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ior Design & Construction
Client 로슈아커피
Usage 카페
Location 경기도 양주시 광사로 145
Services 컨셉 디자인,시공,감리,브랜딩
Date of completion 2019년 11월
Photography 양성모
오늘도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며 문득 물음이 생겼다. 우리는 왜 커피를 마실까? 한 언론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깨기 위해서, 혹은 일을 하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커피는 노동을 위한 일종의 윤활유인 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늘상 목적을 가지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붐빈다. 누군가는 내일을 위한 공부를, 누군가는 끝나지 않은 업무를 이어가며 또 다른 누군가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만남과 대화를 나눈다. 외부의 평가에 스스로를 맞추고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할 뿐 자신의 생각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카페라는 공간에도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그동안 ‘올바른 생각’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을 만들고자 노력해온 디노바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더 나은’ 공간을 고민한다. 로슈아 커피는 오늘날 경쟁하듯 생겨나는 카페들 사이에서 디노바가 제안하는 ‘혜안’이다.
디노바의 철학이 스며든 로슈아 커피는 5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경기도 양주에 자리하고 있다.
- 서울에서 꽤 먼 거리입니다. 이곳 양주까지 온 이유가 있을까요?
창밖에 늘어선 회색빛 건물들에 지쳐있을 때쯤 여수가 고향이라는 클라이언트를 만났습니다. 저 또한 바다를 보고 자란 사람이라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시에 대화가 길어졌죠.
늘 그래왔듯 우리는 차갑게 굳어진 콘크리트 덩어리 안에 생기를 부여하거나 오랜 시간이 묵은 곳의 세월을 털어냅니다. 이러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와의 오랜 대화입니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믿으니까요. 양주에서 나눈 길고 긴 대화 끝에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밑그림을 완성했습니다.
- 종이컵에 그려진 나뭇가지가 눈에 띕니다.
종려나무의 가지입니다. 이름은 생소하겠으나 오아시스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친근한 나무죠. 죽은 나무에 새순을 돋우고 열매를 맺는 강한 생명력으로 고단하고 아득히 넓은 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그늘과 양식을 제공해주던 나무입니다.
로슈아 커피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종려나무와 같은 의미로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간의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더 나은’ 공간으로서 로슈아 커피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단연 맛입니다. 로슈아 커피까지 오는 길은 꽤 고단하죠. 멀리서 온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으로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 생각했습니다. 향 좋은 커피와 맛있는 디저트를 위해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로슈아 커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시그니처 메뉴는 물론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메뉴도 폭넓게 준비되어있습니다.
두 번째는 공간입니다. 누군가의 고향이 그려지는 공간을 구상하면서 내가 태어나 자란 곳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로슈아 커피를 찾는 많은 분들이 마음 한편에 간직한 정든 곳을 떠올리고 그 끝에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 공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네요.
먼저, 1층을 구상하면서 가장 고려했던 부분이 무엇인가요?
여독을 풀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생각했습니다. 특히 눈의 편안함을 고려했죠. 매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오랜 시간 접하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눈은 가장 휴식이 필요한 감각기관입니다. 무언가를 ‘보는 행위’, 그 자체가 휴식이 될 수 있도록 옥빛의 콩자갈로 바닥을 마감하고 간접 조명으로 공간 전체의 조도를 맞췄습니다.
- 2층으로 올라가는 길도 꽤 어둡더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2층의 안쪽으로 이어지는 입구까지 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어두운 편입니다.
‘암전’이라는 연극적 장치에서 영감을 얻었죠. 암전은 조명을 어둡게 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무대 전환을 말하는데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구간은 위층에 준비된 공간을 조금 더 극적으로 마주하게 하는 일종의 장치인 셈입니다.
- 확실히 여느 카페와는 다른 느낌의 2층입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요?
2층은 자연을 품은 공간이며 안식의 공간입니다. 처음 양주에 도착해 마주한 것은 산등선을 따라 넓게 이어진 선이었습니다. 그 선을 중심으로 위로는 맑은 하늘이, 아래로는 푸른 밭이 이어지죠. 그 광막함이 고스란히 공간에 담기도록 넓은 창을 내었습니다.
또한 말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종교적인 색채를 가져왔습니다. 성경에서 ‘광야’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을 의미합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베이지 톤의 콩자갈을 사용하여 바닥을 마감했죠.
- 2층 입구가 조금 특이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두느냐에 따라 공간을 접하는 느낌이 달라지도록 회전문을 설치했습니다. 2층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계단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두운색을 사용했죠.
벽과 같은 형태는 ‘통곡의 벽’이라는 성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통곡의 벽’은 예루살렘 서쪽 성벽의 일부를 지칭하는데 과거 유대인들이 성벽 앞에 모여 성전이 파괴된 것을 슬퍼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오늘날까지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하기 위해 찾는 곳입니다.
자신의 소리를 듣는 ‘광야’를 마주하기 전에 조금은 들뜬 마음을 ‘통곡의 벽’을 지나며 가라앉혔으면 하는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 창이 많은 공간임에도 빛이 강하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1층과 마찬가지로 공간의 밝기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천정의 빛은 스트레치 실링 조명을 통해 반사되어 내려고 양쪽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실크 함유량이 높은 커튼을 사용하여 은은하게 실내를 비추도록 했죠.
이렇게 한 번 옅어진 빛을 사용하여 조금 더 영적인 공간으로 느낄 수 있게끔 연출했습니다.
- 좌석 또한 쉽게 접할 수 없는 형태네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층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창을 바라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아야 했습니다. 등받이가 없는 형태의 좌석을 테이블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하여 공간의 여백을 유지했죠.
또한 광야의 색감과 모래의 촉감을 담아내기 위해 트라버틴의 대리석 마감재를 사용했습니다.
사실 착석감은 의도한 부분입니다. 2층에는 와이파이도 제공되지 않아 여러모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죠. 잠시나마 휴대전화 사용을 멈추고 등받이가 없는 딱딱한 자리에서 조금은 경직된 자세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 가오픈이라는 예행연습 동안 많은 분들이 로슈아 커피를 다녀갔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먼 곳까지 와주셨습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작업 끝에는 늘 아쉬움이 남죠.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욕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채워진다 믿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시간도 배려 받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