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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임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프롤로그>

by 무명치의

나는 10년 넘게 진료실에 서 있는 30대 후반의 치과의사이자,

20년 넘게 크론병과 함께 살아온 만성질환자다.

치과의사로서 환자들의 아픔을 다루고, 환자로서 내 안의 아픔을 견딘다.

두 삶이 서로의 거울이 되어, 나는 매일 균형을 고민한다.

그리고 인생, 일상을 조금 비스듬히 바라본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앞에선 손가락을 꼬았고, 전자발찌를 찬 환자 앞에선 흔들렸다.

치과의사로서는 진료의 원칙을 지키려 애썼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그 원칙이 늘 완벽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조상의 이름조차 모르는 시대에,

성과가 곧 존재의 증명인 현실 속에서, 나는 인생 의미를 되묻는다.

내가 정말 바라는 건 성공일까, 아니면 그저 나답게 살아가는 일일까.

30대 후반의 나이, 여전히 미숙한 인간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고, 후회하고, 때로는 잠시 멈춰 서고 싶어진다.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나’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견딘다.


이 글은 항상 천재이고 싶은 사람의 고백이다.

재능을 증명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저 나로 머물고 싶은 마음.

그 모순의 틈에서 매일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한 인간의 기록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교실, 누군가의 사무실, 누군가의 병실에서도 비슷한 하루가 흘러가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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