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추위의 선율
런던의 겨울은 그녀의 뼈 속까지 파고드는 듯했다. 버려진 지하철 입구에 웅크린 채 담배 한 모금을 들이키며, 그녀는 손가락 끝에 남은 기타 굳은 살을 문질렀다. 예전엔 이 손이 무대 위에서 폭풍을 일으켰지. 지금은 쓰레기통 뒤에서 주운 빵 부스러기를 쥐는 게 전부였다.
"이거, 네 거야?"
낯선 남자가 내던진 동전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칼날보다 차갑다. 그 소릴 들을 때마다 과거의 박수 갈채가 귓전을 후벼팠다.
1. 크레셴도
2008년, 첼시의 펜트하우스에서 첫 앨범 발매 파티가 열렸다. 백열전등보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의 은색 드레스를 녹여내렸다. 남편 제이크는 드럼 세트 뒤에서 짐승 같은 리듬을 쳐댔고, 술잔 속 샴페인 거품이 폭발하는 소리가 관능의 박자가 됐다.
"넌 내 음악의 불꽃이야,"
그가 새벽 3시 침대에서 속삭일 때, 그의 입술엔 니코틴과 위스키 냄새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진짜 불꽃은 다른 남자에게서 튀어올랐다. 리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죽 재킷과 반항으로 싸인 록스타. 그의 기타 연주는 전류 같았고, 그녀는 감전되길 원했다.
2. 디스토션
리암의 옥상 아지트는 항상 코카인 가루와 깨진 샹들리에 조각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게 진짜 예술이지!"
그가 그녀의 허리춤을 잡고 스피커를 걷어찰 때, 증폭기의 굉음이 두 사람의 신음을 삼켰다. 밤마다 흩어지는 옷가지들, 스튜디오 유리벽에 번지는 손바닥 흔적, 녹음기 버튼 위에 떨어진 땀방울… 모든 것이 왜곡된 사운드로 기록됐다.
그러던 어느 새벽, 화장실 바닥에 흐릿한 핏물이 피어오르는 걸 보았다. 리암은 깨진 병을 들고 웃었다
"다음 기회엔 콘돔 쓸게, 나의 고양이."
3. 사일런스
노숙자 쉼터의 담요는 결코 따뜻해지지 않았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앨범을 낸 지 742일째, 리암은 새 뮤즈를 데리고 빌보드 1위를 했다. 헤로인 바늘은 피부 아래서 고독을 달래주는 유일한 악기였다. 템스 강변에서 주운 동전으로 사린 소독용 알코올을 바르며, 그녀는 허벅지의 상처를 짚었다.
"이런 노래는 없어야 해"
쓰레기 더미 사이로 흘러나온 자신의 옛 곡이 라디오에서 울리자, 발가락으로 전선을 찢어버렸다.
4. 리프레인
재활 센터는 먀악 중독자들에게 더 깊은 어둠을 제공한다. 중독자들이 어느새 먀악 딜러가 되고 다른 중독자들을 고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차가울 겨울의 어느날, 그녀는 다시 그곳에서 회망을 찾기로 했다. 스산한 재활 센터의 흰 벽은 교수형 밧줄처럼 목을 조였다.
"네 음악이 살아있는 한, 넌 죽지 않아"
따뜻한 미소의 상담사가 건넌 기타 픽을 손에 쥐었을 때, 그녀는 3년 만에 울었다. 2023년, 킹스 크로스의 한 지하 클럽. 스테이지 조명이 켜지기 직전, 그녀는 팔뚝의 주사 자국을 검은 레이스 장갑으로 가렸다. 첫 코드를 치는 순간, 관중의 숨소리가 사라졌다. 허스키한 보컬이 증오, 후회, 욕망을 태우며 올라갔다.
"이번 곡은… 내 유산된 아이에게 바칩니다."
에필로그: 페이드 아웃
새벽 4시, 그녀는 홀로 녹음실에 남았다.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미완성 트랙을 듣다가 문득 창밖을 봤다. 어둠 속에서도 강렬하게 타오르는 네온 사인이 'LIVE MUSIC TONIGHT'
그 빛을 따라 갈 곳은 항상 있었다.
- 메리앤 페이스풀을 예술과 아픔을 기억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