,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 등 많은 작품의 안무를 창작했다. 단원들을 모아 무용단을 이끄는 단장이기도 하다.


나에게 휴가란?

휴가는 반전이다. 일만 하던 내게 올여름 휴가를 기점으로 ‘이제는 좀 즐기면서 살자’는 인생관을 심어주는 반전이 일어날 예정이다.


안무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축제, 공연이 많은 여름은 안무가들에게 성수기다. 그렇다 보니 여름휴가를 제대로 보낸 적이 별로 없다. 대부분 휴가를 단원들과 공연 연습을 하며 보냈다. 그래서 내게 휴가란 소소한 휴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잠깐 짬을 내 맥주 한잔 마시거나 쉬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산다면 추억도 없이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휴가는 제대로 즐기려고 한다. 인생을 즐기면서 살기 위해 바쁜 시간 쪼개 휴가를 가려고 한다.



어떤 휴가를 꿈꾸나?

할리 데이비슨(이하 할리) 타고 전국 일주하는 것. 의도하진 않았지만 올해 뭔가 위시리스트에 담아 놓았던 일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 스쿠터를 타던 내게 할리는 로망이었다. 언젠가 할리를 사면 전국을 돌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그렇게 수년을 차곡차곡 돈을 모아 할리를 살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모델이 없었다. 아직 30대여서인지, 단순히 취향 때문인지 몰라도 할리의 중후한 디자인은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좀 더 간결하면서 스포티한 디자인을 원했다. 그러다 지금의 모델이 나왔다. 두 달 전, 첫눈에 반해 바로 결제했다.


할리를 샀으니 다음 위시리스트인 전국 일주에 도전하는 건 당연한 수순 아닐까?(웃음) 올여름 바로 시도해 볼 생각이다. 벌써부터 설렌다.




막상 할리를 구매할 때 기분은 어땠나?

20대 때만 해도 돈을 많이 벌어 차도 사고, 오토바이도 사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사는 라이프를 꿈꿨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꿈꿔온 할리를 살 때도 예상보다 담담했다. 예전보다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스스로 정한 위시리스트 하나를 이뤘다는 데 뿌듯했다.


휴가를 떠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국 일주를 하면서 맛집부터 찾아 다니려고 한다. 또 한 가지 하고 싶은 건 테니스다. 테니스가 취미다. 전국을 다니며 해당 지역에 있는 테니스 모임에 합석해 지역 고수들과 한 경기씩 치는 것이 로망이다. 그래서 라켓과 장비를 들쳐 메고 떠날 생각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기대되는 도시가 있다면?

여수와 통영. 여수는 예전에 공연을 위해 한 번 갔는데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다. 나를 비롯해 안무가들은 전국을 다니면서 공연을 하지만, 공연 준비에 바빠 여행지를 둘러볼 여력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여수에 가면 오롯이 여행에 집중하고 싶다. 통영도 마찬가지다. 재작년에 공연 때문에 갔다 왔는데 할리를 타고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번 여름휴가가 어떤 의미로 남길 원하나?

그저 많은 추억을 남겼으면 좋겠다. 또 재충전이 되어 올 하반기에 많은 일을 소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다양한 경험이 안무가로서 창작 활동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휴가, 여행 특히 위시리스트를 해본다는 건 보람과 성취감, 그간 보지 못했던 사유와 정서를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휴가 이후 계획은?

연말까지 내리 공연이 잡혀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예정이다. 그중 가장 기대되는 건 10월 스페인 공연이다. <게르니카 어게인>이라는 현대무용 작품의 안무가로 참여하는데, 어찌 보면 이것도 위시리스트 하나를 이루는 셈이다. 작품 속 배경은 게르니카라는 스페인의 한 마을이고, 파블로 피카소가 내전의 참상을 그린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게르니카 어게인>은 피카소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공연으로, 처음 이 공연의 안무를 짤 때 막연히 ‘피카소의 고향 말라가에서 공연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소망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그럼 올해에만 위시리스트 세 개를 이루는 셈이다. 이토록 행복한 나날이 또 올까?(웃음)




ㅣ 덴 매거진 2023년 7월호
 에디터 이영민(min02@mcircle.biz) 
 사진 한도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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