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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할머니 이름도 모르는 내가 욕심을 낸다

<열심히 살지 않기 위한 노력>

by 무명치의

욕심이 나서 열심히 살고 싶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총 16명의 고조할아버지, 고조할머니, 외고조할아버지, 외고조할머니 라인을 떠올려본다.

분명히 내 피 속에는 1/16 씩 그 분들의 삶과 이야기가 섞여 있다.

그런데 나는 그분들의 이름조차 모른다.


누군가는 분명 집안을 먹여 살렸을 것이고,

누군가는 사고를 치고 사라졌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평생 한 마을을 벗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디에 살았는지, 어떤 성격이었는지, 어떤 일을 하다 생을 마감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도, 얼마나 대충 살았는지도 모른다.

아마 당시에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열심이 지금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록은 없다. 사진도 없다. 그저 무(無) 정보 상태다.


그렇다면 100년 후 나 역시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거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내 증손주쯤 되는 누군가가 100년 뒤에 나를 떠올린다고 해도,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내 이름도, 얼굴도, 성격도, 어떤 일을 하다 죽었는지도 다 지워지고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사라진다.

그렇다면, 그토록 기를 쓰고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가끔 이렇게 생각해 본다.
“제발 편하게 살다 가자.”
숨 쉬듯 살고,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꼭 매일 성장해야만 가치 있는 건 아니다.

가끔은 제자리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거다.


물론 이런 생각은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름 열심히 해본 사람이다.

열심히 살아 본 사람만이 ‘조금 느슨하게 살아도 된다’는 말에 담긴 진짜 무게를 안다.

아직 학생이라면, 사회 초년생이라면, 조금만 더 열심히 해보자.

조용히 숨 고를 자유는, 진심으로 살아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거니까.







치과에서 우리들끼리 (치과의사, 직원, 가끔 환자분께) 쓰는 말 1


환자 분류

1. 신환 분이에요.

- 우리 치과에 처음 방문한 환자분이라는 말이다.

2. 구환 분이에요.

- 우리 치과에 방문한 적이 있었던 환자분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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