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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말은 반박당할 운명이다

<정답을 찾으려다 지쳐버린 우리에게>

by 무명치의

세상 모든 생각은 반박 가능하다.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나의 입장은 끝없이 공격받고, 내 생각은 비난받는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이 남에게 어떻게 평가받는지, 이제는 크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강남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1. 강남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강남 아파트 필요 없다"라고 말한다.

"너는 강남 아파트 살면서 왜 필요 없다고 말하냐? 위선자 아니냐. 그럴 거면 딴 데로 이사 가라."

살고 있어도 욕, 안 살아도 욕이다.


2. 강남 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람이 "강남 아파트 필요 없다"라고 말한다.

"너는 못 사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 그거 그냥 정신승리다."

못 가지는 것에 대해 부정하면 곧 ‘패배자의 합리화’로 몰린다.


3. 강남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강남 아파트가 최고다"라고 말한다.

"그건 네 능력이 아니고 부모 덕분이다."

치과의사나 의사면 "환자 등쳐먹은 돈으로 산 거다."

사업가라면 "사기 쳐서 모은 돈이다. 피해자 생각은 안 하냐?"

‘갖고 있다’는 사실은 곧 의심의 이유가 된다.


4. 강남 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람이 "강남 아파트가 최고다"라고 말한다.

"니 능력으로는 안 돼. 오르지도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마라."

인정해도 욕, 부러워해도 욕이다.


결국 강남 아파트는 실체가 아닌 상징이 된다.

부와 권력, 위선, 질투, 허영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이, ‘강남 아파트’라는 단어만 꺼내도 폭발한다.




대한민국 필수 의료도 비슷하다.


1. 필수 의료니까 누구든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진료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의사들은 어떻게 먹고사냐? 다 그만둔다."


2. 필수 의료니까 그 분야에 일하는 종사자는 충분히 보상받아야 한다.

"환자들 부담이 늘어나면 안 된다. 서민은 죽으라는 거냐?"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결국 세금으로 메우는 수밖에 없는데,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존중하기보다 오히려 혐오하는 분위기까지 있으니 해법은 더 멀어진다.


비필수 의료도 다르지 않다.

1. 비필수 의료니까 필요한 사람만 받을 수 있게, 의료 자원 낭비 방지를 위해, 진료 비용은 비싸야 한다.

2. 비필수 의료니까 꼭 필요하지 않으니, 진료비용은 싸야 한다.

두 주장 모두 그럴듯하지만, 결론은 완전히 반대다.




강남 아파트든 의료든, 결론은 같다.

이건 단 두 가지의 예시일 뿐, 어차피 모든 말은 꼬투리를 잡히게 되어 있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중요한 건 내 생각을 내가 받아들이는가, 그뿐이다.


결국 필요한 건 남의 세치 혀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 한 채다.







치과에서 우리들끼리 (치과의사, 직원, 가끔 환자분께) 쓰는 말 3


X-ray 관련

1. 파노라마 찍어주세요.

- 치과에서 한 바퀴 돌아가는 엑스레이를 찍어 달라는 말이다.

이걸 찍으면 전체적인 치아와 잇몸 상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 16번 치근단 찍어주세요.

- 좀 더 치아를 자세히 보고 싶을 때, 그 치아만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이다.

CT 겸용 파노라마 X-ray : 치과에서 쓰는 고가의 장비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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