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 지금이라도 할까 말까 >
치과의사도 졸업식에서 의사들처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그런 의식이 있다는 건 학교 다니면서 얼핏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일이 될 거라고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졸업식 날, 사회자가 선서문을 준비하라고 말했을 때에서야 실감했다.
나는 ‘치과의사’가 치과의사가 아닌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따라야 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치과 진료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 선서의 내용을 끝까지 지키며 살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 사람들 앞에선 오른손을 들었지만 왼손은 몰래 꼬고 있었다.
모두가 서약의 문장을 따라 외칠 때, 나는 그 문장의 뜻을 따라가지 않았다.
특히 '모든 환자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는 조항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머릿속에 여러 상황이 떠올랐다.
흉악범, 강력범 같은 사람들에게도 이 원칙을 똑같이 적용해야 할까?
그들이 치료를 받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내가 진심으로 바랄 수 있을까?
그 순간만큼은 그들이 치료를 통해 나아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아프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릿속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음에 담지 않은 이유를 실행에 옮길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해 보니 내 행동은 생각과 달랐다.
그 역시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나는 그를 다른 환자들과 다르게 대하지 못했다.
매일 환자를 마주하는 치과의사로서, 내 앞에 앉아있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평소처럼 진료를 시작했고, 몇 주에 걸쳐 신경치료를 진행하고 마무리했다.
마지막에는 깔끔한 크라운까지 씌워주었다.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치과체어에 앉아 있는 동안만큼은 나에겐 그저 통증을 겪는 환자일 뿐이었다.
치료를 받는 몇 주간 그 환자를 지켜본 바, 그는 생각보다 키가 컸고, 말투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그 선서가 치과의사의 이상적인 윤리를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현실 속 모든 순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게 됐다.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환자를 마주하는 순간 나는 결국 치과의사의 할 일을 한다는 것.
그게 직업이 가진 힘인지, 습관인지, 목구멍이 포도청인지,
아니면 나 스스로의 선택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치과에서 우리들끼리 (치과의사, 직원, 가끔 환자분께) 쓰는 말 2
환자 분류 2
1. 소개환자예요
- 우리 치과에 방문한 적이 있던 환자가 소개해준 환자라는 말이다.
2. 저랑 친환이에요.
- 자기랑 친분이 있는 환자라는 말이다.
3. C(씨)환이 왔어요.
- 치과에 만족스럽지 않았던 경험(컴플레인)이 있었던 환자로, 어떤 점에 불편을 느꼈었는지 확인하고 진료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