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그는 예언을 믿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
칼날 같은 꿈이 파드메의 숨통을 조여올 때마다 손아귀에 닿는 것은 빈 공기뿐이었다. 유년기의 모래행성처럼 메마른 현실. 제다이 마스터의 훈계는 담뱃재처럼 흩어졌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떨어진 진리는 늘 그렇게 가볍더라.
클론 전쟁의 화약 냄새가 코를 태우던 그날, 그는 선택했다.
시스의 숨겨진 군주, 다스 시디어스의 속삭임은 독배보다 달콤했다.
"넌 그녀를 구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건 검은 장갑과 기계식 호흡기, 그리고 파드메의 시체. 예언은 거짓이 될 수 없다고 그가 외쳤을 때, 이미 광선검은 스스로의 어둠, 그림자를 베고 있었다.
무스타파의 용암은 그의 살갗을 잿덩이로 만들었고, 파드메의 마지막 숨결은 영원의 별이 되었다.
기계 몸뚱이에 갇힌 남자는 매일 밤 같은 악몽을 삼켰다. 그녀가 떨던 미소, 투석기 놀이하다 깨진 유리병 속 꽃향기, 죽음보다 차가워진 손가락. 철제 심장은 진짜 심장처럼 아프지 않았다. 그저 덜컹거릴 뿐.
제다이 사원 지하실에 묻힌 예언의 두루마리는 이렇게 적혔다 한다.
*균형을 가져올 자는 모든 것을 잃은 자.*
그는 코러센트의 폐허에서 웃었다. 기계음 섞인 웃음소리가 우주정거장 벽을 두드렸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꿈꾸어서 슬프구나."
그는 그의 선택을 후회하며 되뇌었다. 한 번 잘못 놓은 발자국은 우주 먼지가 되어 목구멍에 영원히 걸린다. 이제 제다이도 아닌 어둠에 사로잡힌 다스 베이더의 망토 너머로 때론 타투인의 석양이 스쳤다. 사막의 바람처럼 덧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