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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nis Kim Feb 08. 2024

The Shape of Water

단편 소설 - 예지할 수 없는 미래, 사랑의 모양

그 미소가 나의 회색빛 세상을 채우고 컬러TV를 처음보았던 순간처럼 경이로웠다. 그저 경이라고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순간

내 마음은 너에게로 빠져 들었고

너의 눈빛과 목소리에 반했었고

너와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네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표현했을 때

내 기쁨은 하늘에 닿을 듯했고

너의 품에 안겨있는 날들이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시련을 맞았고

우리는 헤어져야만 했었네

너의 떠난 자리는 비어 있었고

내 눈물은 강처럼 흘러 내렸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죽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네

너의 재회를 기다리던 날들이

내 인생의 소중한 기적이었네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고양이는 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핱고 있었다. 가끔 이 동거묘가 사람 말을 알아듣고 사람처럼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데 오늘도 그런 날이다. 폰 알람을 껐는지 알람은 멈춰 있었고 비행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택시를 부르고 달려갔다. 어제밤 기분 좋은 술자리와 행복했던 웃음 소리에 취해 재즈 음악과 맥주 한캔을 더 따서 마시면서 흥겹게 오랜만에 코딩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새벽에 한시간만 눈을 붙이자는 안일한 판단이 문제라고 자책했지만 택시 기사님께 웃돈을 주고 달려가는 수 밖에 없었다.


인생을 다급하게 달려간다면 꼬일 때가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어제처럼 모든 것이 순조롭고 오해도 풀고 진솔하게 대화해서 만사가 오케이인 날도 있는가하면 오늘같은 날도 있는 것이다. 택시는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1로 달려갔다. 택시에서도 정신없이 미팅 준비와 계약서 검토 등의 일을 하다가 1 터미널의 상징인 거대한 숫컷(김무기 작가의 Flying to the Future)을 보았다. 아.. 이런...


택시 기사는 무의식적으로 1 터미널로 온 것이다.



통상적으로 2터미널까지 15km 약 20분이 소요된다. 택시는 다시 헤메고 또 헤메고 했다. 택시 운전을 한지 사흘 된 초보란다. 거의 40분이 지나갔고 2터미널에 내리자마자 패스트트랙이지만 대한민국 정서상 그렇게 쓰지 못하는 교통약자  출국 우대서비스 카운터로 달렸다. 오늘의 운세 뽑기인지 법무부에서 만든 출입국 우대카드도 가방에는 없었다. 다행이 보딩 시간이 간당한 모바일 티켓과 친절한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혼잡한 입국장을 돌파할 수 있었다.


오늘이 설을 앞둔 날이라 이리도 혼잡한지 몰랐다.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항공사 안내 메시지는 나를 찾고 있었다. 막 비행기에 뛰어드는 순간 그녀의 메시지가 왔다. 나의 수호신 그녀가 나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았다.


"그래도 무사히 세이프했네"


당신의 마음에 내가 무사히 세이프 터치다운 한 날이다. 비행기는 날았고 난기류로 흔들렸지만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대의 모양 무엇인지 알 수 없네, 

Unable to perceive the shape of you,

내 곁에는 온통 그대 뿐. 

I find you all around me.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Your presence fills my eyes with your love,

내 마음 겸허하게 하네, 

It humbles my heart,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For you are everywhere...



#TheShapeOfWater #기에르델토로 #세이프오브워터 #비행 #출장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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