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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ova Jun 17. 2020

묵리 459

Interior Design & Construction

Client 묵리 459

Usage 카페

Location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묵리 459

Services 컨셉 디자인,시공,감리,브랜딩

Date of completion 2020년

Photography 양정모


 전례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얇은 마스크 한 장이 버거워지는 요즘, 당연하게 누려온 일상이 간절해진다. 돌아갈 수 없는 지난 시간, 달라진 앞으로의 일상을 맞이하며 디노바가 제안하는 자연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묵리 459를 들여다본다.

- 용인에서도 한참을 떨어진 곳입니다.

 채소를 재배한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났습니다. 당연히 땅에서 작물을 키운다 생각했는데 수경재배 방식을 고수하시는 분들이었어요. 땅을 오염시키지 않고 길러낸 깨끗한 먹거리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과 자세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각종 환경오염과 자연재해, 그리고 근래 송두리째 달라져버린 일상을 경험하면서 환경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뒤돌아보게 되었죠.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건강한 자연을 누리고자 하는 그들의 고집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 묵리 459라는 지명 그대로 이름이 되었습니다.

 묵리의 맑은 자연에 뿌리를 두었으니 지명 그대로 이름 짓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처음 현장을 마주했던 날이 잊히지 않네요. 안개가 짙게 깔려 삼봉산이 마치 큰 바위처럼 보였어요. 그 위로 매 한 마리가 연처럼 날아오르던 장면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곳의 지명인 묵리가 옛날부터 먹을 만들던 곳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자 했던 옛 선인들의 마음, 그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 상록수 농원의 마음으로 수묵화를 그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 건물 입구까지 닿는 길이 재미있어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용인에서 꽤 늦은 시간까지 머무르는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렇게 묵리의 맑은 산수 속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은 우주를 떠올리게 했죠. 사람과 자연, 우주가 품은 모든 존재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묵리 459의 정원을 펼쳤습니다. 별의 궤적에서 영감을 얻었죠. 별이 이동한 흔적을 따라 차단된 시선을 걸어오며 일상에서의 고단함을 덜어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입구는 물론 들어서는 공간도 꽤 어둡네요.

 별들의 발자취를 따라 정원을 걸어 들어오며 먹색 입구에 닿은 사람들에게 낯선 어둠이 주는 평온함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간접 조명을 사용해 빛을 최대한 낮췄죠. 어두운 공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힘든 일상에서의 나를 비워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비움의 공간’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 반대쪽 공간의 의미도 궁금해집니다.

 왼쪽 공간은 채움의 공간이라 부릅니다. 자연을 잠시 빌려서 즐긴다는 겸허한 차경의 자세로 계절의 빛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푸른빛이, 가을에는 달빛의 산등선이 눈 맛을 풍성하게 합니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여백을 두었죠.

 가구나 오브제 대신 사람들이 누리는 각기 다른 경험으로 공간이 채워지기를 바라는, 디노바가 지향하는 공간의 의미가 녹아있습니다.

- 채움의 공간의 천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바깥의 정원에 펼쳐진 별의 잔상을 채움의 공간까지 들였습니다. 묵리의 갓맑은 자연과 이 곳을 찾은 사람들, 그리고 천정에 놓인 곡선까지 어우러져 묵리 459만의 삼라만상이 완성됩니다.

- 비움의 공간에서 채움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눈에 띕니다.

 겉으로는 두 개의 건물이 붙은 듯 보이지만 공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은 공간에서 큰 울림을 느꼈으니까요.

  묵리 459를 찾으시는 분들이 비움의 공간에서 이 통로를 지나며 진정한 나로 환기되는 경험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환기의 순간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 음악을 직접 고르셨다고요.

묵리 459의 낮과 밤을 모두 경험하며 가장 좋은 울림을 주는 소리를 찾았습니다.

 주변의 개구리와 귀뚜라미 그리고 새소리가 합주를 이루면 음악은 더욱 풍성해집니다. 오직 묵리 459만의 사운드가 탄생하죠. 이제는 눈에 보이는 부분을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디자인한다는 말이 와 닿네요.

 앞으로 디자인의 영역이나 의미를 조금 더 확장시키고자 합니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서비스를 포괄하는 범위로 말입니다. 이를테면 제공되는 음식의 맛에서부터 직원들의 태도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까지도 이야기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묵리 459는 음악뿐만 아니라 인센스와 인센스 홀더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향은 대나무의 깨끗한 향을 뜻하는 죽청향을 준비했어요. 대나무 숯으로 만든 제품이라 그을음도 적고 무엇보다 먹이 스민 묵리의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생각했습니다.

 인센스 홀더도 직접 만들었죠. 가마에서 가져온 참숯과 돌을 준비했어요. 사실 돌로 만든 인센스 홀더는 구멍을 뚫다가 깨져버렸는데 조각난 모습도 나름의 멋이 있어 그대로 두었더니 꽤 반응이 좋아요. 시선 닿을 일 없는 곳까지 눈길이 가도록 무던히 노력 중입니다.

- 비움의 공간을 채운 오브제 또한 디노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라 들었습니다.

 로브젝트라는 오브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느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도자기가 서비스의 시작이었죠, 세월이 스민 흙빛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누리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오브제를 선택해서 일정기간 구독할 수도 있고 상업 공간의 경우에는 로브젝트만의 큐레이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묵리 459를 찾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만든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디노바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누릴 수 없는 공간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습니다. 유독 묵리 459를 준비하는 동안 그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부모님과 아이들, 친구와 연인 그리고 반려동물까지 함께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작은 배려가 모여 우리가 아끼는 모든 이들이 함께 묵리 459를 누렸으면 좋겠어요.

오늘날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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